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놀이로 친구 마음을 보아요
어린이집 다섯, 여섯 살 아이들과 '연극놀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이번 가을학기에 연극놀이를 할 거라고 하니, 아이들은 바로 "공연하는 거예요?" "연극 보는 거예요?" 하고 질문 공세를 펼칩니다. 지난해 연극놀이를 해본 여섯 살 아이들은 그렇게 묻는 동생들에게 "그런 거 아니야. 놀이하는 거야~" 하며 핀잔을 줍니다.
"응, 맞아. 같이 재밌게 놀 거야. 그리고 연극을 하긴 하는데, 공연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야. 옛날 얘기를 듣거나 동화책을 보고 이야기를 연극처럼 우리가 만들 거야. 그리고 상상도 많이 해보면서 몸으로 표현해볼 거야. 그리고 함께하는 놀이도 많이 할 거야"라고 연극놀이를 소개했지요. 말로 소개를 들었지만 고개를 갸웃하던 아이들, 한 시간, 한 시간 함께 수업을 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함께 놀 마음이 점점 열려가는 걸 느낍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놀이를 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하려는 마음을 충분히 이끌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교사의 의지만 앞세우려고 하면 오히려 수업은 재미가 없어집니다. 교사인 저도, 아이들도 말이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 내가 준비한 대로 진행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역동적이고 생기가 넘치게 되지요. 제가 아이들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걸 봅니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아이들은 연극놀이를 하려고 하면 눈이 반짝반짝합니다. '오늘은 뭘 하지?' 궁금해하는 아이의 눈을 보면 놀이가 주는 힘을 느낍니다. 놀이 속에서 생각해내고 생각한 걸 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게 되지요. 옛날이야기를 듣고 역할을 정하고 제가 해설을 하면서 극놀이를 이끌어갔는데 이야기를 끝맺으려고 하는 순간, 한 아이가 스스로 그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해설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모두 새로운 상황에 맞게 자기 역할을 하면서 극놀이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처음에는 이야기 안에 있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또는 쑥스러워서 교사가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이야기 내용에 없는 상황도 만들어내고 그것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생각해서 표현해내고 있었습니다.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것에 맞게 자신을 녹아낼 줄 아는 것은, 자기중심성에서 한 발짝 물러서 전체를 볼 수 있는 마음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아이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질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친구를 때리면 아프니까 그러지 않기로 굳게 약속한 사이지요. 하지만 마음이 상한 상황에서 약속은 자주 잊히게 됩니다. 그렇게 다툼이 벌어졌을 때 때린 아이에게 물으면, 자신이 왜 때려야만 했는지 그 아이의 화가 난 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맞아서 아프고 속상해진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면, 바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만, 마음이 담겨있지 않는 경우도 보게 되지요. 친구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지 못하면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보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나의 마음뿐 아니라 다른 이의 마음이 어떨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스스로 마음을 키우는 연습이 연극놀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의 마음을 느낄 줄 알고, 그런 마음이 동기가 되어서 스스로 지켜가는 것을 말이지요. 이러한 경험들이 일상에서도 잘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오늘도 아이들과 손을 잡고 신나게 뛰어놉니다.
이영미 |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날마다 마을 곳곳을 누비며 웃음과 감동이 끊이지 않는 생활을 하는 마을어린이집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