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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축구에만 집중한 시간
기본기부터 평가전까지…드디어 내 몸의 한계 넘어서다


7월 27일 아침, 다양한 모습의 여성들이 기대되는 표정으로 밝은누리움터 어울쉼터에 모여 앉았다. 밝은누리움터 학생들과 교사들, 가까이 지내는 마을사람들 열 네 명이 몸과 마음을 모아 3박4일의 풋살 집중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공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운동하려는 이들이 모여 매주 금요일 저녁 꾸준히 훈련해오면서, 더 깊이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모아져 이번 집중훈련을 꾸리게 되었다. 다함께 둘러앉아 훈련에 임하는 다짐을 나누고 일정을 살피며 필요한 살림들을 챙겼다. 여러 사람이 ‘나를 넘어서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는 기대를 나누었고, 나 역시 ‘우리’ 안에서 내 몸을 만나고 넘어서는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나누었다.

십여 년 전, 나는 나이 서른에 처음으로 친구, 언니, 동생들과 운동장에서 공을 차보았다. 공이 굴러가면 우르르 몰려가곤 했는데, 상대편 골대 앞에서 여럿이 우왕좌왕하다가 공이 내 발을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 득점을 하게 되었다. 어쩌다 일어난 일이었지만, 둥근 공을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희열을 떠올리며 이후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운동장을 찾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내가 사는 홍천 서석에서도 여성 축구모임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고 자리를 마련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함께해왔다. 우리는 이 모임에 ‘에루화달참’이라는 이름을 짓고, 어울리는 그림을 직접 그려 함께 입는 운동복에 새겼다.


첫 모임에 이어 경기 규칙을 공부한 후, 경기에서의 배치와 전술 설명을 바탕으로 기본 움직임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풋살을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과 공을 받을 수 있는 몸의 위치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들었고, 훈련해온 각 사람의 특징에 따라 포지션을 정했다. 설명을 들으니, 그냥 공을 보고 달려가서 찬다고 생각하던 자신이 민망하기도 했고 그간 나의 특성을 살펴주고 포지션을 정해 연습할 수 있는 이 공부자리가 더없이 고맙기도 했다.

훈련은 매일 오후, 저녁, 새벽 훈련으로 나뉘어 오후에는 기본기를 다지고 저녁에는 체력 훈련과 포지션별 연습, 그리고 새벽에는 실전처럼 공을 돌리며 움직이는 연습과 우리끼리 시합을 했다. 마지막 날 오전, 서울에서 멀리 와주는 친구들 덕분에 평가전도 앞두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평가전인데, 그간 서로 어떻게 달라졌을지 기대와 긴장이 공존한다. 함께 공부하며 나를 어느 위치에 두어 공을 주고받을지 궁리해보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달리고,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무척 뿌듯하고 행복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서로 챙겨주며 새벽훈련 하고, 틈틈이 빨래를 하거나 참을 준비하다가 다시 모여 공부한 뒤, 오후 훈련과 저녁 훈련을 하고서 생활관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땀에 젖어 나른하다. 개운하게 씻고 자기 전에 서로 몸을 풀어주다 보면 훈련 중에 벅차다고 느끼던 몸의 한계도 훌쩍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 힘과 용기가 샘솟고는 했다. 기운차게 마지막 새벽훈련을 마치고 평가전을 위해 먼 걸음 해준 언니, 친구, 동생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경기를 치르며 우리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체력이나 기본기 등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한 모두를 격려하고 싶다. 평가전 마치며 앞으로 나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기본기를 다지고 운동장에서 소통하는 힘을 길러갈지 다짐하게 되었다.

훈련하고 경기하며 체력의 한계를 자주 느끼다가도 가끔 넘어선다고 느낄 때 긍정의 기운이 솟았고 땀을 흘리며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시간이었다. 나이도, 지내는 모습도 다양한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함께 공부 자리를 만들어 꾸려가는 것, 그리고 서로 일깨우며 배우고 수고하는 모습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최유경 | 강원 홍천 청량분교에서 아이들과 생기 주고 받으며 지냅니다. 체육공원 풋살장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자주 공을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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