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홍천마을 농생활 날적이

3월 19일
함께 농사짓는 이들과 농사 계획을 나누었습니다. 나눔 받은 씨와 옆 밭에 심겨질 작물과의 조화도 고려하며 1차로 세웠던 농사 계획을 여러 차례 조율하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니 봄비가 부슬부슬 내려, 오늘 하려 했던 봄농사 거름 준비는 다음 날로 미루었지만, 바삐 달려가려는 몸과 마음에 쉼이 된 것 같습니다. -한영

3월 20일
씨앗을 다시 정리하며 한 해 밭 그림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오늘 비와 우박이 섞여 내렸는데, 이제 강원도 3월 날씨야 워낙 변화무쌍한 걸 알기에 많이 놀라지 않습니다. 봄에 내리는 비는 반갑습니다. 촉촉해진 땅을 보니, 한 해 농사를 생각하며 마음에도 물이 차오릅니다. -민선

3월 21일
새벽에 서리가 내렸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몸을 웅크리게 되다가도 거름을 섞고, 밭을 다듬다보면 언제 추웠냐는 듯 씩씩해집니다. 밭 둘레를 다듬기만 하려 했는데 하다보니 슬금슬금 이랑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고, 울타리 위치도 한 발짝 뒤로 갑니다. 작지만 개간은 개간! 그렇게 조금이라도 넓어진 땅에는 어떤 씨앗을 더 넣을지, 거름더미를 정리한 땅, 해가 잘 드는 땅에는 또 어떤 씨앗을 넣을지 고민하기도 하면서 농사계획을 더 다듬고 있습니다. -한영

3월 22일
아침 산책길에 숲에서 청설모 두 마리가 노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을 숲에서 바삐 움직이던 녀석들이 어느새 싹 사라져서, 다람쥐, 청설모들은 겨울동안 어찌 지내나 가끔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괜히 반갑습니다. 나뭇가지를 타고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어렵지 않게 넘나드는 것을 보며, 이 친구들에게는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다른 개체가 아니라, 나무들이 함께 이룬 거대한 그물망처럼 느껴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비도 눈에 띄고, 새들도 더 신나게 지저귀고. 숲생명들은 벌써 기운차게 봄을 살고 있습니다. -민선

3월 23일
화창한 봄날입니다. 남쪽은 벌써 개나리, 매화, 목련으로 화려합니다. 홍천 목련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오늘 날씨는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봄기운을 받아 겨울 옷 빨아 제대로 햇볕 소독하고, 정리해서 넣었습니다. 개운합니다. 재와 낙엽 등을 넣어 퇴비 섞는 일로 한동안 움츠렸던 몸을 풀었습니다.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입니다. -윤희

3월 24일
햇볕 따뜻한 낮시간에 밭에 올라온 꽃다지 캐서 된장국 끓여 함께 먹었습니다. 바람이 불긴 했지만, 오히려 기분 좋은 바람입니다. 등에 햇볕 받으며 잠깐 밭에 엎드려 손을 놀리면, 한 끼 반찬이나 국 끓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이렇게 들나물 캐서 밥상에 들일 수 있는 것은 꽃다지가 시작입니다. 곧 쑥, 냉이, 달래가 이어지며 밥상을 푸르게 수놓겠지요. 우리를 먹여 살리는 작은 생명들 덕에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봄날입니다. -민선

3월 24일
오전에 장 담글 소금물 만들어두었습니다. 염도계 없이 하는 소금물 농도 맞추기는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간단한 일일수록 정성을 다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곱씹게 됩니다. 오후에는 꽃다지, 점나도나물 뜯다가 터전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던 냉이를 몇 뿌리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밭에서 함께 키우면 내년, 아니 올 가을에 냉이 캐서 된장국 끓여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보호에 들어갑니다. -한영

3월 26일
잠자던 메주 꺼내 말갛게 목욕시켜서 햇볕에 말려두고는, 밭으로 가서 봄농사 웃거름, 가을농사 밑거름으로 쓸 거름을 미리 만들어두었습니다. 밭 손질하며 부엽토 퍼나르고, 씨앗 챙기며 농사계획 수정하고… 점점 바빠지는 중에도 지금 당장이 아닌 다음의 일을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게 됩니다. 밭 한쪽에 두둑이 쌓인 거름더미를 보니 든든합니다. 오후 반나절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제법 뜨거워진 봄햇살 덕분에 메주도 뽀송뽀송 말랐습니다. -한영

