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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배우는 더불어 사는 삶으로
과거·현재 공동체들 연구로 우리 삶 돌아본 공부 여정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심화과정 어진이들 과정'이 2015년 9월부터 1년간 진행되었다. 직장인, 대학생, 활동가, 살림하는 이 등 28명이 격주 일요일 저녁에 모여 늦은 밤까지 꾸준히 공부해온 것이다. 철학, 역사, 종교 등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자기가 살아가는 마을공동체 삶을 해석하는 힘을 길렀으며, 오랜 역사를 통해 이어져온 공동체 운동을 살펴보기도 했고, 한국 곳곳에서 움튼 다양한 공동체들을 직접 탐방해서 연구 결과물로 남기기도 했다. 이번 마을신문 좌담은 삶에서 나온 고민을 풀어가는 배움을 함께하고, 그 배움으로 삶을 새롭게 하는 이야기이다. 땅을 딛고 삶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좌담은 10월 7일에 열렸고, 최혁락, 이명연, 이선아, 조승연, 정혜현 님이 함께하였다. <편집자 주>


승연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15년간 일했고, 지금은 휴직해서 몸을 돌보며 다음 진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공동체 강의를 들었는데 “약한 자를 수혜자로 여기지 않고, 서로 주고받는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어요. 혼자 풀리지 않는 질문을 다른 장에 사는 공동체 사람들과 만나 풀어보고 싶었어요. 이번에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삶을 보며 ‘되는구나!’를 확인했습니다.

선아 작년부터 일을 쉬면서 마을 밥상지기로 크고 작은 일들 배우며 재밌게 지내요. 어진이들 과정을 공부하며 기존의 여러 상이 깨지는 기쁨이 있었어요. 역사를 돌아보는 연구를 하고, 자료로만 보던 공동체를 직접 만나 기운을 느낀 것이 새로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또 공부가 지금 내 삶도 더 명확하게 해주었어요.

혁락 2년차 직장인입니다. 대학에 만연한, 점수를 받아내는 공부가 아니라 삶의 문제를 직면하는 공부를 하면서 책임 있는 삶을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혜현 직장에 다니며 세 아이를 키우고, 또래 친구들과 마을에서 재미나게 살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하면서 타협하는 지점이 많이 생겼어요. 생활이 수도가 되는 삶을 들여다보고, 하늘 뜻에 맞는 정연하고 단정한 삶을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일상을 정연하게 살아내는 힘은 어디서 올까? 자본과 자신에게 매몰되어 쫓기는 악순환을 벗어나, 하늘 뜻과 이웃을 돌아보면서 참 인간다움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고 어떻게 그렇게 살게 되었냐 묻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힘 속에서 혼자 추스르기 어렵다 생각했는데, 함께 생활수도공동체를 연구하면서 이 과정을 묻고 나누며 뜻을 되새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명연 도시 직장인으로 지낸 지 5년 정도 됐어요. 한 주에 한 번 공부 시간을 지켜가는 배치가 어질게 살지 못하게 하는 도시에서 나를 지키는구나 느꼈어요. 어진이 과정 공부하기로 했던 세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을 잘 알고 싶다였어요. 1년을 돌아보니 함께 공부하면서 저 자신을 더 알게 되었고, 역사 속 공동체 운동을 연구하고 공동체 탐방하면서 지금 삶도 더 객관화되었어요. 공동연구이다 보니 연구모둠에서도 제 모습을 계속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일상 정연하게 살아내는 힘 어디서 올까?


선아 결과도 그렇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내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여러 관계의 장에서 공부하다 보니 내가 어느 부분에서 불편한지, 좋아하는지도 보였어요. 어떤 태도와 분별력으로 자료를 대할지도 배웠어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수도했던 사람들이 무수히 있었지만 저희는 기록이 남겨진 이집트 북부에만 주목했어요. 왜 그 지역이 주목되었냐는 질문을 받고서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쓴 기록이 남았다는 걸 알았지요.

