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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전환과 귀농귀촌 지식의 역사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심화과정에서 발표된 연구논문 '문명의 전환과 귀농귀촌 지식의 역사'는 점점 증가 추세에 있는 귀농귀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루고 있다. 도시 탈출이나 지역 발전의 방편으로 보는 관점과 비교하여, 몸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여 도시문명의 근본적 전환이 될 농도상생마을공동체라는 시대적 화두로 확장되어간 지식 형성의 역사를 짚어본다. A4 50장 분량의 논문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싣는다(편집자 주).

한국사회에 귀농귀촌 흐름이 생긴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귀농귀촌은 일시적으로 퍼진 유행이 아니라, 폭주하는 도시화 기운을 돌이키는 움직임이다. 농과 관련된 삶과 가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산업적인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농촌과 생산의 가치를 착취하며 발전한 도시문명은 그 자체로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 학계에서도 농촌과 도시의 관계를 '분리'나 '연결'로 보지 않고 '공생'으로 보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연구는 농촌과 도시의 공생적 관계라는 구도 아래 국가와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귀농귀촌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가운데 어떤 지식이 형성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몸에서 출발한 시대의 성찰

국가적 관점은 귀농귀촌 자체를 실업, 도시의 과밀화, 농촌저발전 등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적 방안으로 접근한다. IMF사태 이후 실업이 급증하자 각종 실업대책 중 하나로 실업자의 농업 취업, 즉 귀농이 정책적으로 강조되었다. 지자체들은 감소하는 농촌인구 문제를 해결하고자 귀농귀촌을 지원했다. 2012년 농림식품부는 귀농귀촌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편익을 계산하여 "도시민 1인이 귀농귀촌하면 사회적 편익 169만원이 창출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국가 정책은 농촌과 농업의 발전을 위한 동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농업의 산업화와 상업화에 기반한 관점으로 인해, 도시와 농촌의 분리, 물질 순환의 고리 파괴, 농촌공동체의 해체라는 근대화 문명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귀농귀촌 정책과 지식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귀농귀촌 정착지원 심사기준을 보면 귀농구성원 수(15점), 교육이수 실적(15점), 세대주 연령(15점), 농촌 거주(10점), 영농정착 의욕(5점), 영농 규모(10점), 사업계획의 적정성(30점) 등 8가지 가점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농규모는 농지면적 2천 평 이상이어야 한다. 기계와 시설을 쓰거나 관행농업을 하지 않고 자연농업을 지향하는 이에게는 부담스러운 규모다. 다품종소량농을 하는 사람들은 법률체계에서 실제적으로 배제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농생활 지식의 역사를 살펴보면, 생명의 잉태, '임신출산육아 지식'에서 출발했다. 이 주제는 공동체가 가장 구체적인 '몸'으로부터 출발하여 시대의 문명을 성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단식·생채식 수련과 마을밥상 등 식의주락 생활양식의 전환을 실천하고 증언하는 과정을 통해 생활영성수련 지식으로 확장되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도시문명과 산업문명에 기반한 가치체계와 생활양식의 한계를 자각하고, 문명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농을 기반으로 한 삶을 지향하며 2010년 7월부터 홍천터전을 마련하였다. 농생활 지식은 공동체가 도시에서 해왔던 식의주락 생활영성수련과 몸수련 지식들이 합생한 결과이며 또한 지금까지 해온 공부와 실천을 더 정직하게 밀고 나간 것이다.

