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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탐색, 직장인도 진로 고민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9년차를 맞은 직장인 심지연입니다. 회사를 다닌 햇수가 늘어나면서 직장을 다니는 후배들 혹은 직장을 구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이러저러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더욱이 올해 이직을 하며 그 과정을 궁금해하는 후배들이 있어 '대학생 졸업예비학교 - 직장인영역'에서 나누었던 제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대학 졸업 후 화학계 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회사를 처음 다닐 때 회사에 대한 환상과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게 회사는 윤리, 타인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를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업무적 합리성을 운운하며 허위문서를 만들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 혹은 안전에 대한 위험 부담을 지면서까지 회사의 이익을 챙길 것이냐 말 것이냐 등의 갈등상황에서 회사는 명료한 지침을 주었고 그래서 직장 초기 사회적 양심을 지키는 것이 수월했습니다. 또한 직원들, 특히 여성에 대한 처우가 상식적이었으며 소통가능했습니다. 지난 8년간 다양한 직군을 경험했고, 최근 5년은 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법인 기술영업직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경영부진으로 조직은 점차 와해되어갔고, 몇 년 사이에 부서에 십여 명이 잘리거나 자기 발로 떠나면서 어느 날 문득 부서에 저만 남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는 목표치를 고수하며 끊임없이 채찍질했고, 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관계로부터 소외되며 점점 소진해갔습니다. 나를 책임져줄 것만 같았던 회사의 또 한편의 잔혹함을 확인하며 환상은 금이 갔습니다. 밥벌이에서 오는 안정감에 기대고 있던 저와 시대의 모습에서 ‘불안’과‘수동적 삶’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련의 사건과 깨달음 이후 제 진로와 인생의 전망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며 생각을 정리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제 삶의 전망을 생각해보고, 그 전망의 방향에 어떤 진로가 적합할까 고민하며 우선순위를 정하며 구직을 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장기적인 전망을 그려본다는 것이 처음에는 더 모호한 것 같으나, 그것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진로의 방향을 잡아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유익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여성직장인의 진로를 봤습니다. 하나는 회사생활에 투신하여 비혼으로 남거나 혹은 육아와 살림을 양가부모나 혹은 타인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경우, 혹은 결혼 전까지 일을 하다가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며 가부장적인 문화의 영향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된 경우입니다. 책임 있게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보내며 다른 성공의 잣대로 여성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주위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마주하는 이런 현실가운데 여성직장인으로서 대안적인 삶을 살아갈 몫이 유효하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 좀 더 주도적으로 시간을 활용의 필요를 느꼈습니다. 더욱이 결혼 후 일련의 과정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고려했을 때 잦은 외근 및 출장 등으로 끊임없는 시간적 변수를 가지고 있는 영업직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시간 사용에 자유롭고 예측가능 한 직장을 우선순위로 두고 새로운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사 행정이나 마케팅 등의 내근직을 찾았으나 관련 경력이 없어 기업에서는 설왕설래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화학계 업체들조차 제가 이공계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를 선뜻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또 술 담배와 같은 기호품,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GMO가공식품 및 식재료, 금융, 방산 등의 사업과 같은 제 몸과 가깝지 않은 곳은 피하고자 했습니다. 원래 이직을 할 때 최대한 가리지 말고 지원하라고들 하는데, 전 가능한 제 문제의식에 따라 신중해지고 싶었고, 따라서 넓지 않은 선택의 폭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성실히 알아보았습니다.

6개월간 60여개가 되는 원서를 내고 떨어지기를 밥 먹듯이 했습니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곳은 서너 군데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떨어지면서 같이 자신감도 떨어져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마음을 지키며 무거워지지 않았던 이유는 함께 하는 관계가 주는 힘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마음과 생활을 나누는 깊은 관계 안에서의 고백과 조언, 배려와 북돋음으로 힘내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고민하며 과정을 겪어가는 가운데 지난 6월 제가 설정한 자기 이유로 만족스럽다라는 판단이 드는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직이라는 과정이 새로운 직장을 간 것으로 완성은 아니겠지요. 새로운 일터를 계기로 생활의 변화를 시도하며 건강하고, 더 성숙한 삶을 하루하루 일상에서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치열하게 전환을 모색했던 것만큼 잘 살아갈 몫을 받아 안고 싹틀 대안을 기대해보며 오늘도 출근합니다!

심지연 | 복잡한 도시에서 소박하고 단순한 일상을 통한 영성을 배워가고 있는 9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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