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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놀다보니 작품 하나 나오네
마을사람 마음 이어 만든 밥상 조각보, 마을밥상에 걸다



때는 2015년 12월 겨울 끝자락. 서울 인수마을에 사는 벗들이 모여 앉아 담소 나누던 날로 거슬러 내려간다. 아름다운마을밥상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말했다. “밥상 부엌에 식탁보가 타서 구멍이 났어.” “그래, 그렇더라. 많이 낡았더라.” “식탁보 위에 깔려 있던 투명한 덮개도 이젠 누렇게 되었더라.” 누가 주인이고 손님이랄 것 없이 마을밥상에서 밥 짓고, 밥 먹던 이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여러 제보가 나왔다. 마을밥상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모여져 모처럼 밥상을 멋지게 꾸며보자는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식탁보, 장 가리개, 덮개, 펼침막! 언제나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밥상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밥상에 가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건강해지는 걸 느낀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하면 밥상과 어울리면서도 정성이 담긴 아름다운 밥상보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기왕에 만드는 거 조각보로 만들어보자는 당찬 의견을 내보았는데 ‘맙소사’, 그 제안에 마음이 모아졌다.



불과 5년 전 학창시절 전공으로 예술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작품을 만들어보기는 했는데,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구나 혼자서 조각보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잘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인데,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신나게 상상하고 꿈꿀 수 있었다.

어떤 빛깔의 천을 쓸지, 조각보 도안은 어떤 모양으로 할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함께하는 손길에는 4살 아이부터 40대 어른까지 남녀 할 것 없이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태어나서 바느질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사람들, 손으로 만드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동생들, 자기도 참여하겠다고 꼬물꼬물 고사리 같은 손을 내미는 아이들까지 제각기 자기 개성대로 한 땀 한 땀 이어나갔다. 바늘 잡는 법, 실 묶는 법,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우면서 행여 비뚤어질까 숨까지 고르며 집중하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모두 모여서 시간될 때마다 하다 보니 해를 넘겨 어느덧 2016년 봄이 찾아왔다. 조각보는 얼추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었다. 큰 천을 마름질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남았다. 조각보 만들던 손길을 이어받아 큰 작업들은 마을사람 몇몇이 집중해서 하기로 했다. 9월 접어들 무렵 드디어 작품을 완성했다.


긴팔에 털모자 쓰던 시간이 지나 반소매 옷을 입는 날씨가 되었으니,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들인 시간과 효율성만 따지자면 돈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만들자고 모인 것이 그야말로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보낸 시간만큼 쌓인 정성과 나눈 마음들은 다른 어떤 것에도 견줄 수가 없다! 모일 때마다 피어난 이야기꽃과 맛난 새참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오며 가며 마실거리와 먹을거리를 챙겨와서 나누는 마을사람들 덕에 손놀림에 힘이 더해진 것도 말이다.


함께한 이들 모두가 밥상이 더 환해지기를, 밥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더 맑고 밝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느질을 했다. 함께 밥상보를 만든 이들은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솜씨를 보면서 스스로 뿌듯해했다. 한번 해 보았으니 이제는 집에 달아놓을 작은 가리개도 손수 만들어 보겠다는 청년도 생겼다.


여러 날을 보내며 더 많은 이들의 손길이 닿을 수 있었던 것이 함께 이용하는 마을밥상의 뜻과도 들어맞는 것임을 느낀다.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마을공동체 삶 속에서 또 내일은 어떤 것을 만들어갈지 기대한다.

김은혜 | 살림예술을 좋아합니다. 혼자보다는 함께하기를 더 즐거워합니다. 생활과 맞닿은 기술을 익히는 것에 관심이 많고, 옷 디자인 일을 하는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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