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숲속 생명, 버섯 이야기

습을 품은 균 보물찾기

가을이 여물어간다. 김장채소는 부지런히 이슬 먹고 자라고, 웃거름에 김도 매놓았다.

가을햇살에 이삭과 땅속채소들이 익어가는 동안 잠시 농한기다. 분주했던 마음을 가다듬고 숲속 생명들을 만나러 간다.

숲에 들어가니 밭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발과 폐와 심장과 눈이 오래된 가족을 만난 듯 신선한 기운으로 요동친다. 여름의 습을 머금고 그늘진 땅에서 축축한 부엽토의 냄새가 나고, 그곳에 보이지 않는 많은 생명의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버섯, 그 신비하고 멋있는 자태와 향기는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혹,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싸리버섯은, 모르면 독이 되고 알면 약이 된다. 하얗고 노랗고 빨갛게 물든 것은 독이다. 잘 구분해서, 날 것보다는 데치고 물에 우려서 무쳐서 먹어야 한다.

송이는 귀하다. 낙엽에 가려 잘 안 보인다. 잘 나는 자리도 모르고 숲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엉겁결에 바위 옆에 난 송이를 보았다. 동송이다. 갓 태어난 아기 머리처럼 미끈거린다. 진한 향이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처음 느껴보는 것이다. 벌레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유유히 송이를 먹고 갔다.


노루가 사람 인기척에 궁뎅이를 빠뜨리고 도망갔다는 예쁜 노루궁뎅이버섯. 털이 뽀송뽀송한 듯 보이지만 축축하다.

사람을 살리는 상황버섯. 뽕나무에 들러붙어 한참을 자라야 한다. 뽕나무에서 노란 진액이 빠져나오는 것 같다.

떨어진 갈잎을 먹고 자라는 갈버섯. 분홍빛과 자줏빛이 섞여 있다. 약간의 독을 간직하고 있는 버섯. 독이 없는 표고, 느타리, 상황, 송이를 잘 구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자 숲은 나를 내보낸다. 능선을 지나는 살모사가 더 재촉한다. 밭엔 없는 숲 생명들이 조용히 서로를 살리고 죽이고 그렇게 살아가며 존재한다.

조시형


1년 6개월 하늘에 의지해 키운 표고버섯

지난해 3월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넣었다. 종균을 넣은 다음, 잣나무숲에 따로 물을 주거나 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이 주는 나무그늘, 나무그늘 사이로 잠깐씩 들어오는 해, 안개, 비로 표고버섯을 키웠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산에 오며 가며 한 번씩 살펴주는 것 정도였다.

종균을 넣고 이르면 그 이듬해 봄에 나오기도 하는데, 보통은 이듬해 가을에 나온다고 해서 최근 자주 산에 오르면 언제쯤 버섯이 나려나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얼마 전 산책하러 산에 오르다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표고버섯을 보고 깜짝 놀랐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가까이 가보니 표고버섯이었다. 심장이 뛰었다. 올 봄, 여름 가뭄이 심할 때 동네분들이 표고목에 물을 줘야 한다고 했을 때에도 비가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보냈다.

하늘에 의지해 표고목을 키우는 동안, ‘과연 표고버섯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어린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함께 농사짓는 언니가 표고버섯이 많이 나오는 꿈을 꿨단 얘기를 듣고 나도 꼭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던지라 표고버섯이 더 반갑고 놀라웠다. 기적 같았다. 가는 표고목부터 표고버섯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작은 종균 안에서 표고버섯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장윤희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