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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골라서 읽자'
횡성어린이도서연구회를 만나다


자녀를 키우다보면, 어린이책을 고르는 데도 나름대로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가 어느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하는 질문은, 결국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고민과 맞닿아있다. 그렇기에 어린이책은, 어른이 다른 부모와 서로 이야기 나누고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주제가 된다. 책을 소비하고 섭렵하는 데 그치거나 조기교육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뜻을 모으면, 주체적인 독자가 되어 책 판별에 도움을 얻기도 하고, 자녀를 비롯한 이 땅 모든 어린이들이 배우고 자라가는 문화와 환경으로 관심을 넓혀가게 된다.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처음 이름 양서협동조합)는, 1980년 5월 ‘어린이 삶을 바르게 가꾸고자 어린이책을 연구하고 좋은 책을 널리 알리며 어린이책 읽기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한다’는 취지로 창립했다. 초창기에는 학교 도서관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중심축이었다면, 점점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고, 수입 동화들로 가득 차있던 어린이책 출판가에 우리 창작물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해마다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시장에서 ‘어린이,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을 엄선해서 전국 곳곳에 나눠주고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책을 권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다. 외국작가보다는 우리 작가가 우리 얼을 담아 쓰고 그린 책들을 더욱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창작물들이 계속 생산되도록 독려한다. 그리고 전집 출판물보다 낱권으로 만들어진 단행본 출판물을 권한다. 전집 출판물은 작가의 창작열보다는,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따지는 출판사의 기획에 의해 주도되고, 또 책을 고를 수 있는 독자의 권한을 제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지역마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이 자발적으로 생겨나면, 지역모임들이 전국적으로 연결되는 조직이다. 4000여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탄탄한 조직이다. 전국에 80여 지회가 있는데, 강원도에는 1995년 3월에 동해지회, 강릉지회, 춘천지회가 시작되었고, 2004년 횡성지회, 2008년 원주지회도 결성됐다. ‘횡성지회는, 횡성여성농업인센터에서 열린 부모교육 모임을 계기로 생겨났다. 처음에 ‘책 까먹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횡성어린이도서연구회란 틀로 꾸준히 이어와서 올해 9기 신입회원을 맞이한다.

횡성어린이도서연구회는 일주일에 하루씩 모여서 활동한다. 매주 화요일 오전과 저녁, 기존에 진행되던 모임 둘에, 신입회원 모임 이렇게 세 모임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신입회원 모임에는 기존에 활동을 해오던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모임 방향을 조율해주기도 하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기도 한다. 지역주민들에게 횡성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을 알리고 올해 신입회원들을 모집하려고, 4월 11일에는 옛이야기 작가로 잘 알려진 서정오 선생님을 초청해서 강연을 열었다. 또한 횡성에 있는 초·중등학교, 유치원, 도서관, 노인요양병원 등에서 책 읽어주는 시간을 요청해오면 언제든 좋은 책을 들고 찾아가 만난다.


횡성어린이도서연구회 초창기부터 10년 째 활동해온 이미숙 님은, “단지 그림책 보는 게 좋아서 동화 읽는 모임을 시작했다가도, 자체적으로 모임을 꾸려가는 게 쉽지 않아서 점차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린이도서연구회’ 형태로 활동하면서, 우리 모임만이 아니라 전국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해야 할 일도 많고, 회원들 의견을 모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힘들기도 하지만,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있었기에 제가 많이 배우고 성숙해온 것 같고, 횡성 모임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역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도 도서실무자들이 책 정리하는 업무에 바빠 정작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을 꾸리는 사서 역할로서는 역부족인 현실도 지적했다. 자발적인 힘으로 만들어가되, 모임에 필요한 주변여건들을 활용해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잘 지속해가는 데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권장도서 목록을 보면서, 사람들이 책을 고르는 건 자기 힘이고,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에서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에 더해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이 함께 공부하고 좋은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석에 생겨날 도서관에서도 마을사람들이 함께 책을 고르고 고민을 나누며 서로 힘이 되어줄 든든한 벗들도 사귀면 좋을 것 같다. 뜻을 모은 독자들이 출판계를 바꿔왔듯이, 지역도서관도 결국 그곳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최소란 | 마을 이웃들과 더불어 아이들을 잘 키워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서석 사람입니다. 우리 마을에서 살아가는 삶이 담긴 그림책을 함께 창작해보고 싶단 꿈도 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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