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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타들어간다, 비야 오너라
삼일학림 하늘땅살이 5월 날적이(2)


5월 17일 해날

오이 싹 거의 다 났다. 혹시나 싶어서 비슷한 시기에 심은 사과참외도 보러 갔는데, 풀 덮개 치워보니 빼꼼 나 있었다. 반가워^^ - 주은

화요일에 만든 생강나무 잎 장아찌를 다시 꺼냈다. 앞으로 쭉 보관하기 위해 살균하는 뜻에서 국물을 한번 끓인 다음 식혀서 다시 부어줬다. - 상원

5월 18일 달날

아침에 주은이랑 산에 가서 칡잎 땄다. 장아찌 만들 거다. 여린 것, 그러나 어느 정도 큰 것을 고르려다보니 선택의 폭이 확 준다. 그래도 꽤 많이 한 것 같다. - 해민

5월 19일 불날

밭벼 싹이 났다. 작년에는 긴가민가하면서 봤는데 작년에 심어봤더니 딱 보고 알아볼 수 있었다. 역시 한 작물을 적어도 두 해는 심어봐야지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것 같다. - 예진


수업 끝나고 머리 식힐 겸 밭에 갔다. 점심시간까지 부지런히 손 놀리다, 꿀맛 같은 밥 먹으로 갔다. 점심 먹고는 어제 뜯은 칡 중에 너무 억센 게 있어서, 정자에 앉아 골라냈다. 오후에는 예보엔 없었던 비가 왔다. 저녁 먹을 즈음 되니, 하늘에서 누가 바가지에 물을 받아 끼얹는 마냥 비가 왔다. 칡 장아찌 만들기 위해, 칡 씻고, 곱게 개켜 삼삼한 소금물에 담가 놓았다. 이렇게 하면 수분이 빠져, 오래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 주은

아침부터 흐리더니 오후부터 비가 한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목요일에 잘라서 물에 담궈놓은 고구마줄기도 뿌리가 많이 나온 상태라 심을까 말까 고민했다. 앞으로 비 소식이 없으니까 지금 심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줄기를 들고 밭으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고구마를 심는 30분 동안 비가 엄청 내리더니 다 심고 얼마 안 가서 다시 잦아들었다. 쏟아지는 비 맞으며 일한 게 기분 좋은 적은 처음이었다. - 상원

5월 20일 물날

오랫만에 밭에 가니 풀들이 무성하다. 토마토 밭들에 유독 개망초와 쇠뜨기가 많다. 풀들에 기운에 눌렸는지 종토마토싹은 하나 밖에 나지 않는다. 늦었지만 재파종할까? - 예진

5월 21일 나무날

밭을 돌아다니며 김매기를 했다. 보리, 쪽파, 완두콩, 오이 밭에 조금씩 커가는 망초, 달개비 따위를 뽑았다. - 상원

학교 터전 여기저기에 밭을 만들고 있는데 퇴비간 쪽에 개간된 밭에 들깨를 심었다. 개간된 밭이라서 그런지 돌도 많고, 흙도 딱딱했다. 풀로 잘 덮어주고, 부엽토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 예진

5월 22일 쇠날

높은 가지에 달린 아카시아꽃 보면서 매번 따서 효소를 담그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마침 지영선생님과 마음이 모아져서 아카시아를 따러 갔다. 가는 길에 키가 작은 아카시아나무들이 있어서 꽃을 꽤나 많이 딸 수 있었다. 높은 가지에 있는 꽃들은 서로 가지를 끌어주며 따니 수월했다. 저녁밥을 먹고는 꽃을 줄기에서 때어내고, 씻는 일을 했다. 꽃이 마르려면 시간이 걸려서 설탕에 버무리는 것은 내일 하기로 했다. - 예진


오늘은 고구마를 심었다. 낮엔 해가 뜨거워서 저녁에 심었다. 구덩이를 깊게 파서 물을 충분히 주고 고구마 줄기의 반 정도를 땅에 묻은 다음 낮에 해온 부엽토를 덮었다. 처음 심어 보았는데 기운 없는 모습이 마치 병에 걸린 사람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몸살이 조금 난다는데 잘 자라주면 좋겠다.
그리고 밥상 실습을 했다. 한 시간 정도 산을 헤매어 취나물을 뜯은 다음(덕분에 참취는 확실히 알았다.) 저녁에 된장과 들깨가루에 무쳐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사람들도 맛있다며 잘 먹어주어 고맙고 뿌듯했다. - 어진

