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맛을 보장한다는 그 레시피대로라면 아침 6시면 배춧잎들이 물컹 접혀야 하는데, 톡 소리가 나며 생배추마냥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절임이 맛을 좌우한다는데. 낭패였다. 결국 새벽잠을 즐기던 모두가 일어나 다시 일일이 뒤집고 소금을 치며 배추를 달랬다. ‘보통 절인 배추를 주문하던데, 대세를 따랐어야 하나…’, ‘소금을 계량해서 넣었어야 했는데 손 감각을 너무 믿었어’, ‘올해 배추가 가을 기상이변 때문에 표준 배추보다 훨씬 작아서 어려웠던 거야’… 온갖 생각이 들었다. 반나절 지나고 나니 다행히도 배추는 맛있게 절여졌다. 둘러앉아 김칫속을 버무리고 배춧잎 한 장씩 들추며 빨갛게 양념으로 색칠했다. 남은 김칫속과 보쌈으로 점심을 차렸다. 듣던 대로 보쌈은 김장의 화룡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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