명연 이름도 빛도 없이 수련하고 공동체로 살았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 대한 기록이 없다 해서 운동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단 걸 배웠어요. 유명한 사람이 썼다, 이게 통설이다 하면 그런가 보다 여겼던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더 긴장하며 보게 됐어요.

승연 학교에서 했던 공부는 권위자가 이렇게 얘기했다, 즉 판단의 근거를 누군가가 뒷받침한다고 하면 ‘질문 끝’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했던 공부는, 관성화된 평가에 확신을 두지 않고 우리 삶과 그 시대 맥락을 분별해서 재평가하는 훈련이 되었어요.

명연 공부한 결과물을 발표했을 때, 근원적 질문을 받기도 하고, 연구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도 받으면 약간 무너지는 느낌도 있었어요. 그래서 역사 속 공동체를 대상화하거나 가볍게 평가하지 않으려 조심했어요. 직접 만난 공동체 정리는 더 조심스러웠어요. 비교 연구를 하려면 먼저 평가를 해야 했거든요.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균형을 잡게 되었어요.

혜현 걸어온 역사 속에서 굉장한 아픔이 있던 공동체가 있었어요.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고 풀어나가고 있는지 주목해야 했는데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만 포착해서 이야기 나누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공동체의 역사를 통틀어서 조망해야 하는 것이죠. 공동체뿐 아니라 한 사람을 만날 때도 그의 말을 넘어, 걸어온 인생길에서 주목할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만들 때, 지나온 역사를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생각되었어요.

역사와 기록의 폭력 넘어서


혁락 제가 탐방한 공동체는 대표의 증언에서 공동체 가치들이 추상적인 개념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했어요. 개념을 잘 정립했던 역사 속 공동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공동체도 있거든요. 제가 가치나 개념에 잘 끌리는데, 지속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은 함께하는 사람들, 앞서간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 그 힘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승연 저는 오히려 개념 정리가 도움이 되었어요. 저들은 왜 저렇게 살고,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우리 삶을 다시 찾아보고 옆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정리를 했어요. 다른 공동체와 우리가 다른 모습을 돌아보니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상을 바꿔가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게 살고 있는 거예요. 제가 함께하는 농도 상생(相生) 마을공동체는 실제로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개념이 실제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정리하게 되었어요. 정교하게 소화하지 못한 개념은 일상에서 적용하기도 어려웠던 것 같아요.

혜현 저는 현실을 수용하는 태도로 살아왔기 때문에, 어진이들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문제의식, 구조 설정의 중요성을 주목하게 되었어요. 불편함 속에 깃든 문제의식, 그것을 조장하는 구조 틀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대안을 펼치는 것이 온전한 생명력의 발현에 필요하다 느꼈습니다. 개념과 명제가 나에게 옳고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누구에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적합하게 적용되어야 함도 배웠어요. 만나는 사람에게 맞게 설명해야 하는데 정리에만 주력하다 보면 대상을 살피지 못해 결례를 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승연 제가 다녀온 공동체에서 어떤 질문을 했는데 그분들이 대답하신 내용에 맞는 대답, 즉 우리가 줄 수 있는 삶의 근거는 무엇인지 답을 못했어요. 지금 정리한 것은, 논쟁을 해서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관점으로 푸는 것이에요. 가장 연약한 생명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까라는 관점요. 다른 공동체에서 배울 점도 있지만, 한편 우리가 가진 것을 살려서 흘려보내는 역량까지 길러야겠다 생각했어요. 어떤 공동체는 공동체를 책임 있게 이어갈 사람을 어떻게 키우냐 질문하니 당신들이 우리를 이어서 소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얘기하셨다 해요. 공동체와 우리를 분리시키지 않고 하나로 여기시는구나 느꼈어요. 

명연 짧은 만남이었지만, 직접 마주하지 않았다면 경험할 수 없던 게 많아요. 여성 수도공동체 방문을 마치고 새벽에 돌아올 때 거기 계신 분께서 한 명씩 안아주시며 배웅해 주신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명랑한 소녀 같은 언님들 모습, 따뜻하게 환대해주시는 태도가 마음에 남았어요. 언어나 개념으로 담을 수 없는 무엇을 탐방을 통해 느꼈어요.

