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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마을 농생활 날적이

6월 1일
더위와 가뭄에 지쳐가고 있는 옥수수에 풀꽃화관을 씌워 주었습니다. 해야할 일 생각하며 급하게 달려가지 않고, 오늘은 한껏 기분 내며 일했습니다. 오랜 가뭄과 땡볕을 견디고 있는 싹에게 작은 그늘과 보호막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덮어놓고 보니, 새둥지 같기도 하네요. 밭작물들도, 우리도 모두 시원한 비 한번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절히! - 민선

6월 2일
감자밭, 옥수수밭 매고 웃거름 줬습니다. 메주콩 심기 앞두고 개망초 무성하던 이랑들 다듬던 것 마무리하고, 지난 겨우내 구들에서 콩대와 나무 함께 태운 재 올려줬고요. 가을김장밭 마저 다듬어 산흙도 여러 번 퍼 날랐습니다. 해가 뜨겁게 내리쬐지 않으니 밭에서 길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싹 소식 없는 곳이 많아 다른 작물을 심거나 다시 심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데, 시원스레 싹을 내기 시작한 서리태가 작은 위로를 줍니다. - 한영

▲ 오디가 익어 가고 있어요. 오디 넣어 빵 굽기.


6월 3일
벼밭 김매주고 옆 이랑에 팥과 녹두 넣었습니다. 좀 이른 감이 있어도 예년보다 일찍 더워지는 듯하여 그리했습니다. 덥고 목마를 때, 딸기도 따먹고, 오디도 따먹습니다. 덥고 가물어 메마른 때라 그런지, 과일맛이 더 답니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듯하면서도, 또 별로 개의치 않고 꿋꿋이 자라는 작물들 보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야겠다 다짐합니다. - 승화

6월 3일
소금물에 담궈둔 칡잎 건져서 물기 꼭 짜내고 된장에 효소를 섞어 켜켜이 발라 작은 항아리 가득 채워 저장해두었습니다. 쌈으로 먹으려고 뜯은 왕고들빼기 잎이 너무 많아서 장아찌로 담궜습니다. 그동안 쌈이나 김치로 먹었는데 장아찌는 처음이라 맛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아침죽 먹을 때, 반찬거리 없을 때, 짠~ 하고 밥상에 등장할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 한영

6월 4일
메주콩, 수수, 조 주변으로 김매기하면서 보냈습니다. 이번에 내린 비도 많지 않아 오늘을 마지막으로 고구마 물 줬습니다. 절로 난 들깨는 들깨순 나물로, 상추는 내일 도토리묵과 함께 무쳐서 먹으려고 뜯었습니다. 오디가 익어가고 있어요. 오디나무에 매달려 입술과 손에 물들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오랜 가뭄 때문인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버찌열매도 맛보았는데, 오디 때문이었는지 조금 쓰게 느껴졌습니다. - 윤희

6월 4일
이른 새벽 메주콩 심었습니다. 서리태밭에 아직 새 피해가 없어 내심 기대하고 있는데 메주콩밭도 한 번 지켜볼 일입니다. 개망초, 쑥, 쇠뜨기 따위 잔뜩 베고 썰어 오줌과 섞어 풀거름더미 만들었습니다. 지난 주 만들어둔 토착미생물 배양액, 어제까지 활발해지던 기포가 조금 꺾이고 냄새도 살짝 변할 기미가 보여 가을김장밭에 고루 뿌려줬습니다. 부엽토에 볏짚이불도 덮은 흙이니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좋겠어요. 수수싹이 거의 보이질 않아 고민 끝에 다시 심었습니다. 너무 늦지 않았길…. - 한영

6월 10일
메주콩 싹 나지 않은 곳, 새가 싹 잘라 먹은 곳에 메주콩씨 다시 넣었습니다. 쪽파 쓰러진 것들은 씨 얻으려고 수확했습니다. 자리 잡은 고구마 주변으로 김매기 했습니다. - 윤희

6월 10일
며칠 밭에 가보질 못하다가 오랜만에 밭에 들렀습니다. 완두꼬투리는 어느새 통통해져 있고, 밀도 누렇게 익어갑니다. 고구마는 자리를 잘 잡았고, 잎채소도 몇 차례 내린 비 덕분인지 그새 잎을 많이 만들어냈고요. 작두콩을 비롯한 각종 덩굴성 콩들, 오이, 수세미, 마 등 지주대 세워주는 일이 시급해보여 이번 주중 틈나는 대로 가장 먼저 하려고 해요. 여전히 싹 소식이 없는 고추, 파, 우엉, 땅콩 등의 빈자리는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려 합니다. 갑자기 땅이 넓어진 듯하네요. - 한영

