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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창조성, ‘산울림학교’에서 꽃피다
함께 실천하고, 같이 성장하는 교육공동체 꿈꿔


금요일 저녁 7시, 춘천 후평동의 한 상가건물에 선생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춘천에서 오는 이도 있지만, 강릉에서, 양구에서, 경기도 남양주에서 오는 이도 있다. 공부하고, 토론하고, 어느새 시계바늘은 자정을 가리킨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일까? 이번 여름방학에 있을 ‘산울림학교’ 준비를 위해서다. 산울림학교는 ‘모색21’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계절형 대안학교 이름이다. 이들은 달에 두 번씩 모여서 산울림학교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한다.

2001년 강원지역에서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 특히 강원대 교육학과와 춘천교대 학생들이 ‘모색21’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그간 춘천지역 내 대안고등학교 설립 추진, 대안교육 포럼, 계절형 대안학교인 산울림학교 등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여름과 겨울방학에 3박4일로 운영하는 산울림학교에 집중하고 있다.


산울림학교 선생님들은, 지금 교육의 문제를 인간 감성 상실, 이기주의 일반화, 정신의 나약함, 더불어 살 수 없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 실천인, 산울림학교의 철학은 ‘자유로움’과 ‘관계’이다. 아이들의 몸, 생각, 정신, 마음이 구속받거나 길들여지지 않고, 아이들 고유의 창조성이 꽃피도록 돕고, 자연과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잘 배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이런 목적 속에 모인 이들. 긴 시간 회의가 지겨울 틈이 없다. 우리 교육을 새롭게, 우리 삶을 새롭게 만들어 가기 위한 모색과 실천이 오히려 이들의 열정을 타오르게 한다. 회의와 토론은 전원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거침이 없이 진행된다.

산울림학교는 공교육 현장에서 하는 다양한 행위들이 과연 교육적인가 하고 물음을 던지는 곳이에요.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지요. 사탕을 주면서 단기적 통제에만 익숙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마음을 내기까지 기다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곳이에요.” 박지연(홍천 반곡초)


“혼자 하기 힘든 교육적 실천을 같이하는 곳이에요.” 정두용(강릉 동명초)

각자 관심 주제를 공부해 오고,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모아 계절학교 주제를 도출해낸다. 지난 겨울에는 ‘선택’이라는 주제였다. 지난번에 반응이 좋았던 것, 재밌던 것을 또 해보자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지만, 산울림은 늘 고여있지 않고 흘러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주제를 정하고 교육과정을 짚어보면서 '이렇게 하는 게 덜 불편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더 의미 있고, 그걸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다듬어가요.” 반원호(홍천 구송초)


꼼꼼한 준비과정을 보며 선생님들의 열정에 많이 놀랐어요. ‘그냥’ 놀았으면 할 때도 있는데, 모든 활동에 교육적인 의미를 많이 담으려 하는 것 같았어요.” 서유정(대학생)


산울림학교 12~16기에 학생으로 참여했다가 졸업하고 산울림학교 교사가 되어 다시 오겠다는 꿈을 꾸었던 20살 서유정 선생님의 고백이다.

“산울림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수시로 함께 놀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공교육 현장에서도 쉬는 시간 또는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이예은(양구 원통초)


아이들과 관계 맺는 방법도 배우고, 아이들 성장에 조바심내지 않고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정은호(남양주 장내초)


공교육 현장에서는 교육활동을 업무처럼 기계적으로 해갈 때가 많아요. 솔직히 학교에서는 힘든 업무가 나에게 오면 어쩌나 조마조마 할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서로가 빈틈을 채워주니 너무 조화로워요.” 박지연(홍천 반곡초)



3박 4일로 진행되는 <산울림학교>는 총 학생 수 32명을 넘기지 않고, 교사 1명당 4명을 넘지 않는 것을 운영상 중요한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껏 맘껏 뛰어놀며, 생각도 커지는 산울림학교, 이렇게 3박 4일 보내고 돌아간 아이들은 열병을 앓는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삶과 교육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답답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교육을 꿈꾸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동지(同志)와 동행(同行)을 위해 십수년간 모여온 이 모임은 이제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그동안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서로 확인하며, 서로의 빈틈을 채우고 신뢰를 쌓아온 산울림학교. 이 토대 위에 홍천군 동면 노천리에 공립형 대안학교(2019년 2월 개교 예정)를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로 국가에서 내려주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교에서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통해서 교육이, 학교가 아이들의 삶으로 동화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교사들의 집단지성이 민주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교사들의 실험장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수평적 관계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토론이 화산처럼 터져오르는 그러한 열정적인 학교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아이들의 자발성을 토대로 학교의 삶이 만들어질 것이며, 놀며 배우고, 배우며 노는 즐거운 학교를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곳이 바로 노천초등학교가 될 것입니다.” 반원호(홍천 구송초)


이제 이들은 새로운 교육 실천을 위해 함께 뜻을 모아 홍천의 작은 ‘농촌마을’로 들어간다. 산울림학교 선생님들은 노천분교에 모여 아이들의 생명이 약동하도록 돕는 교육,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교육을 통해 교육의 본질도 회복하고, 농촌의 마을도 살려가길 기대해 본다.

고영준 | 서석면에 살면서 '마을공동체교육'에 함께하고 있고, 마을 아이들이 생기 있게 자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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