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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바라지골목' 이대로 보낼 수 없어
'도시 재개발, 다시 생각한다' 현장 탐방한 청년들


사건이 터지면 호들갑을 떨듯 수십, 수백 개 기사가 인터넷에 쏟아져 나온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듯이 써내려가는 기사를 읽다보면 그 기사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현장을 찾아가지도 않은 채 다른 기사들을 짜깁기해서 만들어진 기사들도 많다. 그러니 후속 기사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진정성을 가지고 기사를 써갈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문제라고 여긴 것을 나 또한 반복하지 않으려고 관심 가는 사건을 적어두었다가 정기적으로 찾아본다. 때로는 현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부터 관심을 두었던 사건이 옥바라지골목 철거사건이었다.

옥바라지골목은 1908년 일제가 만든 근대식 감옥, 서대문형무소 앞에 있다. 서대문형무소에는 무고하게 갇힌 분들,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을 하다 붙잡힌 사람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이들을 찾아온 사람들과 돌보던 사람들이 머물다가 생긴 곳이 옥바라지골목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대문형무소만큼 중요한 곳이 옥바라지골목인 것이다. 서대문형무소가 1987년 경기 의왕으로 옮기게 되자 이곳은 역사관으로 개편되어 역사 탐방지가 되었다. 옥바라지골목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06년 종로구에서 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이다. 종로구에서는 이곳을 관광자원화 하려고 2009년부터 여러 시도를 해왔고 2011년에는 ‘600년 옛 도시 종로의 길을 걷다 - 고샅길 20코스’로 지정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낙후된 그곳을 재개발하려는 흐름도 생겨났다. 2004년에는 재개발주민협의회가, 2010년에는 재개발조합이 만들어졌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종로구에서 재개발 허가를 내주면서부터였다.


무악동 그 일대에 아파트 네 동을 건설하겠다는 쪽과 현재 살고 있는 그대로 싶다는 사람들 간에 길고 긴 조율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현행법은 재건축조합이 결성되고나면 조합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자기 소유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팔고 떠나야 한다. 그런 법에 의해 일방적인 재건축사업들이 추진되어왔다. ‘알박기 아니냐’라는 근거 없는 혹은 악의적인 뜬소문들이 나돌며 혼란스런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재개발조합 쪽에서는 명도소송을 진행시켜 승소했다. 옥바라지골목의 역사성을 복원하자는 주장과 요구는 무시되었다. 올해 5월 초,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에게 자진퇴거 명령이 떨어졌다. 이어서 무시무시한 강제철거가 시작된 것이다.

청년아카데미 현장 탐방으로, 옥바라지골목 보존대책위원회와 함께 활동하는 ‘옥바라지 선교센터’를 찾아가기로 했다. 약속을 잡고 기다리는 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재건축조합과 서울시와 보존대책위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예정대로 재건축사업은 진행하되 그곳에 옥바라지골목에 관한 기념물 설치와 기관 운영으로 합의가 된 것이다. 내쫓겨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재건축사업 사안으로 합의하게 되는 사례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차후에는 강제철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서울시 답변을 들은 것이다.


옥바라지 선교센터에 찾아가 오세요 님에게 지난 5월부터 8월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용산 참사가 떠올랐다. 이광희 님을 통해서 협의과정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9월 28일 서울시 발표는 합의 없는 집행 곧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막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재건축조합과 서울시, 보존대책위에서는 옥바라지골목 시설 운영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만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 현대사 특히 70년대 이후부터 부당하게 내쫓기는 사례가 차고 넘친다. 급격한 도시화의 결과이기도 하고 권위적 정부의 폭력적인 행정행위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러한 일들이 다른 명분으로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특정 지역이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재건축이 이뤄지거나 임대료가 올라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과 상인들이 내쫓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옥바라지골목 철거사건이 차이가 있다면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현장이었다는 점, 집주인인데도 내쫓기게 되었다는 점 정도이다.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탐방에 참여했던 한 청년의 말이다. 언론을 통해서는 그 참혹함을 전해들을 수 없고 지나가는 행인으로서 그 고통에 공감하기 어렵다. 어쩌면 청년들한테 더 와닿는 이야기는 고시원과 원룸에서 살아가는 사례일 수 있겠다. 어느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웬만한 고시원은 강남의 타워팰리스보다 더 높은 주거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청년아카데미 두 번째 현장 탐방은 ‘민달팽이유니온’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대학가 고시원과 원룸 문제에서 시작하여 청년세대의 주거문제로 관심을 확대하여 활동하고 있다. 청년들이 청년들의 어려움을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인곤 |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며 보람된 일이라 생각해 활동가로 지내고 있습니다. 활동가가 운동의 역사를 함께 써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겨 역사 연구자로도 훈련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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