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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며 노는 주말배움터

밝은누리움터 주말학교 장구수업 갈무리마당을 위해 강당 윗목을 무대삼아 반듯하게 앉은 학생들. 메트로놈을 따라 연주하는 악기처럼, 장단과 장단 사이에 큰 틈이나 엇박자 없이 '삼도설장구'가 울려퍼졌다. 학생들은 장구의 오른 북을 힘껏 돌려치고 채를 잡은 손을 인중 높이로 올렸다 내려놓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어깨는 미세하게 들썩이고 있었고 소리의 진동은 공기를 울리고 있었다.

1년 정도가 필요한 과정을 가을학기 동안 밀도있게 학습하고 연마했다. 혼자는 한계가 있었다. 가락은 외울 수 있지만 장단의 흐름을 익히려면 함께하는 연주가 필요했다. 그래서 주중에 틈 날 때마다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가락을 익혔다고 했다.

갈무리마당 첫 무대를 연 것은 기타 삼인방. 그 중 둘은 성인학생들. 서영 님은 기타 잡는 법조차 몰랐던 왕초보에서, 퉁퉁 투박한 스트로크를 하다가 이제는 각 손가락 마디를 기민하게 사용해야 하는 아르페지오도 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쉬운 노래는 악보 보고 혼자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이런 게 기타의 재미구나' 하는 걸 느끼는 수업기간이었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책상 위에 모자와 목도리, 그리고 잔 받침대 같은 것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주말학교 뜨개질 수업에서 만든 결과물들이 펼쳐져 있었던 것. 한 학생은 주말마다 가까운 체육공원으로 축구하러 가는 봉고차 안에서도 뜨개질을 하여 "저거 받는 사람 좋겠다", "나 줄 거지?" 하는 말을 받을 정도로, 틈만 나면 두 바늘과 털실을 오물조물 엮어 만들었다. 드디어 완성한 따뜻해 보이는 초록색 모자를 눌러쓰고 포즈도 취해본다.

우리 가락과 기타로 일상에 흥을 돋우고, 수다 떨며 뜨개질하는 재미에도 푹 빠져보고, 우리만의 시선을 담아 마을 풍경을 담는 그림과 사진활동, 또 몸을 단련하는 체육활동이 주말학교 풍경이다. 토요일 아침마다 배움의 시간에 동참하고자 기꺼이 인수마을에서 달려오는 이들도 있다. 주말이든 주중이든 이렇게 쉼 없이 뭔가를 배우고 홀로 보충하기도 하며 그 과정의 즐거움을 서로 나누고 일상에서 예술을 발견하는 삶 속에서 새로운 꿈이 생기기도 하고, 꿈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는 활력을 얻기도 할 것이다.

주말에만 홍천을 오가는 내가 이 갈무리마당에서 본 것은 분명 극히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했다. 주말까지 '수업'이란 이름하에 학교에 모인 학생들이었지만 어느 것 하나 억지로 하는 이는 없어 보였다는 것. '놀며 공부한다'는 이 모순적인 두 동사의 융합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거기 있었다는 것. 숨어 있는 자기 능력을 보고, 자기의 약한 것을 다스리는 수련하며 친구들과 선생님, 선배와 후배가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주말배움터를 보며 저도 "신명나게 사는 삶, 놀며 공부하는 삶에 대해 한수 배워갑니다."

김승권 | 주중엔 서울 인수마을, 주말엔 홍천을 오가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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