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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마을 농생활 날적이

4월 4일
어젯밤부터 눈으로 바뀌어 내린 비 덕분에 뒷산의 설경을 감탄하며 한참을 보게 됩니다. 밤사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소식에 재에 굴려둔 씨감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내로 대피시켰는데 밭에 넣어둔 씨는 흙이 따뜻하게 잘 품어주었겠지요.
엊그제는 생활공간에 씨고구마 묻은 상자를 넣어 두었는데, 오늘 2차로 씨고구마를 묻어서 연구공간에 넣어 두었습니다. 어제 눈비 덕분에 습기를 한껏 머금은 산흙이라 물을 따로 주지 않았어요. 서당, 생활공간, 연구공간 곳곳에 씨고구마 상자가 보입니다. 어디서 싹을 가장 먼저 틔울지, 들려올 소식이 기대가 됩니다. - 한영

4월 4일
오후 잠깐 틈에 토종우엉과 당귀 씨 넣었습니다. 밭이 넓은 것이 아니니, 이곳저곳 틈새 땅을 고르고 골라 심었네요. 안정된 밭은 아니더라도, 오가며 눈 마주치고 애정을 줄 수 있는 곳에 살포시 넣었습니다. 약초로 심은 녀석들이 잘 자라서 우리에게도, 또 함께 자라는 이웃 생명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잘 전해주면 좋겠네요. 어릴 때, 당귀 잎을 코끝에 대어주던 어머니 생각도, 진하고 좋았던 그때의 당귀향도 떠올리며 오후를 보냈습니다. - 민선

4월 7일
저도 오늘 새벽에 산에 가서 부엽토 퍼다 씨고구마 묻었어요. 어제는 저절로 퍼진 딸기도 옮겨 심어보고 옥수수씨도 넣었습니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토마토와 상추도 넣었구요. 이제 슬슬 밭벼 자리 정리해야겠습니다. - 승화

4월 7일
장 담근 항아리 살피니 메주가 소금물을 다 먹어버렸더군요. 남았던 소금물 더 부어주고, 그걸로도 부족해서 소금물 조금 더 만들어두었습니다. 작은 비닐집 안에 땅을 파고 김장 항아리를 묻어두었던 것도 정리했습니다. 겨울에 너무 춥지도 않고, 눈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봄이 되니 김치가 있기엔 너무 따뜻해서 남은 김치들과 무짠지, 북향으로 난 서늘한 방으로 이사했습니다. 돌, 마른풀 따위가 쌓여있던 밭둘레 정리해서 작은 이랑 하나 만들어 개똥쑥 씨를 흩뿌려놓고, 아주까리 맞이할 준비 해두었습니다. 혼자서 설렁설렁하는 자투리땅 개간은 여럿이 함께 하는 큰 규모의 개간과는 다른 뿌듯함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 한영

4월 9일
5월 초부터 씨가 들어갈 곡식밭과 가을 김장밭 개간했습니다. 함께 일하던 이들 점점 말이 없어질 정도로 힘들고 고된 일이기도 하여 지난 주말부터 여럿이 힘을 모을 수 있을 때 물길을 내고, 고랑을 내어 밭의 윤곽을 조금씩 잡아가고 있습니다. 돌이 많고 풀 한포기가 귀한 땅이 어떻게 푸르름을 입게 될까 기대하면서 흙에 다양한 생물종이 살 수 있게 돕는 일을 찾아보고 해보기로 마음 단단히 먹습니다. - 한영

4월 9일
하늘은 맑고, 햇볕은 따스하고, 은근한 바람이 부는 봄날이었습니다. 햇살을 몸에 담은 채, 산과 밭을 거닐며, 지금 피어나고 있는 푸성귀(민들레, 고들빼기, 며늘취, 돌나물)들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진달래 꽃 피기 시작하고, 두릅도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진달래와 쑥으로 화전 만들어 먹기 좋은 때인 것 같아요. 틈틈이 앞으로 들어갈 곡식들을 생각하며 밭이랑 다듬고, 부추, 상추 씨 이르게 넣었습니다. 된장국 생각하며 냉이도 한 바구니 캤습니다. - 윤희

