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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먹고, 놀며
우릴 부르는 가을 속으로 몸을 던진 마을초등학교 들살이

들살이로 설레는 아침!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반깁니다. 내년 학교에 입학하는 일곱 살 동생들을 함께 만나니 반갑고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동생들 입가에도 웃음이 가득합니다. 일주일 전부터 일곱 밤, 여섯 밤, 다섯 밤 하면서 날을 셌다는데, 기다린 만큼 좋은 시간이 될까요? 드디어 출발! 언제 도착하느냐는 말을 열 번 넘게 들었을 때쯤 강화도 동문에 도착했습니다. 고려 때 몽골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송도에서 강화로 옮겼는데, 그 터인 강화산성과 동문, 북문, 서문, 남문이 남아 있습니다. 심도역사문화길을 따라 옛 궁궐터를 둘러보고, 놀고, 먹고, 걸으며 지낸 하루였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코도 골고, 잠꼬대도 하며 내일 또 신나는 하루가 펼쳐질까 기대하는 첫째 날 밤이 지나갑니다.


날이 밝자마자 나가서 아침공기를 마시며 놉니다. 둘째 날 3, 4학년들은 강화나들길을 걸어 갯벌탐방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학교에서 철새와 갯벌에 대해 배운 게 새록새록 떠오르는 시간이었지요. 갯벌 탐방로도 걸었습니다. 짧은 탐방로였지만 망둥어와 도둑게를 만나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도둑게란 이름은, 이곳 사는 게들이 사람 사는 부엌까지 들어와 밥을 훔쳐 먹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엌게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갯벌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가득했지만, 갯벌 보호지역이라 사람은 들어갈 수 없었지요. 대신 제방길을 따라 바다 바로 옆을 걸었습니다. 만조시간이 다 되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했지요.


'분오리돈대'에도 올랐습니다. 강화도는 외침이 많았던 만큼 적이 오는지 살피거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로 돈대를 많이 지었습니다. 예전에는 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강화도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네요.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자 학생들은 한달음에 달려갑니다. 한껏 놀고서 일몰을 보러 석모도로 갔습니다. 해지기 15분전 간신히 포구에 도착했습니다. 빨간 빛을 발하며 넘어가는 해를 보며 함께 놀래도 불렀지요. "저녁노을 지네 하늘 붉게 물들이며~♪ 안녕~ 안녕~♬ 햇님! 내일 또 만나요."

아침에 선배들이 총총히 떠난 후 일곱 살과 1,2학년 동생들도 힘찬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보문사에 도착했어요. 가파른 길을 앞으로도 걷고, 뒤로도 걷고, 돌탑도 쌓으며… 이래저래 올라오니 우리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습니다. '오백 나한상'입니다. 여러 모양 동상들이 있는데 신기한 것은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정말로 모두 다른지, 각자 자신이 찾은 기묘한 나한상을 서로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와불상도 보고, 절간 둘레에 그려진 부처님 일생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학생들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찾아내었어요.

보문사에는 400개 넘는 돌계단을 올라가는 '하늘 기도처'가 있는데, 올라가며 도대체 계단이 몇 개인지 세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곧 숨이 차서 세는 일도 힘들어집니다. 예상 밖으로 모두다 끝까지 힘내서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어린 눈에도 우리가 이렇게 높이 올라온 것,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멋있을 뿐입니다. 이제 우리도 믿음직한 선배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도 가져집니다. 다시 땅 세상으로 내려갑니다. 앞에 선 2학년들은 일곱 살 동생들이 잘 내려올 수 있도록 마음을 써줍니다. 모두가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서 드디어 땅에 도착했습니다.



서둘러서 바다로 향합니다. 해변에서 고운 모래사장을 보고 천연 설탕이라며 신이 났습니다. 병에다 천연 설탕을 담고 그림도 그리고 집도 만듭니다. 그런데 어느새 물이 차오릅니다. 예고된 만조시간은 아직 남았는데, 야속한(?) 바다가 벌써 코앞까지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어달리기를 했는데, 정말로 바람을 가르며 달렸습니다. 그러고도 그냥 가기 아까워 모래사장에 몸을 던지고 10월 바다에 몸을 담그며 모래 사람이 되어 놀았습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그리운 선배들을 불러보고, 해님을 향해 인사도 합니다.

셋째 날에는 점심 유부초밥을 부지런히 준비해서 산림욕장에 갔습니다. 한적한 산길을 오르며 풀과 나무들에게 말을 건네봅니다. 걷다보니 전망대까지 오른 이들이 있고 도토리며 나뭇가지며 하나하나 자세히 살피느라 멀리 가지 못한 이들로 나뉘었어요. 자연스럽게 자기 걸음에 따라 나뉘어 서로 다른 것을 보고 다시 만났을 때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일곱 살 동생들과 함께하며, 가을빛을 누리며, 한 뼘쯤 더 자란 것 같아요.


인수마을 초등학교 주원, 미정, 윤정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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