삶을 해석하고 소통하다


혜현 살면서 생겨난 문제의식을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고 차근차근 풀어온 모습을 탐방한 공동체에서 보았어요. 공동체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직업을 제안하고 도움을 주면서 생활 방식을 선택했어요. 공동체도 사람처럼 보호할 때가 있고, 뜻을 펼쳐갈 때가 있는데, 보호의 단계 때 내부 지도력과 규율을 통해 함께 사는 사람을 지키고, 힘을 축적한 이후를 그리며 앞을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승연 공동체로 살면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과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탐방한 공동체에 한 적이 있어요. 다양한 삶의 질문이 끊임없이 생성되는데 그런 질문 덕분에 힘 있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대답이 인상적이었어요.

혜현 방문했던 공동체에서 열아홉 살이 된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 친구는 성장 과정에서 친구들이 떠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모, 삼촌들 보살핌과 사랑으로 성장했어요. 공동체에 살기로 어떻게 결단했느냐 물었더니 논리나 이론보다 받은 사랑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답변해주었어요. 그 아이 고백이 울림이 되었는데요. 공동체를 움직여가는 힘은 안정적인 기반이나 규율을 넘어 사랑이라는 힘이구나. 이 공동체도 어려움을 사랑의 힘으로 돌파해나가는구나 생각했어요.

혁락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해 도시에서 한 시간 거리의 터전을 찾아 전일적 공동체를 꾸렸는데 그 과정에서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빚을 지는 상황에 처한 곳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어려운 상황이 서로를 자기 몸 같이 사랑하는 계기가 되고, 위기를 새로운 출발로 전환한 공동체의 지혜를 보았어요.

명연 수도, 생활, 일을 순환하며 생기 있게 살려 힘쓰는 공동체들을 만났어요. 어려움을 넘어섰던 힘이 어디 있을까 궁금했는데, 처음 뜻을 품었던 때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시더라고요. 처음 마음을 늘 안고 가시는 것 같아요. 백발이 성성한 분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가치를 전수할까 여전히 고민하고 계세요.


공동체를 든든히 뒷받치고 있는 힘은

선아 공부를 마무리하며 느낀 것은 우리가 받은 것이 많다는 것이에요. 연대하고 나누려면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 자기만족이 아니라 책임 있게 공부하고 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혜현 시대를 탓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정연하게 사는 모습을 본받고자 수도공동체 방문을 선택했는데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도 그런 소망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 확인했어요. 이렇게 소망 없는 시대에도 뜻을 세워가며 어떻게 줏대 있게 대안을 일구며 살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이 있고, 실제 그러한 삶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구나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저대로 어떻게 제 삶의 대안을 일관되게 실천할 것인가 고민이 이어져요. 일상에서 제 역량을 넘는 일들은 걷어내고, 함께 사는 이들과 정직하고 일관되게 살고 싶고, 이제까지 배운 것을 마을공동체 생활 안에 녹여내어 살고 싶습니다.

승연 공동체로 사는 게 무엇일까 질문이 남아요. 각 공동체가 하나같이 삶의 질문 앞에 정직하게 반응하면서 치열하게 사는구나 보았어요. 삶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만나면 힘이 되고, 힘을 주기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묵직한 질문이 남습니다.

혁락 저는 공동체로 사는 이유를 정리하는 한편, 함께 더불어 살 동지를 더 잘 만나가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명연 제가 마을공동체에서 자연스레 누리는 일상을 주변에 잘 소통해야겠다는 필요를 느꼈어요. 또 배움을 삶으로 일궈갈 전략을 더 잘 세우기로 다짐했어요.


진행 김준표 | 직장인으로 사는 의미를 생각하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삽니다. 마흔이 다 되어 시작한 토요일 새벽 축구를 친구들과 즐기고 있습니다.

정리 최혁락 | 결과에 경직되어 과정에서 소중함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게으름이 운명이 되는 것에서벗어나고픈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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