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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우리나라 공동체 열여덟 곳. 다른 땅에 있는 공동체 다섯 곳을 직접 가보고 남긴 기록이다. 아마도 우리말로 쓰인 책 중에서 가장 많은 공동체가 소개된 책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여기 소개된 공동체는 어떤 사람들이 시작한 걸까? 이들 공동체는 어떻게 지금도 지속되고 있을까? 그 원동력은 뭘까?

스무 살에 서울에 와서 공동체(공동체의 범주는 무척 넓다)를 만났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꿈을 꾸었었다. 그리고 졸업과 취직, 결혼을 거치며 그것은 백일몽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세상은 매서웠고, 세상을 바꾸자는 약속을 함께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자신의 생존이 급급해 살았는지 죽었는지(생물학적으로, 신념적으로) 확인할 여유마저 없던 시간을 보냈다. 세상을 바꾸자며 4년 이상을 함께 외치고, 공부하고, 밥먹고 다녔다. 그런데 졸업과 함께 그것이 신기루였음을 알게 되었다. 퇴근 이후 나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기 바빴다.

서로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지만 공동체를 새롭게 시작한 사람들을 만났고, 자연스레 그들과 합류하면서 지금의 공동체까지 왔다. 지금 내 삶은? 이전에 몸담았던 모든 공동체가 바람직한 것으로 꿈꾸던 가치들을 현실로 구현하면서 살고 있다. ‘정말 그렇냐’, ‘그게 가능하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삶이 ‘좋은 건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기 싫다'는 사람들도 있다.

공동체로 살아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이 행복하다. 자본이 강요하고 유혹하는 삶에서 먼 거리를 유지하고 산다. 장난감, 티브이 프로그램, 아이돌 따라하기는 딴 나라 이야기이고, 친구들, 이모삼촌들, 뭇 생명들과 교감하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어른들이 자기 삶을 걸고 변화해 왔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공동체로 산다 해서 늘 행복하거나 기쁘지는 않다. 스무 살때 함께했던 공동체에서 회자되던 단어가 있다. ‘직면.’ 함께 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직면하게 된다. 직면은 아프고, 괴롭다. 하지만 잘 맞이하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힘이 되었다. 아픔 없는 관계를 문득 바라는 건 어린아이로 머무르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공동체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이 법칙 같은 사실을 받아들여 사는 곳 같다. 어떠한 아픔도 없는 삶을 바란다면 이 책에서 소개한 공동체들에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를 넘어서 나와 네가 더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용기를 주리라 믿는다.

김준표 | 오늘도 나를 넘어서도록 도와주는 아이들, 어른들과 함께 살아가는 마을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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