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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대화 - 함께 드리는 기도와 노동]
노동이 기도다 기도가 노동이다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마음을 닦듯이 노동하라


‘함께 드리는 기도와 노동’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둘러 앉아 대화 나누었습니다. 예수원 서수철 의장님은 먼저 노동과 기도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닭 700~800마리에게 모이를 주는 청년도 있고, 일하다가 밥 때를 놓친 적 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평생 힘들게 노동하시는 아버지에게 노동이 기도라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눠준 분이 있었습니다. 시골로 가면서 노동량을 조절하기 어렵다며, 노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노동의 모양새는 다르지만 모두 하나님나라를 이루기 위해 기도하며 노동하면서 살고 있구나 하고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노동할 때 영성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일이 어떻게 기도가 되는지도 같은 맥락의 질문이었습니다. 이야기하면서 정리가 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묻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노동과 기도를 나누는 자체도 의미 있습니다. 실은 모두가 알고 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 분이 ‘고추 심는 날은 온 식구가 다 나와야 한다. 그럼 혼자면 하루 해도 다 못할 일을 금방 끝낸다’고 하신 것처럼 우리는 경험하고 있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에 빠지는 경험은 많이 나누는데 기도에 빠지는 경험은 선뜻 나누지 않습니다. 기도에 많이 힘쓰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기도에 빠지는 경험보다 기도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의장님이 얘기하실 때 공감이 되었습니다. 바로 ‘분심’입니다. 나눠진 마음입니다. 기도하려고 하면 마치지 못한 일이 생각나고, 해야 할 일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게 분심이라 합니다. 얼마나 공감되던지요. 일을 제대로 못하면 기도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동할 때도 분심이 생길 수 있는데 그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관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던 갈등도, 함께 노동할 때 그 민낯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태도 드러나고요. 함께하는 노동과 기도의 즐거움을 누리고, 기도와 노동이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려면 이 분심을 잘 다루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분심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개인과 공동체의 과제가 되겠지요. 그리고 기도와 노동이 서로 영향을 주기에 무엇 하나에 소홀히 할 수 없고, 둘 모두 일상에서 힘써 수행해야 합니다.


기도와 노동, 두 가지가 기둥이 돼서 공동체를 세운다고 합니다. 어느 때는 기도에만 중점을 두고 노동에 가치를 두지 않기도 하고, 어느 때는 노동에 집중하면서 기도에는 형식적이 되기도 합니다.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조화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노동과 기도, 실은 둘 모두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우리의 뜻을 맞추는 기도입니다. 노동과 기도 모두 수행입니다. 노동하는 데는 시간을 들이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면서, 기도하는 데는 노동과 같은 시간을 들이는 건 아깝다고 여기는 자세가 있습니다. 예수원에서 하루의 십분의 일은 기도하는 데 쓴다고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노동이구나 생각합니다. 일상을 노동과 기도로 조화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박미정 | 인수동 북한산 자락에서 살림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마을 언니, 오빠, 동생들, 아이들과 밥 먹고 산책하면서 알아가는 게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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