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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면서 신나는 몸놀이

"선생님, 이리 와보세요." "이것도 보세요." 학교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풀과 열매들을 보여주거나 자신들이 노는 공간으로 저를 초대합니다. 풀꽃과 흙으로 지은 밥, 뒤뜰에 만든 집….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를 둘러싼 숲속에는 아이들이 놀던 흔적이 가득하지요. 그냥 두어도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지만, 수업을 통해 제대로 맘껏 뛰놀며 배우는 '몸놀이' 시간이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공교육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가을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감사하고 행복한 나날도 많았지만 가끔씩 육아에 지쳐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마을초등학교 몸놀이 수업 자원교사로 아이들과 만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는 설렘도 컸지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평소 몸을 잘 쓰지 않고 잘 놀 줄 모르는 저였기에 주저하는 마음도 생겼고, 수업하는 동안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지요.

하지만 마을에서 함께 자녀를 키우는 벗들이 있기에 용기를 내어 수업을 맡기로 했습니다. 제가 수업하는 날이 되면 딸 아람이는 또래친구 시원이네 집에서 세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날에는 시원이가 저희 집으로 옵니다. 육아품앗이를 처음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 아이에게도 마을 이모를 엄마처럼 여기고 또래 친구와 관계 맺으며 놀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이다'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라고 행복해하는 걸 느낍니다. 수업을 진행하며 저 또한 아이들과 신나게 '얼음땡'이나 '다방구'를 하면서 그 때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낸 놀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 창의력 넘치는 발상에 감탄할 때도 있었답니다.

가끔씩 놀이 중에 마음이 힘들어 울거나 속상해하는 아이들이 생길 때면 즐거웠던 수업시간이 아슬아슬 위태로워집니다. 아이들의 놀이 상황을 공정하게 살피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아이들의 눈이 더 정확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서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헤아려 화해를 이끌어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문제 상황을 해결해가며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마음이 자랄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그런 소통의 과정 자체가 중요한 공부임을 깨닫습니다. 아이들도 예의 갖추어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과 다함께 즐겁게 놀기 위한 마음가짐을 배워갑니다.

일곱 살부터 아홉 살까지 열다섯 명의 아이들을 몸과 마음으로 만나며 저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교과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 익숙했던 제가 다양한 몸놀이 수업을 구상하며 사고의 유연함을 기를 수 있었고,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계셨던 덕분에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더욱 세심하게 아이들을 살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공교육 현장에서는 함께 수업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다른 선생님과 서로 의논하고 조율하며 수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제게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다양한 연령이 섞여있는 아이들을 함께 만나 수업하는 새로움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두꺼비집 짓기, 실뜨기, 비석치기 같은 전래놀이나 이어달리기, 변형발야구 등 놀이마다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다른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형님, 동생, 친구들이 어우러져 놀기 때문에 전략을 세워 서로에게 귀띔해주기도 하고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절로 흐뭇해집니다. 우리 전통 탈춤의 하나인 '봉산탈춤'을 여러 시간에 걸쳐 배우면서 신명나게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덩~딱기 덩~딱 얼쑤" 장단에 맞춰 탈춤을 배울 때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옆에 나와 같이 따라 추며 연습하며 의욕을 보이는 아이들도 기특했습니다.

그 동안의 만남으로 가까워졌다고, 저에게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들려주거나 풀꽃, 열매, 낙엽 등을 선물로 손에 쥐어줄 때마다 큰 감동을 받습니다. 몸놀이 수업을 하며 저도 몸과 마음을 펼 수 있었고, 생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수업에서 아이들의 소중한 마음을 받아 안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제 아이를 잘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육아에만 매몰되어 내 아이만 바라보지 않고 마을 안에서 더불어 자라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내년에 복직해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면 이 시간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잘 기억하면서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살필 수 있는 선생으로 살고 싶습니다.

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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