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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하기


천지만물이 다 얼어붙어 꼼짝달싹 못하는 시간이 흐르고
땔감은 게 눈 감추듯 활활 타버린다.
마른 나무 한 차를 해와도 화목보일러에서 한 주 두 주면 끝을 본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장작으로 겨울을 나기엔 헤프다.
눈도 많이 오고 추워서 산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땔감 하러 가는 건 내키지 않고 운동 삼는다고 마음을 달래며 산에 오른다.
낙엽송 잔가지들이 많다.
굵고 낫으로 자르기 힘든 나무들도 있다.
욕심내지 않고 작은 것 위주로 모은다.
두 팔 둘레만큼 길지 않게 다듬어서 한 짐씩 끈으로 묶어둔다.
장에 나가 팔아도 될 아담한 나무 한 짐이 보기 좋다.
바람이 간간이 불어 낙엽송잎이 눈처럼 내린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코가 시려 콧물을 닦아야 하고
나무티끌이 눈에 들어가면 아주 고통스럽다.
점점 높은 곳으로 오른다.
높은 곳에는 나무가 많지만 길까지는 멀다.
올라왔던 길을 생각하면 힘이 안 난다.
하루에 등 따스히 덥힐 나무 한 짐만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욕심내면 다친다.
마음 비우고 운동한다 여겨야 한다.
나무 한 짐 쳐 내리고 하늘 쳐다본다.
길이 안 보이니 하늘이라도 보며 마음을 달랜다.
산이 좋구나. 나무가 좋구나.
간벌한 나무를 골짜기에 모아 두고
아래까지 끌어내려 차에 실으면 된다.
지게 진 몸이 눈길에 자꾸 미끄러진다.
잘못 딛기라도 하면 지게와 곤두박질친다.

한 차 해온 것 마당에 부리니 눈으로 보기에는 얼마 안 돼 보인다.
모으는 데 하루, 실어 나르는 데 하루가 걸렸다.
눈은 껄껄하고 손도 터지고 등에선 땀내가 솔솔 난다.
톱밥이 제법 나왔다. 반 가마니는 되겠다.
여러모로 섞어서 쓸 것이다. 똥, 음식물, 퇴비 등등
화목보일러에서 생을 마감한 나뭇재, 미숫가루처럼 곱다.
나무는 자신을 태움으로써 뭇 생명들을 평화롭게 한다.
땅에서 자라면서 숲을 이루고 산을 메워 맑은 공기를 뿜고 맑은 물을 낸다.
스스로 잎사귀를 떨어뜨려 퇴비를 만들어 자생하고 작은 식물들을 키우고 동물들을 먹인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산으로 오게 하고 머물게 하여 생기를 불어 넣는다.
어른이 된 나무는 사람들의 집이 되고 가구가 되고 종이와 책으로 변신한다.
나무를 하고 불을 지피며 빠알간 나무 앞에서 말없이 바라본다.
방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차가운 몸을 녹여주고 톱밥을 주고 재를 주는 고마운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게 많은 걸 배운다.

조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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