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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새밭이 꽃밭! 제비가 찾아왔어요~

6.19 망종 닷새, 하늘땅살이 이야기

 

 


밭 주위에 둘러서서 노래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땅을 만난다
 
비 온 다음 날, 산 너머 밭 가는 길에 만난 열매와 꽃, 애벌레, 버섯이 참 반가워요. 올해는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산과 들이 모두 푸릇푸릇 싱그러운 빛을 띠고 있네요. 주렁주렁 달린 살구나무와 빨간 장미꽃 핀 마을길 지나 숲길에서 만난 재미난 얼굴 애벌레, 좀더 눈에 자주 띄는 망태 버섯도 반갑습니다. 산길 다니며, 이름 모르는 나무와 풀, 벌레 만날 때마다 기억해 두었다가 도감 찾아보며 이름 익혀요. 이름이나 얽힌 이야기 알고 보면, 그동안 눈에 안 들어왔던 새로운 세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지요. 참 신기합니다. 요즈음 우리 눈에는 망태버섯의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살구 열매
오가는 길에 만나는 망태버섯
 
너무 바빠서 부지깽이도 거들고, 오줌 누러 갈 새 없어 발등에 오줌 눈다는 망종. 김매기를 부지런히 해주어야 합니다. 빗님이 충분히 내려주어서 밭작물도 쑥쑥 자랐지만, 풀들도 엄청난 기세로 자랐어요. 김매기 하다가 땅 속에 있던 꿈틀꿈틀 애벌레도 찾았어요. 잘 보이지도 않았던 쇠비름이 여기저기 뻗어났고, 풀과 닮은 황차조 싹도 났는데 싹이 많이 나서 솎아주었어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호박꽃도 활짝 피었어요. 아기 호박도 달렸고요.

다발로 핀 감자꽃

강낭콩 꼬투리

앉은뱅이밀도 부지런히 익어 간다

 

강낭콩도 꽃 진 자리마다 꼬투리가 맺혔어요. 완두콩도 하늘 높이 뻗더니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쇠뿔가지도 한 주 만에 쑤욱 자랐어요. 훌쩍 자란 얼룩토마토도 하나하나 지주를 세워주었어요. 강낭콩 꽃 피고 앉은뱅이밀도 익어 갑니다. 상추, 아욱은 매주 따도 금세 또 잎을 내주어서 밭에 다녀오고 나면 밥상에 쌈이 푸짐하게 오릅니다.
 
번행초도 줄기와 잎 사이 작고 노란 꽃 피었어요. 감자꽃도 꽃다발처럼 예쁜 꽃 피워낸 걸 보니, 남새밭도 꽃밭 못지않게 많은 꽃들 피는구나 싶어요. 나비도 많이 날아다녀요. 모둠별로 할 일 마치고 궁금했던 생태뒷간과 논으로 달려갑니다. 텃밭지기 선생님이 뜨거나 자리 잡지 못한 모를 다시 심어주고 계셨어요.
 
모내기 마치고 논에 제비가 찾아왔다는 소식 들었는데, 제비를 볼 수 있었어요. 좋은 소식을 물어다 줄 것 같아요. 둠벙 미나리도 자리를 잘 잡았어요. 그런데 미나리와 함께 데려온 미꾸라지가 어쩐 일인지 죽어버렸나봐요.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하늘땅살이 날적이를 썼어요. 참! 우리가 사과참외 싹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녀석이 알고 보니 오이싹이어서 깜짝 놀란 일도 있었어요. 그래도 많이 넣은 씨앗 중에 겨우 두 개만 올라온 귀한 싹이니 잘 키워야겠어요. 일 마치고 밭 맨 꼭대기 평상에 올라 하늘도 보고, 밭도 내려다보고 그러다보면 학교에 돌아가기 싫어져요. ‘여기서 하루 종일 있고 싶다.’ 절로 그런 마음이 들지만, 부지런히 산길 걸어 학교로 돌아왔어요.
 

하늘땅살이 날적이를 쓰는 학생들

 

 

김미숙 | 서울 북한산자락 아름다운마을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정성껏 지냅니다. 올해 지역의 여러 공동체들이 마음 모아 일군 강북마을텃밭공동체(학생들은 "산 너머 밭"이라 불러요)에서 하늘땅살이 하며 온 생명 곱게 어울리는 삶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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