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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앞에서 성급해지는 내게 들려온 말
"여유 가지고 천천히 해"

▲ 필자가 지난해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학생들과 '축구와 몸놀이' 수업을 할 때.


제가 이곳에 축구를 소재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아침에 하는 축구연습이 저에게 유익을 가져다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축구를 통해서 몸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껴요. 스포츠 보는 것을 좋아해 선수들 경기를 열심히 응원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운동장에서 직접 축구하는 아침을 기다리고 있어요.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을 통해 얻는 기쁨과 직접 하는 운동을 통해 제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기쁨은 정말 많이 다르네요.

직접 하는 운동이 주는 유익은 겸손함과 자신감인 것 같아요.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저것도 못하냐?'고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막상 기본기 하나를 습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저의 모습을 보면 그런 얘기가 부끄러워지면서 다음부터는 그런 비난을 자제하게 되요. 자신감도 같은 얘기인데요, 선수들의 경기하는 모습이 머릿속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운동장 위에서 저의 모습으로 구현이 될 때,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겨요.

축구는 격한 운동이라 갑자기 하면 몸에 무리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축구를 통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평소에 하는 꾸준한 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저도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를 많이 하지만 몸을 유연하게 해주는 운동을 평소에 해주지 않으면 갑작스런 동작으로 인해 몸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침운동을 시작할 때 준비운동과 운동장 달리기를 충분히 하고서 시작해요. 공을 얼른 차고 싶은 마음에 건너뛰고 싶지만, 중요한 운동이고 이것 자체로도 운동이 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하려고 해요.

그런 다음에 공 연습을 하는데요.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발로 툭툭 차서 올리는 연습이에요. 많은 횟수를 하는 것보다 정확한 동작으로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연습을 하는 이유는, 공을 다루는 발의 감각을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발목을 고정시켜 힘 있고 강하게 공을 차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발가락을 앞으로 접으면 발등이 저절로 펴지면서 발목이 고정되는데요. 공이 발에 와서 닿을 때는, 발등의 튀어나온 뼈 위쪽 발목에 닿는 느낌이에요. 중요한 건, 발로 공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몸에 힘을 빼고 발목에만 힘을 줘 공을 기다리다가 발을 갖다 대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러면 공이 핑그르르 돌지 않고 무회전으로 오르락내리락 할 거예요. 공이 올라오는 높이는 내 눈높이까지가 좋아요.

공 연습을 통해 얻는 효과는 공을 다루는 자세가 낮아지고 중심이동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거예요. 공을 다루는 섬세함, 균형감, 안정감이 생기지요. 공을 갖고 움직일 때나 공 없이 움직일 때나 리듬감이 생겨 걷고 뛰는 동작이 부드러워져요. 그러면 경기 중 당하는 부상의 위험도 낮아져요. 오랫동안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해요. 지루하지만 스스로 자기한계를 넘어서는 단계까지 연습을 해야 성장할 수 있어요.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공을 잡으면 마음이 급해지고 주변의 동료가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 "덤비지 말고 가만히 서있어", 제가 경기를 할 때 동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에요.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실수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주위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저의 성품이 축구를 즐기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해요. 마음이 급해 실수가 반복될 때는 '공이 나에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생겨요. 공을 가지면 성급히 공을 처리하려는 것은 저의 기질이고 오랜 습관이기 때문에 당장 바꾸기에는 어쩔 수 없는 면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발목 위로 공을 올리는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이지만 이런 저의 단점들이 점점 바뀌어가는 것을 느껴요.

평소에 하는 준비운동과 연습을 강조하는 것이 지루하고 뻔한 얘기 같겠지만, 축구를 좋아하고 저에게 생긴 변화는 이런 지루하고 뻔한 얘기에 경외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재미없는 훈련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막상 축구를 즐겨야 할 경기에서 공만 쫓아다니다 지치게 되더라고요. 지겨움을 이겨낸 스스로가 대견해질 만큼의 훈련을 해야 실수해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 생기고, 그래야 동료를 배려하고 동료들과 협력하여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어요.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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