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방, 강정에서 온누리 평화를 외치다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문정현 신부님의 노래가 강정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 미사를 방해하는 경찰들의 '고착'과 몸싸움에도 굴하지 않고 온 힘 다해 부르짖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삶을 던져 강정땅을 지키고 있는 평화활동가들을 위해 7월 23~27일 제주평화순례에 참가한 청년들이 ‘평화의 집짓기’를 했습니다.
집짓기 뿐 아니라 삶의 터전인 강정에서 오랜 동안 농사를 지어온 마을주민들을 위한 일손 돕기, 마을벽화 그리기도 하고, 해군기지 공사현장 해상감시, 평화깃발 수놓기 등 평화활동들에 참여했습니다. 저도 집짓기 팀이었습니다. 톱으로 쓱싹쓱싹 목재 자르고 못 박고 내장 단열재 넣고 드릴로 다시 나무판 붙이고…, 서서히 집이 형태를 갖추어갔습니다. 모두 함께 온 힘 쏟아 노동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신나기도 했지만 솔직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땡볕에서 열 시간 가까이 일하니, 평화고 뭐고 마음이 어려워지더군요. 하지만 그 고생 덕에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8년간 이어온 강정의 평화운동, 비에도 폭염에도 한결같이 묵묵히 투쟁해온 현장의 땀방울들, 고통과 눈물을 아주 조금.
이따금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참 시원했습니다. 2층을 올리고 2층 지붕에 올라가 일할 땐 저 멀리 해군기지 공사현장도 보이고 그 너머의 바다와 부서진 구럼비도 보였습니다. 2층에서 바다를 보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강정 지킴이들을 생각하며 뿌듯하기도 했지만,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정반대의 목적으로 건축을 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평화를 자신의 삶에서 구현하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평화롭게 살길 원했지만, '평화로' 살길 꺼려했던 것 같습니다. 안정과는 다른 차원, 좁은 길이라 불편하고 부대껴도 기꺼이, 또 당당히 그 길을 가는 삶이 평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내 삶에서 평화를 일구며 살 수 있을까?' 여전히 모호하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안정'과 '평화’' 차이를 발견했고 그 차이의 발견 틈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평화적 삶을 찾자는 야무진 다짐의 돌 하나 얹었으니까요. 지금 마주앉은 사람과 정직한 마음을 나누기, 타인의 무거운 마음의 짐 나눠지기 등 내 작은 실천에서 평화가 온누리로 흘러가길 소망합니다.
김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