3월 26일
난방 틀지 않는 실내공간에 두었던 씨감자, 재에 묻혀 소독했습니다. 다음 주 씨감자가 들어갈 밭, 돌 고르며 이랑 다듬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도 밭 갈며 씨 넣을 준비를 하십니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같은 일을 해가는 농촌 풍경이 때론 재밌습니다. 채종용 무, 배추 심고, 지난해 담근 된장이 짜서 메주콩 삶아 으깨 넣었습니다. 장 담그고 간 맞추는 것보다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해를 거듭할수록 많이 느낍니다. 집에서 제일 명당자리,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관리한 옛사람들 생각하면, 그게 삶의 지혜요. 맛의 비법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윤희

3월 27일
맑고 화창하고 바람도 없어 장 담그기 더없이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올해도 더없이 좋은 날 장을 담그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항아리 속 소금물에 잠긴 메주들은 서당 근처에 새로 마련된 장독대에 자리 잡았습니다. 해도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데다 학생들 공부하고, 농사짓고, 뛰어노는 소리 들으며 장도 더 맛있게 익어가겠지요. 장독대가 널찍해서 메주콩 농사를 부지런히 지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항아리에 담근 간장도 함께 이사 와서 엊그제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짜긴 해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한영

3월 29일
오전 내내 비가 오다 안 오다 반복하다가 오후에 보슬보슬 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조용합니다. 너무 덥지도 않고, 비도 조용하게 내려 일하기엔 좋은 날씨였습니다. 다음 주 감자 심을 밭 헛김매기하며 감자밭 완성했습니다. 지난해 만든 퇴비 올해 농사에 쓰려고 밭으로 옮겼습니다. 함께 일한 친구 덕분에 힘쓰는 일을 신나고 재밌게 했습니다. -윤희

3월 30일
간밤의 비로 오늘은 정말 청명한 하루였어요. 이런 날 밭일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 밭에 다녀왔어요. 지난해 났던 들깨, 콩 잘라 대충 정리한 밭 위에 잘 덮어주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호미로 밭을 싹 갈아엎다싶었는데, 이제는 과자처럼 갈라진 그 밭이 좋아 최대한 안 건들게 되네요. 왜 봄날 밭은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부드럽고 고운 느낌…. 올해는 날이 따뜻한데, 작년보다 씨를 일찍 넣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네요. -승화

3월 31일
아침, 서리가 내렸습니다. 낮에는 따뜻해도 밤에는 기온이 내려갑니다. 이즈음 씨감자 꺼내어 재에 묻히고 햇빛 보이며 심을날 기다리는데, 저녁에 온도 내려가는 것을 생각해서 잘 덮어주지 않으면 냉해 입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4월 초까지는 안심하지 말고 살펴야겠습니다. -민선

3월 31일
잣나무숲 표고목에 버섯도 고개를 쑥 내밀고, 겨울을 난 쪽파며 대파도 어느 날 손가락 한마디는 자라 있어 다시 고개 돌려 보게 되는 따뜻한 봄날입니다. 해 잘 드는 곳에는 쑥도 제법 크게 자랐습니다. 늘 지나치기만 하다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만사 제쳐둔 채 주저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쑥을 뜯었습니다. 쑥국, 쑥떡, 쑥버무리의 계절이 돌아왔네요. -한영

4월 1일
덥다싶게 맑은 오후에, 학생들과 함께 감자를 심었습니다. 봄 날씨가 따뜻해 다른 해보다 조금 이르게 심었네요. 씨앗 상태가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강원도 봄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운지라, 심는 이들의 기운을 보태며 심었습니다. 저는 감자심기를 하며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볕 좋은 곳에는 작고 귀여운 양지꽃이 피었네요. 작아도 얼마나 씩씩한지요. 이 녀석들은 볼 때마다 웃음 짓게 해주는 막내동생 같습니다. -민선

4월 2일
씨감자 구하는 것이 늦어져서 이제야 손질하여 재에 굴려둡니다. 예전에 처음 하다시피한 사람들 셋이 모여 앉아 서로 물어가며 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삼짇날 다 지나가버리기 전에 쑥도 조금 더 뜯어두었습니다. 약성 좋은 쑥국으로 다같이 나눠먹으려고요. 낮에는 더워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여 매일 불을 땝니다. 잔가지를 하러 뒷산에 올랐습니다. 날이 많이 건조한지 고개를 내민 버섯이 크지 않고 마르는 느낌입니다. 어제 씨 넣은 고추, 완두, 옥수수와 함께 내일 비 예보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듯합니다. -한영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