6월 11일
마음을 급히 먹고 덤벼서인지, 세우는 중에도 지주대가 자꾸만 쓰러집니다. 매년 숲에서 나무를 구해 지주대 세우는 데 드는 품을 계산하며, 파이프 지주대를 사서 세우고 싶은 마음도 솟아납니다. 옆 밭에 이미 세워진 각양각색의 지주대 보며 남은 작업도 힘내서 하렵니다. 내일 찬거리로 머위대 뜯으며 옆에서 함께 자생하고 있는 미나리를 반가운 마음에 한 잎 뜯어 먹으니 향이 입 안에 오래 맴돌았어요. 울력으로 풀거름더미 한 무더기 더 만들어뒀습니다. 지난주 만들어둔 풀거름더미는 오줌 더 부어줄 겸 뒤집어보았더니 뜨끈뜨끈했어요. - 한영

6월 12일
매실효소 담그면서 작년에 담궈둔 효소들도 절로 살피게 됩니다. 작년 가을 담근 고추효소는 이제야 걸렀어요. 효소 건지도 쓸모가 있을 것 같아 모아두었는데, 어디에 쓰면 좋을지 궁리중입니다. 산야초 항아리는 설탕이 아직 녹지 않아 저어주었습니다. 김장김치 다 먹고 깍두기도 금방 동이 날 기셉니다. 봄채소 김치 담그고 익는 사이에 먹으려고 부랴부랴 무말랭이로 김치 담궜어요. 틈틈이 하는 여름김장의 계절이 어느새 시작되었네요. - 한영

▲ 잎이 노랗게 되면서 말라가는 감자.


6월 13일
이른 아침, 지주대에 그물망을 씌워주었습니다. 지주대가 늦어지면서 땅을 기기 시작하거나 목이 살짝 꺾인 덩굴들에게 미안한 마음 조금이나마 덜었습니다. 잎이 노랗게 되면서 말라가는 감자들이 보여서 마음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가뭄이나 영양 부족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가 더 지켜보면서는 병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더 번지기 전에 마음을 굳게 먹고 주변을 잘 정리하려고 해요. 내년 밭그림에서 돌려짓기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지, 씨감자는 어떻게 선발, 보관할 수 있을지 등을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 한영

6월 16일
발걸음 가는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일하며 보냈어요. 봄에 섞어두었던 퇴비 상태 살피기, 작년 갈무리한 콩깍지더미에 오줌 가득 부어두기, 효소 담을 유리병 햇볕에 널어두고 새로 산 항아리 깨졌나 확인하려고 콩쥐처럼 물 가득 채워두기, 장항아리 살피기, 오이수세미밭 지주대 나무 몇 개 구해오기, 고구마순 냈던 고무통 정리, 점점 억세지는 파 수확해서 다듬어두기… 내 손이 필요했던 곳들과 적절하게 만나게 되어 마음이 가볍고 개운합니다. - 한영

6월 17일
올 해 새롭게 개간하게 된 밭이 있습니다. 고랑 두둑 골 내어 이랑 만들고, 흙보다 더 많아 보이는 큰 돌들 골라내고, 흙이 너무 말라 보여서 봄 동안은 절로 풀이 자라게 두었어요. 그리 메말라 보이던 밭에도 봄을 나면서 풀이 무성해지더군요. 무릎높이까지 자란 풀들 고마워하며 베어서 두둑에 쌓고 오줌과 깻묵뿌려 풀거름 되게 덮어두고 몇 주 보냈습니다. 그렇게 쉬엄쉬엄 만든 밭에 오늘 녹두씨 넣고, 후두둑 내린 비에 위안 삼아 들깨도 옮겨 심었네요. 잠깐씩 비가 내리긴 해도 밭은 여전히 말라보입니다. 비예보가 있어서, 성장이 더딘 옥수수와 토마토, 감자에 웃거름 조금씩 주었습니다. - 민선

6월 17일
첫 수확이라며 완두콩을 보물 품듯 손에 품은 아이들을 종종 마주친 날입니다. 어제 정리한 씨고구마들, 손질해서 구워 나눠먹었어요. 싹을 내느라 바람 든 무 같은 아이들도 몇 개 있었지만, 작게 잘라 구웠더니 달달한 한입 간식으로 모두들 좋아했습니다. 그 맛 또 만나기를 기대하며 남은 고구마순 빈 곳에 심었습니다. - 한영

