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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모여 잠자는 우리

"북한산이 바로 옆이다. 일찍 일어나서 다같이 마당바위까지 다녀왔는데, 아침 공기가 무척 좋았다. 형제방으로 돌아와 도시락을 쌌다. 역할을 분담해서 밥을 짓고, 세면하고, 멸치를 볶고, 떡볶이를 만들고, 그 와중에 계속 수다를 떨면서 참 재밌었다. 같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 그것이 굉장히 일상적인 부분에서 나타날 때는 또 다른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마을공동체에서 1박2일을 지낸 김서욱이라는 대학생이 나눈 이야기이다. 4월 26일~27일 북한산자락 인수마을에서 공동생활 워크숍이 열렸다. "이 워크숍이 매뉴얼을 전달하는 시간은 아닙니다. 빠르게 질주하는 도시문명의 한복판에서도, 서로를 비추며 살리는 공동생활이 가능함을 믿고 삶으로 살아온 청년들이, 자기 경험을 나누며 수강생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인수마을에서 여덟 개의 비혼 여성공동체방과 형제공동체방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삶의 현장으로 젊은이들을 초대했고, 공동체를 꿈꾸는 20대 학생 20명이 찾아와 두세 명씩 곳곳에 흩어져 함께 하룻밤을 머물렀다. 둘째 날 아침 도시락을 들고 맑은 얼굴로 마을수도원에 모여 공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공동생활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방을 각자 쓰는가’이다. 함께 사는 삶은 공간을 새롭게 배치하는 것이라고 한다. 밥 먹을 때, 잘 때, 공부할 때, 나갈 채비할 때, 끊임없이 서로의 얼굴을 살필 수 있도록 말이다. 가상공간에서는 '친구'가 많은데, 일상에서는 깊은 관계가 없는 사람이 많다. 관계의 빈곤은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길 뿐이다. 욕심을 덜 부리며 살려면, 남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단다.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인 '나랑 안 맞는 사람'과의 사이가 질적으로 변화될 때의 희열, 내 몸 하나 챙기기도 버겁던 내 존재가 어느새 옆에 있는 사람까지 책임지는 사람으로 커지는 경험이 공동체로 사는 삶 속에 있다고 했다.

김서욱 님은, "이렇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이번 만남이 내가 가는 길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 최유리 님은 "여러분이 언제든 찾아와서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든든한 언니, 누나가 되고 싶고, 또 다른 곳에서도 새롭게 시도해보는 소식을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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