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봄에는 떡타령 나물노래

떡~ 떡 떼기야, 떡~ 떡 떼기야
산중 사람은 칡가래떡, 해변 사람은 갈파래떡
떡~ 떡 떼기야, 떡~ 떡 떼기야
강가 사람은 강냉이떡, 요내 요기는 고구마떡
떡~ 떡 배비떡, 경상도 골미떡
조청간에다 띄워놓고 요 내 목으로 홀라당

떡~ 떡 떼기야, 떡~ 떡 떼기야
유안이는 동글경단, 서현이는 가래떡
봄이는 하트백설기, 하준이는 콩백설기
떡~ 떡 떼기야, 떡~ 떡 떼기야
유리는 쑥인절미, 준이는 고구마떡
은규는 강냉이떡, 선생님은 시루떡
떡~ 떡 우리 떡, 맛 좋은 우리 떡
우리 모두 앉아서 꼭꼭 씹어 먹자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제비꽃방(6~7세) 아이들과 함께 전래동요 '떡노래'를 개사한 노랫말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떡으로 노랫말을 바꾸어 부르며 침이 절로 도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나물타령과 꽃노래를 부르고, 여름에는 나무노래를 부르며 산책을 합니다.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들을 상상하며 말놀이를 하고, 겨울에도 눈 노래를 부르며 신나합니다.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놀이노래와 말놀이가 끊일 날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고 입에서 맴도는 것은 오래 전부터 불러오던 전래동요입니다. 자장가로 엄마 뱃속과 젖먹이 시절을 보내며 아이 어르는 소리, 아이가 자람에 따라 불러주던 노래들 속에서 우리 가락을 자연스레 몸과 마음에 익혀서인지 우리 소리를 배울 때 아이들의 흥이 더해지지요.

저는 노래 부르기를 참 좋아하지만 우리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음악시간에 배운 민요 몇 개를 알 뿐 관심도 없고 더러 접할 곳도 없었지요.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어떤 노래를 불러줄까, 아이가 걸음마 시작할 때 어떻게 반응해줄까 고민하면서 우리 소리와 가까워졌습니다. 아이를 업고 재우면서 "말 탄 사람 끄덕끄덕 소탄 사람 끄덕끄덕" 하기도 하고 "짝짜꿍 짝짜꿍 우리 아기 잘도 논다" 하면서 함께 놀자고 흥을 돋우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우리 소리 수업을 하게 되었지요. "안반지게 족집게"라고 노래 부르며 친구를 등에 올리는 놀이도 하고, 다함께 뛰어다니며 강강술래도 하였습니다. 남생이놀이, 대문놀이, 꼬리잡기, 기와 밟기, 청어 엮기처럼 친구들과 마음을 맞춰야 하는 다양한 놀이들이 강강술래 안에 있어요. 물론 민족놀이답게 노랫말이 빠지지 않지요. "남생아 놀아라! 쫄래 쫄래나 잘 논다. 빨간 옷 입은 친구 나와라! 쫄래 쫄래나 잘 논다"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우르르 달려 나와서 신나게 춤을 추고 돌아가지요. 그냥 앉아서 노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한 놀이로 노래를 만나니 가끔 정신없는 것쯤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노래를 배우니 저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운 수업이 됩니다. 민요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어느새 노래에 푹 빠지기도 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몸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춤이 되기도 하고 연극이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아이들과 우리 소리로 만나다보니, 조금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 2년 전부터 판소리와 남도민요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판소리에 담긴 이야기는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함이 생기기도 했고 얇은 제 목소리가 판소리를 만나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해서 용기를 내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어렵고 시간을 들여 연습도 해야 했지만 흥얼거리는 저를 보며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 덕분에 더 신나게 배워서 부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산으로 산책 다니면서 부르면 "더 불러주세요", "선생님, 빨리 배워서 다음도 들려주세요"라는 요청이 있어서 신이 났지요. 가사를 헷갈려하면 "선생님! 지리산 몽둥이잖아요"라며 아이들이 가사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판소리에는 낯선 고어들이 많이 나오고 지금의 도시생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습니다. "왜 놀부가 때려요?", "나눠먹으면 되지"라며 반론을 내밀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판소리가 어색하지는 않지만 막상 부르려니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복 외에는 방법이 없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또 다음시간까지 외워서 옵니다. 놀이터에서 놀면서 소리를 하고 길을 다니면서 소리를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는 목격담과 집에서 열심히 연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하는 소리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연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웠습니다. 마을초등학교에 다니는 형님을 둔 동생들은 귀동냥한 것을 제법 따라 하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형이 제가 하는 건 다 틀리대요. 우리도 빨리 배우고 싶어요"라며 재촉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문화가 전해지는 것은 이렇게 삶에서 삶으로 전해지는구나. 닮고 싶은 형님들에게서 동생으로, 그 동생에게서 다른 친구에게로, 더 어린 동생에게로 전해지는 것이지요. 제가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는 배움이 마을 안팎으로 넘나드는 것 같습니다.

민성희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제비꽃방 아이들과 만나며 담백한 일상을 만드는 선생님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