6월 18일
제법 자란 토마토 순지르기 해주고, 지주대 세워 묶어줬습니다. 주말에 오이 지주대로 쓸 나무도 구했습니다. 김치가 귀한 때에 손바닥만한 깻잎 따서 깻잎김치 해먹으려고 일부 수확했습니다. 매실항아리 저장고에 옮겨놓고, 빈 항아리 씻고, 매실항아리 덮게 바꿔주면서 다음 주 매실 담글 준비했습니다. - 윤희

▲ 촘촘히 올라오기 시작한 들깨.


6월 18일
작두콩 덩굴, 지주대에 씌워둔 그물망 잘 잡았나 궁금해서 가봤더니 싹이 안 났던 세 구멍 중 한 구멍에서는 쩍 벌어진 떡잎 사이로 본잎 만들 준비를 하고, 다른 한 구멍은 지진을 일으키는 중이었습니다. 두 달 만에 만나는 싹, 반갑고, 고맙고, 그간의 사연이 궁금합니다. 싹 소식이 없어 다시 심었던 들깨도 이제서야 촘촘히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지난번보다 좀 더 두텁게 줄뿌림을 한데다가 그간 여러 차례 지나갔던 비 덕분인가 봅니다. 예년 같으면 5일만에 고개를 내밀었을 메주콩, 2주만에 싹을 내네요. 물까치 소리가 심상치 않아 마른풀덮개, 그새 또 자란 망초순 등으로 숨바꼭질 시켜두고 왔습니다. - 한영

6월 19일
흐린 하늘, 습한 공기, 갑자기 쏟아지는 굵은 비, 아침에 널어둔 빨래가 아직도 꿉꿉한 것을 보며 장마가 벌써 시작된 듯한 하루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모았던 나무들로 드디어 오이-줄콩-수세미 밭에 지주대 세웠습니다. 키보다 큰 나무들 어찌어찌 엮는 도중에 나무 하나가 조금 짧은 걸 확인하고 뒷숲에 왔다갔다함면서 땀과 힘을 쏙 뺐습니다. 쓰러져 있던 나무들 중 제법 단단한 나무를 만난 덕분에 잘 마무리했습니다. - 한영


6월 19일
얼갈이 수확했습니다. 가문 봄을 지나며 크기는 작고, 노랗게 마른 잎이 많습니다. 봄채소는 꽃대도 빨리 올라오고, 벌레도 많이 타서 저에게는 아직 어려운 작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은 대로, 나물 무쳐먹거나 김치 담그려고 해요. 밭벼, 토마토, 강낭콩, 오이 밭 김매며 북주기 했습니다. 잠깐 다녀온 강건너 밭에서 이제 고개 내민 팥싹 보며 반가웠습니다. - 민선

6월 20일
봄채소들로 김치 담궜습니다. 꽤 많은 양이라 여럿이 어울려 김치 담그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나니 김치 부자가 되어있네요. 김치는 담글 때마다 양념 양, 간 맞추는 게 쉽지 않아 처음 하는 사람처럼 막막해질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늘 다양한 맛의 김치를 맛볼 수 있구나, 마음을 새롭게 먹어봅니다. 이번에는 고추효소 건지를 양념에 갈아 넣었더니 찹쌀풀을 덜 넣어도 단맛과 걸쭉한 느낌이 나고, 고춧가루를 조금 덜 넣어도 매콤한 맛이 나네요. - 한영

6월 22일
작두콩이 마지막 빈자리에서 지진을 일으키고 있어서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새들이 메주콩 떡잎 먹는 것이 심하진 않지만, 아주 안 먹진 않네요. 내일 빈 곳에 씨를 더 넣으려 합니다. 한차례 내린 소나기로 선선해진 공기에 절로 허리를 굽혀 김을 매다가… 상추와 아욱이 비좁아 보여 솎아내려다 쌀뜨물 주면서 빈 곳에 옮겨 심고, 거름자리에서 절로 난 무더기 토마토싹도 어떤 열매가 열릴지 궁금해하며 곳곳에 옮겨 심었습니다. 짧은 이사 후 비가 시원하게 내려주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 한영

한영, 윤희, 민선, 승화 | 학교와 텃밭에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며 희망을 얻는 홍천의 소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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