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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벗들이 준비해 더 흥겨운 잔치
모태 같은 마을 품에서 함께 누리는 혼인·돌잔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사회자와 하객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외쳤다. 아리따운 한복을 입은 신부신랑을 축하하며 외친 추임새였다. 마을에서 벗들과 함께 웃고 울며 지내던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하니 어쩜 이리도 기쁠까. 흥겨운 혼인잔치 한마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혼인잔치에 발 벗고 나선 마을 사람들

10월 3일 서울 인수마을에서 사는 지연, 철순 님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혼인식은 오후 1시에 시작하는데, 오전부터 벌써 잔치 분위기다. 신부신랑과 가깝게 지내는 마을 사람들이 일찍이 와서 식장 안을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신랑신부의 얼굴을 그려넣고, 색동 옷감을 붙인 알림판이 곳곳에 걸렸다. 하나하나 정성 어린 손길로 만든 꾸밈이었다. 축하 공연을 미리 연습하러 온 이들도 있었다.

신부신랑이 몸담은 마을공동체 벗들이 함께 마음 모아 혼인잔치를 준비했다. 예식 업체에 맡겨서 혼인식을 치를 필요가 없었다. 혼인식 기획단부터 꾸미기, 사회자, 축하 공연, 사진 촬영, 주차 안내에 이르기까지 마을 사람들이 선뜻 나서서 잔치를 치렀다. 한마을에서 서로 돕고,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며 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사초롱을 잡은 어린이 둘이 신부와 신랑 앞에 섰다. 무대에서는 마을초등학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꽃이 아닐까 너는 꽃이 아닐까. … 너만의 꽃을 피워서 세상을 아름답게 해." 신부신랑이 청사초롱을 든 아이들을 뒤따라서 입장했다. 양가 부모님도 그 뒤를 따랐다. 신랑신부는 하객을 바라본 상태로 무대 위에 섰다.

"잘 살어라 잘 살어라 알콩알콩헤에야 시리렁에 둥당 시리 잘 살아라."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우리 민요를 부르며 중간중간에 연극을 보여줬다. 신부신랑이 연애하면서 겪은 사연을 들려줬다.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러 갔다가 신랑이 신부에게 곶감을 건네자 신부의 마음이 움직였던 이야기, 신랑이 신부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신부가 "너, 나 좋아하지?"를 적은 쪽지를 전하자 신랑이 싱겁게 "응"이라고 쓴 답장을 건넨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마을에서 같이 어울려 지내다 보니, 이런 사연을 공연에 담을 수 있었다.

앞서 결혼한 선배 가정과 주례자가 나와서 신부신랑에게 돕는 배필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마을 선배들이 전한 진심 어린 이야기가 한 몸 되어 살아갈 신부신랑에게 큰 힘이 된다. 혼인잔치 이후에도 서로 지켜봐주며 건강한 가정을 꾸려가도록 이끌어줄 관계다. 신부신랑은 벗들의 축하를 받으며 든든한 마음으로 부부가 되기를 약속했다.



마을에서 함께 아이 키우며 맞이한 '돌잔치'

강원 홍천마을 사람들이 첫 생일을 맞은 초원이를 만나러 한자리에 모였다. 마을 사람들이 3주 전부터 준비한 돌잔치다. 누구는 축하 공연을 준비하고, 누구는 초원이가 찍힌 사진을 모아서 축하 영상을 만들고, 누구는 돌잡이와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누구는 진행자를 맡았다. 마을 이모·삼촌들과 누나·형들은 초원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켜봐 왔기에 정성을 들여 돌잔치를 맞이했다.


"초원이가 이름 뜻처럼 첫 바탕이 되는 근원에 서서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면 좋겠어요." 엄마아빠가 아이를 위해 쓴 편지를 읽었다. 마을에서 초원이를 같이 돌보는 이들의 마음도 엄마아빠와 같았다. 초원이가 한 해 동안 자라온 모습을 담은 축하 영상도 봤다. 초원이가 조산원에서 태어날 때 곁에 있어 주고, 삼칠일이 지난 후 누나·형들이 집에 찾아가 초원이를 안아주고, 이모들이 100일상을 차려서 조촐하게 축하 잔치를 벌이는 장면이 지나갔다.

"초원이 웃으면 우리도 웃음꽃, 환한 빛 가득 넘치네. 언제나 그렇게 손잡고 다 같이 신나게 걸어가 보자." 이모삼촌들과 형·누나들이 노래와 손잡이종 연주로 신나게 축하 공연을 펼쳤다. 아가는 자기를 축하해 주는 것을 아는지 방실방실 웃음을 지었다. 

이모·삼촌들은 아기가 나중에 살아갈 삶에 대한 소망을 담은 돌잡이를 준비했다. 상 위에는 나무 수저, 보온병, 작은 축구공이 놓였다. 수저는 밥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남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보온병은 따스한 마음씨와 뜨거운 열정을 품으라고, 축구공은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가꿔 가라고 하는 바람이 담겼다. 



더불어 사는 마을, 날마다 맛보는 잔치

더불어 누리는 마을잔치는 일상의 잔치에서 시작한다. 혼인식과 돌잔치 같은 특별한 잔치가 아니어도 날마다 맛보는 만남 속에서 말이다. 출퇴근길에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밥상에서 같이 식사하고, 가정과 가정이 서로 육아 품앗이를 하는 순간들이 일상의 잔치가 된다. 일터에서 땀 흘려 일하고 돌아와서 이웃을 만나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힘을 얻는다. 일상의 교제와 잔치가 쌓여서 서로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임안섭 | 저도 3년 전 마 을 벗들의 도움으로 혼인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이 글에 나오는 신부 지연 님이 혼인식 이끔이(기획단) 역할을 해주었지요. 서로 기꺼이 돕고 나누는 관계로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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