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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작복작 대학생 함께살이 '샘터' 이야기 두 번째
몸과 마음이 바뀌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앞 '샘터'에서 언니, 동생, 친구들과 복작복작거리며 서로의 진실된 모습들을 보아주고 솔직한 나눔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밥하고, 잠자고, 살림하며 함께 사는 청년입니다. 지난 48호 마을신문에 샘터 소개 글이 나왔지요.

지난해 샘터에 살고 있는 언니, 동생들이 단식(斷食)을 했습니다. 그때는 '단식을 왜 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올 가을, 함께 사는 사람들은 제게 단식을 하면 자기 몸의 솔직한 외침을 들을 수 있고, 내 몸을 얼마나 홀대했는지 알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정신과 몸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건강하다고 착각하고 스스로 속여 왔던 삶을 반성하게 되고, 생명의 소중함, 일용할 양식의 고마움을 기억하며 살아갈 계기가 된다면서 강력히 추천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단식을 결정했지요.

▲ 단식 때에 먹을 죽염을 담은 종이 봉지.

감사하게도 샘터 언니와 동생이 함께 단식에 참여하였습니다. 함께한다고 하니 많은 안심과 의지가 되더군요. 단식에 대한 공부를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식사량을 줄이며 준비했습니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죽을 쑤고 도시락에 담는 과정이 귀찮고, 그래서 바깥 음식을 사먹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더라고요. 매일 아침 피부로 호흡하는 풍욕을 하고 산야초·미음·죽염·감잎차를 싸들고 목욕탕 갔다가 학교수업을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배고플 틈이 없더군요. 기운이 없지 않았고, 오히려 몸이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함께 단식한 친구는 가슴과 등에 두드러기가 나는 명현현상이 있었습니다. 매일 하는 관장이 낯선 경험이었지만, 저는 거뜬히 했죠. 그런데 친구는 관장이 잘 되지 않아 기분이 영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것에 대해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한 저는 몸이 가볍다면서 기분이 둥둥 떠 있었죠.


그런데 눈에 보이는 명현현상이 없던 저에게도 기분이 급 나빠지는 마음의 명현현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이 겹치면서 짜증이 다가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심각한 상황이 다가오면 감정을 유쾌한 '척'하는 것이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먹을 것을 '단'해놓으니 몸과 마음이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느꼈죠.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샘터에서 함께 사는 언니에게 "너의 감정을 잘 돌아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단식을 통해 몸으로 마주한 것입니다. 사실, 아직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나를 잘 지켜봐주는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짜증이 나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가라앉았고, 드디어 보식(補食) 기간이 찾아왔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점 앞을 지나가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무기력해졌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단식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고자 꾸역꾸역 참아냈죠. 보식 4일 째에 채소들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5일 째 야채죽을 먹을 때는 “맛있다”를 연발하면 먹었습니다.

▲ 단식 이후 밥상.

지금은 하루 한 끼는 생채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밖에서 밥을 사먹어야 할 때도 아무 거나 먹지 않고 찌개류나 비빔밥류만 찾아서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기, 밀가루, 유제품을 의식적으로 안 먹은 적이 없는데, 심지어 좋아하는데, 단식을 통하여 저의 식단이 싹 바뀌었습니다. 23년만에 나의 몸을 건강한 음식으로 채워나가고 돌보고 있는 것입니다. 음식을 꼭꼭 씹고, 배부름을 느끼면 수저를 내려놓습니다. 낯설기도 합니다.


지금도 자극적이고 맛있는 것처럼 위장한 음식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세상 속에서 음식도 빨리빨리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머리로는 미래를 걱정하며 입 속으로 패스트푸드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의 몸을 아끼고 건강하게 지켜 생명의 청지기가 되어야 하는데, 나의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식’이라는 문화 자체가 타락해 있었던 것입니다. 샘터 언니가 생협 음식을 먹어보자 했을 때 시큰둥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의 소중함을 알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직은 희망이 있구나 느끼면서 이제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몸에 들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함께 사는 이들과 노력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단식을 제안해준 이들에게 감사드리고 친구도 명현현상의 원인을 찾고 잘 나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박수지 | 함께하는 관계를 힘입어 대학생 때를 의미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으로, 학교 근처에서 4명의 언니, 동생들과 복작복작 신명나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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