5월 23일 흙날

아침에 씻지도 않고 나가서 밭일했다. 잠도 확 깨고, 개운하고, 좋았다. - 해민

아카시아 효소를 담궜다. 설탕은 꽃 무게의 0.8 비율로 넣었다. 향기로운 아카시아꽃을 효소로 담그고 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 예진

저녁 밥 먹기 전에 고구마 밭에 물을 뿌려주었다. 요즘 햇볕이 정말 강해서인지 고구마 줄기들이 말라가고 있었다. 비가 오면 좋겠다. 하지만 이번 주와 다음 주에 비 온다는 소식이 없다. 고구마가 더운 날을 잘 견뎌내면 좋겠다. - 진혁

5월 24일 해날

홍천에 오자마자 단호박밭에 가보았다. 옮겨심어서 몸살을 앓던 애들이 가뭄까지 견뎌내고 살아있다. 용하다. 너희는 나보다도 더 강할 것 같아. - 은진


딸기가 제법 빨갛게 익어 몇 개 따먹었다. 알은 작아도 맛은 진하다. 딸기 따고나면, 손에 배는 딸기 향이 너무 좋아 하루종일 킁킁댔다.
헛김매기를 마쳤다. 유난히 풀씨가 많은 밭이었다. - 주은

눌언동 계곡에 나들이 갔다. 물 구경하니 어딘가 시원해진 기분이다. 비가 안와 팍팍한 밭과 작물을 보니 ‘얘네도 물 구경 좀 해야 할 텐데’ 싶다. 물놀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고, 막막하다. - 해민

5월 25일 달날

오랜만에 고구마에게 물을 주었다. 이 더운 햇볕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고구마가 정말 대단해보였다. - 진혁

5월 26일 불날

집에 다녀와서 고구마밭을 제일 처음 들렸다. 그런데 말라서 줄기만 있고, 잎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잎이 다 떨어진 줄기에서 단단한 보랏빛의 새 잎이 나는 것을 보며 희망이 조금은 생겼다. - 예진

사랑채 앞에 토끼풀이 무성해지더니, 꽃대를 쑥쑥 올리고 옥수수퐁같이 퐁! 하고 꽃을 터뜨렸다. 몇 개 따 팔찌 만들어 생일 맞은 동생들 손목에 차주었다. - 주은

5월 27일 물날

내 밭의 상황은, 감자는 남들 것보다 약간 작아서 힘이 딸려 보이고, 고구마는 튼튼하게 싱싱하게 나름 선전하고 있다. 얼룩토마토 싹은 별로 안 났는데 종토마토 싹은 많이 났다. 그리고 조 싹은 많이 났는데 수수 싹은 많이 안 났다. 땅콩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해바라기는 시들시들 잎이 말라가고 있다. 이렇게 보니 6월 첫 주 집에 가기 전에 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 감자 거름 주기, 김매기, 북주기. 저녁마다 고구마 물 주기, 남은 고구마 줄기 심기. 조, 수수밭 김매기. 메주콩 밭 헛김매기. 할 게 정말 많았다. 그래도 기쁜 소식은 토요일에 비가 온다는 것이다. 일주일 넘게 비가 안 와서 비소식을 정말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가 온다니 정말 반갑다. 그래서 감자 거름 주기는 금요일 저녁에 할 생각이다. 토요일에 꼭 비가 오면 좋겠다. - 어진

5월 28일 나무날

우연히 땅콩밭을 둘러보다가 땅콩 싹을 보았다. 처음에는 풀인 줄 알았는데 땅콩 싹이었다. 정말 반가웠다. - 진혁

아침에 산에서 마른 낙엽을 주워와 부산물과 섞어주었다. 그리고 칡순과 칡잎을 땄다. 칡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덩굴이었다. 따는 동안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그 어떠하리…' 하는 시조가 머리속을 계속 맴돌았다. 칡순은 자라는 모습이 더듬이 같은 느낌이다. 주변을 살피면서 '음, 이쪽이 좋겠군' 하면서 자라는 것 같이 보여서 웃겼다. 순과 잎을 씻어서 분리하고. 잎은 장아찌를 하기 위해 개켰다. - 은진


