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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대화 - 갈등 해결과 일상 속 평화]
갈등, 피하지 말고 지혜롭게 전환하기
갈등 넘어 존재하는 평화와 화해, 그리고 성령의 축복을 향해


18년 외국 생활을 하고 돌아온 뒤 3년 만에, 공동체교회 한마당잔치에 참여한 것은 큰 축복이었다. 나는 평화신학을 잘 발전시켜온 교회인 아나뱁티스트 전통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한마당잔치 둘째 날에 열린 ‘주제가 있는 대화’에 초청을 받았다. 이번에 나에게 주어진 대화 주제는 ‘갈등 해결과 일상 속 평화’였다. 그러나 막상 강의에서는 갈등 전환에 대한 패러다임을 소개하였다. 갈등은 푸는 것이 아니라, 전환시켜야 할 에너지라는 생각과 해결보다 전환을 통해 더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우선, 자신의 이름, 자신이 느끼는 평화상태를 점수로 표현하고, 현재 씨름하고 있는 갈등에 대해 말하도록 한 뒤, 서클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50여 명이 참여한 두 번의 서클을 통해 ‘갈등이 없는 사람은 없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평화의 네 가지 차원(개인, 하나님, 이웃, 환경과의 평화), 그리고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내용을 소개하였다. 무엇보다 “갈등은 나쁜 것,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늘 대하는 자연스런 삶의 부분”으로 받아들이도록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소개하였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의 모든 이야기를 갈등이라는 주제로 풀어서 읽어봐도 재밌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갈등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그러기에 갈등은 죄가 아니라, 직면해야 할 삶의 소중한 친구이자 분변해내야 할 지혜라는 점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갈등을 다루어야 하는지 갈등회피, 갈등해결, 갈등관리, 갈등조정, 갈등전환의 차이와 반응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이끈 사람으로서 여러 현실 속 질문을 받으면서 몇 가지 점검해야 할 사항과 바람으로 정리해보았다. 우선은 우리 한국교회와 공동체가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개인이든 교회든 공동체든 고집스럽게 갈등을 다룰 수 없는 지경에까지 방치하지 말고, 작은 이슈로 있을 때 직면하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쏟아놓은 주된 관심사이자 질문이었던 “어떻게 갈등을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가능하다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훈련하면 좋겠다. 대화 속에서 나누었듯이 이렇게 훈련하다보면 갈등의 문화와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되고, 건강한 방법을 따라 갈등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개인은 물론 공동체 및 교회가 갈등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 즉 경계선(boundaries), 의사소통(communication), 의사결정(decision making), 개인 사이의 관계들(relationships among people), 그리고 지도력(leadership style) 영역에 대한 민감성을 개발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럴 때 갈등 넘어 존재하는 평화와 화해, 그리고 성령이 우리를 움직이시는 삶의 축복을 온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공동체교회 한마당잔치에 참여한 소회는 “희망을 봤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한국기독교의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언급하는 면이 적지 않은데, 다른 패러다임 속에서 교회를 이끌어가시는 성령님의 사역과 전체 교회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교회는 “무례함” “불통” “폐쇄성” “타락” “리더십의 부재”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종교그룹” 등의 오명을 한 몸으로 받아왔다. 실제로 한국 교회 현실은 이러한 오명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대학생 설문이 말해주는 것처럼 기독교는 청년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공동체교회 한마당잔치에서는 통계수치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보았다.

원래부터 주류교회에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기독교운동은 항상 적은무리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고 생각했던 사람인지라, 이번 공동체교회 한마당잔치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공동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함께 느낄 수 있던 잔치가 되었다. 칠십여 개 서로 다른 공동체교회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고, 주관 및 주최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보여준 헌신적인 섬김의 모습은 여러모로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공동체의 저력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십대와 칠십대가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각 공동체의 여정을 소개받고, 함께 감동하며, 함께 하나님 앞에서 2박3일을 보낸 것은 올해의 가장 뜻깊은 행사로 자리매김 될 것 같다. 50~60년 먼저 공동체를 먼저 시작한 선배들로부터 오는 경험담과 지혜, 이제 중년으로 변모하면서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30-40년 된 공동체들의 안정적인 공동생활, 청년의 나이에 정착을 꿈꾸는 10년 지기 혹은 20년 지기 공동체들을 비롯하여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하거나 씨앗을 틔우고 있는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하나님나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듣는 이들에게 감동과 격려와 희망을 선사해주었다.

2017년 공동체교회 한마당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한마당잔치에서 만난 브루더호프의 형제들의 말은 여전히 귓전에서 맴돌고 있다. “하나님의 성령이 독일에서, 미국에서, 영국에서 일하시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일하고 계심을 확신합니다. 그러기에 브루더호프를 카피(따라)하려 들지 말고, 한국에 맞는 공동체를 이뤄가십시오!” 벌써부터 다음 한마당잔치가 기다려진다. 그 때는 우리가 함께 주제로 삼았던 시편 133편의 말이 더 가까이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김복기 |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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