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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에서 열린 신명나는 혼인잔치


을미년 1월 10일 토요일, 강원도 횡성마을 터전에서 함께 준비한 혼인잔치가 열렸습니다. 횡성으로 마을공동체 개척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함께 치르는 마을 혼인잔치라 설레고 감격스러웠습니다.

한몸살이로 살면서 새롭게 경험해가는 것은, 나의 사건이 우리의 사건으로 전환되고 확장되는 것입니다. 혈연을 넘어 언니, 동생으로 만나고, 마을 아이들의 이모, 삼촌으로 살아가며, 가족 또는 홀로의 식사를 넘어 마을밥상을 이루면서 새로운 관계로 서로 연결되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글귀가 구체화됨을 경험합니다. 횡성마을을 일구는 과정에서 함께 준비한 혼인식은 저에게 새로운 의미와 사건이 되었습니다.

저는 2008년 혼인식을 하며 보증금 없는 월세와 쓰던 살림들을 그대로 가지고 신혼집을 차렸습니다. 이것은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하고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시작이었기에 이후 두고두고 감사한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식장을 예약하고 드레스를 고르고 청첩장을 인쇄하여 돌리는 것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준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혼인식 당일 몇 시간의 메이크업과 화려하고 날씬해 보이는 드레스와 그 모든 것을 영원히 남겨줄 것 같은 사진 찍기에 크게 신경 쓰며 여념이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남편은 한복을 입고 작은 공간을 빌려서 대안적 가치를 담은 혼인식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저는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했고 고집스럽게 남들이 모두 하고 있는 혼인식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마을로 살아가면서 저와 남편이 함께 소망하는 혼인식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에 횡성마을에서 함께 혼인예식을 준비하며 그 의미를 새기고 순서와 내용을 정하고 사회를 맡으면서 이전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혼인의 의미와 경험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위한, 혹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혼인이 아니라 우리의 혼인으로 함께 준비하며 자본의 작동에 휘둘리지 않는 문화와 뜻을 새기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중에도 필요할 때마다 나눠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마련하고, 신부의 화장과 머리 손질은 인수마을에서 온 동생들이 맡아주었습니다. 신부의 확고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타협하지 않는 태도를 보며 저 또한 배우고 비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함께 생활했던 학생들의 청사초롱과 노래로 입장을 하고 한몸살이 선배들의 기도와 오빠, 동생의 마음과 생활을 담은 편지, 이웃들의 축하공연과 우리 악기와 노래로 행진을 하는 모든 순서에 벗들의 마음과 마을의 기운과 신랑신부의 우직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땅에서 청년들에게 혼인과 임신과 출산 과정은 의미있는 가치가 실현되는 기쁨과 은총의 과정이기보다는, 자본, 학벌, 부동산, 가부장질서 등 속물적인 힘이 얼마나 강한지 집중적으로 직면하고 거기에 제대로 주눅 들기 쉬운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힘들이 어떻게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뜻한 바대로 살지 못하고 체념적 삶을 몸에 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시도한 것은, 신앙의 가치를 온전히 공유한 한몸살이 친구들이 함께 혼인을 통과하는 것이었습니다.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 신혼살림을 장만하는 것, 혼인잔치를 준비하는 그 모든 과정을 준비 모둠을 꾸려서 그동안 마을에서 혼인잔치를 어떻게 해왔는지 돌아보고 소통하면서 기획했습니다. 어떤 규모의 집을 어디에 얼마의 전세 혹은 월세로 얻는 게 좋은지 마을공동체 개척의 전체 맥락을 염두해 결정하고, 세간살이는 어떤 가치에 근거하여 어떻게 장만할지 마을밥상에서 밥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은 함께 도와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혼인식은 대안적 가치를 담아 어떤 형식으로 준비할지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어떻게 설명 드릴지 등등 아주 세밀하게 소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롭게 가정을 이뤄갈 예비부부의 신앙적 인격적 성숙의 과제와 이를 넘어서기 위한 준비도 함께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리는 기쁨과 은총이 컸습니다. 두 사람의 혼인이 우리 모두의 혼인이 되어 한몸, 한맘으로 함께 했습니다. 강원도 횡성의 한몸살이 참으로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전명재, 조윤하 | 강원도 횡성에서 이전보다 더 잘사는 삶을 위해 새로운 꿈을 꾸며, 재미있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신명마을 사람이자 신부, 신랑의 오랜 벗입니다.


벗들과 함께 참된 길을 가려네
사진으로 보는 예식 풍경

윤정, 서원 님의 만남을 기뻐하고, 함께 살며 지켜봐왔던 많은 벗들이 함께 한 혼인식이었지만 기쁜 잔치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초대해 주었던 윤정 서원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혼인식 이후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도 이 날의 고백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로 돕는 베필이 되어 온전히 한 몸 이루는 삶 살길 기도합니다.

김수지 | 횡성으로 귀촌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함께하는 이들과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신랑신부 서원과 윤정 님은 서울 인수동과 홍천을 거쳐 새로운 소명에 맞게 살아가려는 횡성에서 혼인식을 올렸습니다.

홍천 생동중학교 생활교사로 지내던 윤정과 함께 생활하며 윤정에게 빛이 되어주었던 학생들, 성은 정민 새하 다인 하님 선진이 신랑과 신부의 앞길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신랑과 신부가 정성스레 혼인고백을 나누었습니다.


혼인식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한목소리로 성혼선포를 외쳤습니다.


홍천에서 서원님과 함께 지냈던 벗들이 멋진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신명마을 벗들이 어우러져 노래하고 춤을 추었지요.


고운 우리 옷을 단정하게 입고, 한몸살이 동생, 친구들이 머리와 얼굴 꾸밈을 해주어 신랑과 신부는 오늘도 평소대로 마을의 어린아이들과 편히 마주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이모 삼촌에게 편히 다가가 혼인잔치를 즐거이 보냈습니다.^^

둘의 만남을 지켜본 명재, 윤하 님이 예식을 인도하고 양평에서 새롭게 한몸살이를 시작하고 있는 은선, 성룡님이 애정을 담아 기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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