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린이, 청소년, 성인 함께 배우고 자라가는
마을 속 교육터전, 청량 방과후배움터와 생동 주말학교


홍천 서석마을에서 어린이, 청소년, 성인이 함께 배우고 자라가는 마을공동체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생동중학교와 청량초등학교, 서석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 지역 내 다양한 모임의 주민교사들과 학생들이 함께 다채로운 만남과 배움을 기획한 것이다. 그럼, 이번 가을학기 우리 마을에서 어떤 배움 과정들이 열리고 있는지 살펴보자.

몸과 마음 닦는 청소년주말학교

<생동중학교>는, 곡식을 기르고 먹고 입고 즐기는 삶의 자세를 몸으로 익히고,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사는 힘, 더 깊은 배움을 위한 기본 학습능력을 가르친다. 그래서 우리말글, 영어, 수학 등 일반적인 교과목과 함께 하늘땅살이(농사), 생활기술 등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배움도 함께하고 있다. 학생들은 생활관에서 또래 청소년들, 선생님과 함께 지내면서 공부하다가 주말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청소년 주말학교>는 봄학기, 가을학기에 각각 열리는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집중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을 어른들이 쌓아온 솜씨를 물려받기도 하고, 연주, 노래, 그림, 만들기 등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 배우기도 한다. 때로는 학생들이 직접, 자기가 바라는 수업을 요청해서 꾸려지기도 한다. 여유롭게 주어진 주말을 자율적으로 써서 잘 쉬고 지내면서 다음 한 주간의 배움을 준비한다. 이러는 동안 주말에 무너지기 쉬운 생활 흐름을 정돈하고 몸에 들이는 자연스러운 수련이 된다.

이번 가을학기 주말학교로는, 국궁을 연마하며 전통무예를 경험하고 심신을 닦는 [활쏘기교실], 몸 부대끼고 땀 흘리며 친구들을 더 깊게 만날 수 있는 [축구교실], 학생들과 선생님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주로 써서 자기 손으로 요리하는 과정을 배우는 [요리교실], 홍천지역에서 성인과 청소년에게 드럼을 가르쳐온 선생님에게 드럼의 기초와 심화를 배우는 [드럼교실], 오방색을 다채롭게 이용한 우리 겨레의 아름다운 그림을 배우는 [민화교실] 등이 펼쳐진다.

<청량 방과후배움터>는 지난해 봄부터 가정별로 돌아가면서 어린이 주말배움터를 열었던 흐름에서 이어져, 올해부터 서석 청량초등학교에서 매주 화, 수, 목요일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학부모와 교사, 마을주민들이 마음 모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배움터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놀면서 서로 어우러져 지내는 법을 배워간다. 화요일에는 서석 아미FC(지역 내 축구동아리) 회원인 마을주민교사 두 분과 함께 운동장을 활보하며 축구를 배우고, 수요일에는 마을주민교사가 이끄는 전래놀이로 신나게 놀고, 목요일에는 자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아가며 미술활동도 한다.

호연지기 키워가는 어린이 몸놀이학교


<서석 어린이 주말 몸놀이 학교>는 서석(청량, 서석, 삼생초) 어린이들이 청량초등학교에 모여 토요일 2시~5시까지 학생들이 직접 꾸미는 재밌는 놀이판이 펼쳐진다. 농촌지역에서 주말에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미디어에 의존하기 쉬운 친구들이 밖으로 나와 피구, 축구, 농구, 전래놀이 등 몸놀이를 하며 재밌게 논다. 부모들이 정성껏 준비한 간식을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봄학기에는 서석체육공원에서 뛰놀기만 했는데, 가을학기에는 전통무예인 택견도 배우며 호연지기를 키워간다. 이뿐 아니라 <별보며 놀자!>, <수타사 소풍>, <청량리 꽃동산 할아버지댁 방문> 등 우주와 자연을 만나는 흥미로운 야외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시간과 역할을 나누어, 내 아이, 다른 아이 가르지 않고 ‘함께 자라는 우리 아이’로 지켜보면서 필요한 훈육을 해줄 수 있는 든든한 신뢰의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또한 마을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크고 작은 재능들을 펼치며 학생들과 함께 배우며 가르치는 마을선생님으로 삶의 보람도 찾고 있다. 전교생이 15명인 작은 학교인 청량초등학교에서 시작되어 분교 살리기의 대안이 되는 한편, 서석에 있는 세 초등학교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면내 작은 학교들의 통폐합이 아닌 마을공동체교육을 위한 협력과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교육 강좌도 마련되어 있다. 농사나 직장일에 바빠 우리 자녀가 잘 자라고 있는지, 어떻게 자녀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혼자 혹은 가정 내에서만 염려하고 체념하던 문제들이 성인들이 함께 공부하면서 고민이나 질문을 해소하며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해갈 수 있다. 또한 서석지역에서 교육을 위한 성숙한 활동을 도모하는 ‘마을공동체교육’ 모임을 활성화함으로써,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도맡는 이들도 공동체성을 키워가는 새로운 전환과 성숙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모들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우리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 입시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 지혜와 용기가 넘치는 아이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 마을 아이들 모두가 생명력을 고양하고 삶을 가꾸어가길 희망하는 마음. 모든 부모들의 진짜 마음이고,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겠다. ‘마을공동체교육’을 통해 서석에 아름다운 배움이 꽃피우길 기대해본다. 보통 농촌은 교육·문화·복지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으면 다채로운 배움과 삶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고영준 | 아이들이 건강하게 커가길 바라며, 주말에 홍천 서석 청량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즐거운 몸놀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