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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우리 삶의 진실과 마주하기
재개발·청년주거·노숙인·난민인권 현장 탐방

민달팽이 유니온 탐방


우리 일상은 집과 학교 혹은 직장을 오가는 길 위에 펼쳐져 있다. 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이지만 거기에는 조금의 변화, 특이성도 항상 있다.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관성적으로 길 위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지나쳐버리곤 한다. 약속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단 몇 분의 시간조차 그것들에 내어주지 못한다. 이러면 안 되겠다 다짐하며 ‘딴 짓’을 좀 해보고자 새로운 길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이번 현장 탐방 프로그램은 그렇게 시작했다.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원회 탐방


출퇴근길에 타던 272번 버스, 서대문 고가 지날 때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을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원회. 20대 중후반 청년들이 옥바라지골목을 지키는 활동을 해왔다는 것에 일단 놀랐다.

“그곳에서 제가 알게 된 것은 드러난 역사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역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가와 민주투사들의 애환이 서린 서대문형무소, 그 건너편에 옥바라지골목이 있었습니다. 서대문형무소가 일제와 독재에 대한 억압의 흔적이라면 옥바라지골목은 평범한 이들의 저항의 흔적이었습니다. 이처럼 드러나지 않은 역사 또한 기억하고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정부가 1993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결의된 강제퇴거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강제퇴거금지법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강제퇴거는 중단되어야만 합니다.” _ 최한얼(장신대신대원 재학)

옥바라지골목 보존활동을 통해서 <도시 재개발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알게 되었고 강제철거와 강제퇴거가 어떻게 합법적으로 이뤄지는지도 알게 되었다. 또한 유엔의 강제퇴거 금지 권고안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현장은 객관성, 중립성이라는 논리가 실제론 힘의 크기에 따라 편파적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힘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치밀하게 법을 만들고 이용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민달팽이 유니온 탐방


대학생들 다수는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지 못하면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서울살이를 해야만 한다. 서울 대학가 평균 월세가 48만 원이다.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실로 찾아갔다.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들도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들이 실천적으로 해가고 있는 것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었다.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필요한 만큼 목돈을 확보해서 ‘쉐어하우스(공유주택) 달팽이집’을 만들었다. 벌써 6호 달팽이집이 있다. 혼자 풀기 어려운 주거문제가 여럿이 함께라면 의미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았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양한 형태로 ‘쉐어하우스’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이 함께 논의하고 있는 사회주택협회도 몇 해 전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주택협동조합에 들어가는 것 말고 새롭게 청년주거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이며,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다.

홈리스행동 탐방


어쩌다 보니 방문하게 된 곳들이 모두 집과 관련된 활동이었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홈리스행동’이다.

“홈리스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해온 건 따뜻한 두유 사서 드리기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건 관심이 아니더라구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어요. 그들의 이웃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고통받는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폭력적인 구조에 대한 저항,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_ 김진수(대학생)

홈리스행동 사무실은 용산 청파동 어느 골목을 한참 들어가는 곳에 있었다. 아랫마을이라는 간판을 달고 노숙인들을 돕는 여러 단체들이 함께 사용하고 다양한 노숙인 관련 교육활동을 하고 있었다.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은 정부의 노숙인 관련 정책과 사업에 대단히 비판적이었다. 탐방한 일행 중에는 서울시 복지담당 공무원도 있었다. 그는 매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노숙인들 한 분 한 분과 인사 나누고 건강과 마음을 두루 살피는 홈리스행동의 부지런함을 보며, 불편했던 마음을 정리하고 감동을 받았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노숙인 한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과 지원이 전환될 수 있을지 숙제를 안고 간다고 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탐방


2011년 이후 이어진 시리아 내전으로 49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난민은 낯설게 다가온다. 난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을 돕는 ‘공익법센터 어필’을 찾아갔다. 활동 내용을 들으면서 이주민이라는 주제, 나그네라는 이름을 우리 삶에서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 점검했다. 김세진 변호사는, 사람들이 두려움과 연민 중 어디쯤에서 이주민을 만나는데, 최근 들어 두려움의 정서 쪽으로 기울어져간다고 걱정했다.

“난민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없기 때문에, 언론이 조장하는 두려움이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들은 전쟁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약한 생명일 뿐인데, 'OO나라에서 온 난민'이라는 선입견이 그들을 위험한 사람으로 보는 편견으로 이어졌어요.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없이 어필에 후원만 해왔어요. 이번에 만나게 되니 반갑고 새로운 마음이 들었어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님을 보면서 잘 교류하고 배워야겠습니다.” _ 선아름(4년차 변호사)

언론을 통해 다른 사회, 다른 영역의 삶을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편견이 함께 우리 인식으로 들어올 수 있다. 더 알아가면서 동시에 오해가 깊어지는 역설적 상황이다. 무엇을 잘 안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현장의 목소리에 경청할 수 있으면 편견을 덜 수 있다. 강제퇴거, 홈리스, 난민 등 도움과 연대가 필요한 곳을 만날 때마다 ‘이것도 몰랐구나, 저것도 몰랐구나’ 하는 자괴감이 커지고, ‘한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구나’ 하는 무력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장마다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편견 없이 우리 삶의 진실을 만나는 것과 다양한 현장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닐까. 현장과의 만남이 우리를 조금씩 겸손함으로 이끌어준다.

정인곤 |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며 보람된 일이라 생각해 활동가로 지내고 있습니다. 활동가가 운동의 역사를 함께 써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겨 역사 연구자로도 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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