공부하며 생활양식을 바꾸다

새로운 사건, 지식, 흐름은 반드시 새로운 주체를 통해 구체화된다. 귀농귀촌으로 어떤 주체가 생성되었는지 살펴보자. 지자체마다 제시하는 귀농인의 조건은 기본적으로 타지역에서 해당 지자체로 이주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단순 거주지만을 농촌으로 이동하여 인근 도시로 직장 다니는 사람도 귀농인구에 포함된다. 귀농인들이 어떤 생활양식과 그에 맞는 지식을 만드는가에 주목하기보다 주민등록상의 정보, 행정구역상의 인구수 변화로 읽는 것이다. 다만 귀농인들을 농촌 발전, 개발에 동참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보는 경향도 공존하고 있다. 귀농인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농촌개발사업에서 사무장, 위원장 등 직책을 맡고 있다. 이 부분은 귀농인을 바라보는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귀농귀촌에 관한 국가 통계는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다양한 이들이 포착될 수 없다. 주말마다 홍천마을에 와서 생활을 하는 이, 주말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 울력을 하러 오는 이들은 통계에서 배제된다. 농촌과 도시를 절대적으로 분리된 물리적 공간으로 파악하지 않고 상호의존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지식을 구현하는 새로운 주체가 형성된다. 마을을 이루어 사는 삶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임신출산육아, 식의주락 생활 등 일상적인 사건들 앞에서 함께 공부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공동체적 지식이 쌓이는 과정에서 음적 가치가 공동체의 중요한 의제가 되고, 새로운 지도력이 생성되었다.

귀농귀촌의 주체 역시, 도시에서 생활영성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자립'과 '자급' 능력을 어느새 잃어버리고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 버리는 것이 거리낌 없는 문명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하고, 농에 기반한 삶의 가치를 새로운 습으로 들이는 이가 곧 주체가 되었다. 임신출산육 과정에서 그 주제를 공부하고 실천한 주체가 계속 이어서 귀농귀촌으로 자신의 공부를 심화해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결합하며 지식이 더 넓고 깊게 확장해간다는 것도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귀농귀촌 주체 형성의 특이성이다.

분절을 넘어 상생하는 마을로

국가에서 농촌이라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라는 미명 아래 도시는 급격하게 성장했고 농촌의 인구, 자원 등은 도시로 빠져나갔다. 90년대 세계화의 거센 바람이 불자 각종 국제협약에서 공업에 유리한 교역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우리 농산물은 항상 협상용 카드로 희생되었다. 각 지자체는 농산물 상품화, 브랜드화 전략을 강구하였다. 농촌에서는 도시의 시장을 놓고 자기착취적인 경쟁을 하는 집약적 농업이 출현하여 농촌공동체가 붕괴되고 토지가 황폐화되었다. 농가들은 특정작물을 전문적으로 경작하는 농가가 되거나 배합사료를 먹여 가축만을 사육하는 축산농가로 전락하게 되었다.

귀농귀촌 정책에서도 여전히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도시의 삶이란 것은 농생활이 생산하는 물질과 가치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도 농의 삶과 도시의 삶은 철저하게 단절되었다.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인들의 식량 공급지, 휴식지 등으로 농촌을 바라보지 않고 복원되어야 할 가치를 중심으로 농촌과 도시의 공생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도시와 농촌의 삶 그 분절이 시작되었던 지점을 거슬러 농도상생마을공동체라는 화두를 잡았다. 문명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이후 문명을 건설하기 위한 핵심 가치와 지식, 생활양식인 농생활에 기반하여 농촌과 도시생활의 양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서울 인수마을에서는 돌아가면서 주말마다 홍천마을을 찾아와 함께 땀 흘려 노동하며 피정한다. 주중에는 서울 혹은 타지역에서 근무하고 주말에 홍천마을에서 보내는 일상을 정해놓고 매 주말 농생활 영성을 키워가는 이들도 있다. 인수마을에서는 기꺼이 밥상부산물과 오줌을 모아 홍천마을로 보내 생명순환을 이루는 농사에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홍천마을에서 자연에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생활양식은 인수마을에 있는 구성원들도 도시에서 농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도시와 농촌에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물리적 분리가 주는 간극을 뛰어넘어 서로 상생하는 조건과 생활을 함께 이루어가고 있다.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심화과정 역사 연구모둠 : 권상원, 김나경, 박민수, 정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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