고구마줄기를 심었다. 확실히 내가 키운 고구마줄기가 잔뿌리도 훨씬 많고 튼튼해 보였다. 몸살 없이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주는 게 귀찮은 일인 것 같다. 물통도 무겁고 멀기도 멀어서 참 힘들다. 정성을 두 배로 들이는 만큼 잘 자라주면 좋겠다.
메주콩 밭도 헛김매기를 해줬다. 밭이 울퉁불퉁해서 다시 만들어야 할 것만 같다. 그래도 풀들이 다 커서 뽑기가 수월했다. 그리고 흙이 바짝 말라 있어서 잘 뽑혔다. 내일은 감자 웃거름을 줄 생각이다. - 어진

5월 29일 쇠날

내일 비 온다 해서 수수 안 난 자리에 씨 넣고, 사이사이에 호미 한 자루 간격으로 세 알씩 쥐눈이콩을 심었다. 심고나서 씨를 나눠준 어진이한테 간격을 물으니, 호미 한 자루는 택도 없다고 했다. 이번 주 안에는 다 심어야 된다는 생각에 너무 섣불리 한 것 같다. - 주은

메주콩밭을 제대로 헛김매기 해주었다. 다른 밭에 비해 길어서 해도 해도 끝이 안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몇 번 김매기 해줬던 터라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저녁에 재와 오줌 희석한 웃거름을 단호박에게 주었다.
밤에는 어제 딴 칡잎으로 된장장아찌를 만들었다. 된장, 매실, 다시마육수를 섞어서 양념을 만들고, 개켜놓은 칡잎을 물을 꽉 짜서 한 장 한 장 양념을 발라주고 나서 일주일 정도 보관하면 된다. 다 만들고 이전에 만들어놓은 칡장아찌를 먹어봤는데, 된장맛이 나면서도 새콤한 게 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 은진

아침저녁으로 시원할 때 밭 거니는 게 정말 좋다. 어둑어둑한 밭에 있을 때면 하늘땅과 함께 밤을 맞는 게 참 좋다. 달도 밝고 참 예뻤다. - 해민

5월 30일 흙날

오늘은 아침부터 밭일을 했다. 원래는 어제 감자한테 거름을 주려고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오늘 주게 되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전날 거름도 주려고 하고 고구마도 심은 것이었는데 비는 아주 조금오고 해가 쨍해져서 매우 실망했다. 이놈의 비는 언제오실 작정인지.. 나름 4년차 농사꾼인데 거름을 처음 줘본 것 같다. 이런 흙 같은 거름을 주면 더 잘 자란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오늘은 고구마에게 물을 안줬다. 매일 물을 줄 때마다 흙이 젖어있어서 물을 줘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께 심은 고구마 줄기에는 물이 필요했을 것 같다. 설마 하루 안준다고 죽진 않겠지? - 어진

비가 스멀스멀 와서 들을 심었다. 비가 너무 안 온다. 올 거면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면 좋겠다. 동아는 싹이 안 난다. 내가 심은 동아 자리에는 다른 걸 심어야겠다. - 성은

5월 31일 해날

산에 풀꽃, 나무, 나물 공부하러 갔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자세히 보다보니 눈에 들어오지 않던 풀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모르는 덩굴, 나무, 왠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풀, 드문드문 피어난 꽃들까지 사진에 담아 도감 찾아보았다. 그 둘만 보고 찾자니, 뭐가 뭔지 모르겠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풀솜대 순 같은 것들이 한데 모여 올라오고 있는데, 아직 작은데도 포개어진 잎 사이로 꽃대 같은 게 올라오는 게 풀솜대가 맞는지 긴가민가하다. 또 쐐기풀과인 것 같은 잎이 뾰족하고 윤택이 흐르는 풀이 있는데, 꽃이 몽글몽글 뭉쳐 길게 나있는 게 모시풀치고는 꽃이 너무 위로 솟아 있어, 아닌 것 같다. - 주은

메주콩 심을 밭을 김매기했다. 엄청 크게 자란 망초와 달맞이가 많았는데 깔끔하게 정리하고 뽑은 풀은 두둑 위에 덮어줬다. 고들빼기가 조금 자라고 있었는데 그건 혹시 먹을까봐 그냥 놔뒀다. 쑥은 키가 크지는 않은데 뿌리가 단단히 박혀있어서 뽑기가 힘들었다. - 상원

상원, 해민, 은진, 진혁, 성은, 어진, 예진, 주은 | 밝은누리움터에서 하늘, 땅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삼일학림 학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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