4월 10일
작년에 일부러 퍼뜨린 씀바귀가 지칭개를 따라잡으려는 듯 열심히 자랍니다. 해바라기씨 넣는 김에 김매면서 뜯어다가 효소로 담급니다. 올해는 해바라기씨로 기름을 짜볼 요량으로 욕심내 심어봅니다. 요사이 쉽게 빵을 만들고 있어, 조청 만들고 남은 쇠비름건지로 빵도 해먹었습니다. 효소는 버릴 게 없네요. 봄철 기분 느끼려 목련 꽃 조금 뜯어 2층 안쪽방에 말려 꽃차로 우려 마시며 격(?)있는 삶 누리고 있어요. 봄도 가을처럼 참 풍성합니다. - 승화

4월 14일
오늘 점심에는 별꽃, 쇠별꽃, 벼룩나물에 남은 식재료-양배추, 양송이버섯, 구운 감자를 곁들이고 달콤하고 고소한 참깨사과장을 끼얹어 버무려먹었어요. 잎채소 씨앗은 이제 막 심었는데 싱그러운 잎채소를 상큼하게 무쳐 먹고 싶을 때, 절로 나서 푸른 잎이 무성해진 나물들을 밥상에 올릴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쇠별꽃, 별꽃, 벼룩나물 하나같이 작은 잎들인데 정성껏 뜯어준 손길 덕분에 밥상에 올리리라 벼르던 음식 맛있게 나눠먹었습니다.
심은 씨앗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데 풀싹은 점점 많아집니다. 오늘은 딱 하나 올라온 완두싹을 풀싹으로 오해하기도 했네요. 올해 처음 만나게 되는 싹들을 잘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한영

4월 14일
얼마 전에 집 앞 텃밭에서 부추를 조금 다듬다가 옆에 있는 풀을 뜯어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달콤한 것이 강하지도 않아 그냥 먹어도 맛있어서 풀은 아닐거야 하며 스쳐 지나갔던 것이 미나리싹이라는 것을 오늘 장에 나오신 할머니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상의 궁금증이 갑자기 해소되면서 시원하기도 하고, 재밌습니다.
산에서 한번쯤 만나고 싶었던 나물을 집앞에서 만나니, 반갑고,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고 알아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앞 텃밭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상추, 아욱, 부추, 곤드레 씨 넣었습니다. 살짝 늦은 감도 있지만 개똥쑥도 조심스레 씨 넣어봅니다. - 윤희

4월 16일
고추장 담그면 좋은 시기는 조금 비켜갔지만. 우리가 고추장 담글 수 있는 오늘 고추장 담았습니다. 엿기름물로 맛있는 식혜 만들어서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엿기름이 조금 시큼해지면서 식혜는 못 먹게 되었어요. 아쉬웠지만 다음에 제대로 맛있게 해 먹자며 아쉬움을 달래보았습니다.
내일 저녁밥상에 올리려고 잠깐 머위 군락지에 들러 어린 머위잎을 땄습니다. 머위 덕분에 오랜만에 마을 맨 꼭대기부터 한 바퀴 돌면서, 이곳저곳 변화들을 살폈습니다.
밭에 호박과 박 심을 구덩이에 1년 동안 삭힌 거름 넣어 두었습니다. - 윤희

4월 17일
아침 안개가 가득했습니다. 개울건너밭에 유채와 갓, 순무 씨 넣었습니다. ‘유채는 여릴 때 나물 무쳐 먹어야지. 갓은 잎이 세어지기 전에 솎아서 쌈 한 번 먹고, 이번에는 갓김치도 한번 담아볼까. 순무는 김치 담을 양으로 몇 차례 나누어 심어야지’ 하며 밥상으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며 씨앗을 심었습니다.
오후에는 학교 뒷간 옆에 작은 화단 만들고 구석에 있던 금낭화와 붓꽃 몇 뿌리 옮겨 심었습니다. 옮기는 동안 뿌리가 건드려져 잘 뿌리내릴 수 있을까 살짝 염려되기도 합니다. 저녁 비소식이 자꾸 기다려지네요. - 민선

4월 24일
드디어 단단히 마음먹고 밭벼를 넣었습니다. 귀한 거라 산에서 부엽토까지 퍼 와서 밭 준비하였고요. 학교 터전 밭은 흙 상태가 어떨까 싶어, 이랑을 다 채우지 않고 가장자리에는 땅콩을 심어봤어요. 강 건너 밭이 물기가 많아 기대가 됩니다. 비교해서 살피는 것도 농사의 재미네요. 오늘 감자싹, 해바라기싹, 상추싹 다 머리를 내밀었답니다. 싹을 보는 일은 반복해서 보는 것인데도 늘 설레고 떨립니다. - 승화

이한영, 장윤희, 박민선, 오승화 | 강원도 홍천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신 밥 감사히 받으며, 기쁘게 살아가는 소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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