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을 내 것이라 하지 않으며
첫 열매가 주는 기쁨 여러 이들과 나눈다
삼일학림 하늘땅살이 7월 날적이
7월 1일 물날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비가 좀 온 덕인지, 옥수수도 큰 것 같고, 사과참외는 꽃도 피우고 열매도 달고 무성해지고 있다. 옮겨 심은 참외도 여전히 기긴 하지만 조금씩 서려고 한다. 나도 그렇고 너희도 그렇고, 쑥쑥 자라길 우리같이 빌어보자. - 해민
7월 2일 나무날
축구연습 같이하는 지역동생 동근이네 부모님께서 같이 먹으라고 브로콜리 한 박스를 주셨다.
감사했다. 시골의 나누는 기운을 잘 배우고 싶다. - 해민
7월 3일 쇠날
호박덩굴이 길게 뻗었고 꽃이 피었다. 호박도 맺혔다. 하늘땅살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과 작물과 함께 하는 것임을 절감했다. 하늘과 땅이 돌보아주었고 작물 스스로도 힘을 내어서 이렇게 자라주었다. 땡볕이 내리쬐는데도 한참을 밭에 앉아 호박꽃을 쳐다보았다. 벌들이 꽃에 들어가서 안 나온다. 한 꽃에 두 마리씩 들어가기도 한다. 이 벌들이 열매가 맺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그리고 풀도 무성하게 자랐다. 전에는 밭이 분명 황토색이었는데, 참으로 푸르렀다.
메주콩을 심었다. 한 구멍에 두 알씩 호미 한 자루 반 간격으로 어긋나게 두 줄을 넣었다. 알이 튼튼하고 색이 좋은 씨로 골라 심었다. 흙이 따뜻하고 푹신푹신해서 싹이 잘 나올 것 같다. - 은진
메주콩을 심었다. 작년에는 워낙 구석 밭인데다 콩에 관심도 없었던지라 잘 돌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김매기도 열심히 하고 자주 들러 친해지고 싶다. 고추밭, 참외밭 김매기도 했다. 옥수수밭 고랑에 자란 키 큰 풀들 정리도 했다. 한해 농사의 핵심고비, 여름학기다. ‘얼마나 자주 가고, 언제 가고, 얼마나 일하고’ 이런 것보다 하늘땅살이를 일상에 녹이고 싶다. - 해민
7월 4일 흙날
녹두밭 헛김매기한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무색하게 풀이 올라와 있었다. 억세진 풀들 뽑아내고 지난해 거둔 녹두 심었다. 마늘 거둔 밭에 올콩도 심었다. 노오랗고, 동글동글한 씨로 골라 두 알씩 넣었다. - 주은
7월 5일 해날
새로 짓고 있는 집 구경도 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터 기운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점점 하늘땅과 어우러지는 기분이다. 노란 새를 만났는데 예뻐서 가지 말라고 계속 휘파람 불며 불렀다. 처음엔 내 눈치를 보더니 나중엔 같이 새소리 내며 한동안 옆에 있었다. - 해민
작물들이 많이 자라있었다. 특히 옥수수는 이제 제법 내 가슴까지는 솟아올랐다. 옥수수에 노린재가 많이 붙어있었다. 쫓아내긴 했는데 노린재가 왜 옥수수에 달라붙어있는지 궁금했다. - 진혁
토마토에 꽃이 피어있다. 키도 쑥 자라있는 토마토를 보니 지줏대를 세워줘야 할 것 같다. 토마토 지줏대는 오이 지줏대보다 수월하게 세울 수 있어서 마음이 가볍다. 호박도 훨씬 무성해 지고 크기도 커졌다. 퇴비더미 옆에 있어서 그런지 잘 자라는 것 같다. - 예진
7월 6일 달날
이제 산딸기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아침 먹고, 점심 먹고나서 산딸기를 부지런히 땄다. 산딸기 덩굴에 가시가 많아서 많이 긁히고 찔리고,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산딸기를 따고나니 손이 상처투성이기 되었지만 뿌듯하다. - 예진
7월 7일 불날
아침운동을 하고 밭벼밭에 김을 매주었다. 달개비가 밭벼처럼 뭉쳐서 나있다. 처음에 밭벼인 줄 알고 긴가민가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나름 풀들의 생존본능(?)인가 싶다. - 예진
집 앞 오이 지줏대에 그물을 쳐줬다. 덩굴손은 길게 뻗고 있는데, 잡을 곳 없어 헤매고 있었다. 그물망은 없어, 그냥 끈으로 엮어 그물처럼 만들어주었다. - 주은
7월 8일 물날
아침에 비가 왔다. 어제 김매기를 잘 한 것 같다. 어제 생동중학교 학생들이 캔 감자를 오전 참으로 먹었다. 찐 햇감자를 오랜만에 먹으니 포슬포슬하니 맛있다. - 예진
녹두밭, 마늘밭, 조, 수수밭 김을 매줬다. 띠가 길게 줄기를 뽑아 사방으로 기어가고 있다. 지금 잘 잡아줘야 장마철에 고생 안 할듯하다. - 주은
저녁시간에 어둑어둑해지고 한참을 밭에 앉아있었다. 이런저런 고민들, 누구한테도 안하는 얘기를 밭에 있으면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묵묵히 듣고 있어주는 생명들. 아, 그래서 마음이 가벼워지는구나! - 해민
7월 9일 나무날
고구마밭 김매기를 했다. 거의 반은 싹이 나지 않은 맨 밭이다. 작물도 없고 해서 신경 쓰지 않았더니, 띠나 벼과 풀들이 온통 뒤덮었다. 가을에 밀 들어갈 것 생각하고, 풀씨 퍼뜨리지 않게 다 뽑아냈다. 맨 밭도 잘 정리해야겠다. - 주은
감자밭 헛김매기를 해주었다. 간간히 깨가 심겨 있어서 깨를 남겨두고 감자를 캐며 김매기를 해야 했다. 끝말잇기를 하거나 스무고개를 하면서 김매기를 했다. 딱히 힘든 줄도 모르게 김매기가 끝났다. - 은진
고추밭에 들러 방아다리(Y) 따줬다. 잘 자라라고 따주는 건데도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해민
7월 10일 쇠날
정말 후덥지근한 날이다. 참깨싹이 올라왔다. 검은깨싹과는 또 다른 모양새다. 며칠 전까지 풀인가, 싹인가 긴가민가했는데, 여러 개가 빼꼼 올라오면서부터 분명해졌다. - 주은
메주콩 싹이 났다. 참 빠르다. 원래 그런 건가. 올라오는 중인 곳도 있고 올라오지 않은 곳도 있다. 안 올라온 곳에는 흙이 들썩들썩 갈라지는 것이 보인다. 그런 흙을 볼 때가 가장 설레고 기분이 좋다. - 은진
토마토 곁순질러서 심어주었다. 구덩이를 파서 물을 가득 부어주고 꺾어두었던 줄기를 심어주었다. 한 구덩이에 두 줄기가 나있는 토마토들도 최대한 뿌리가 다치거나 하지 않도록 해서 빈자리에 심어주었다. 옮겨 심은 줄기들이 자리를 잘 잡으면 좋겠다.
들깨 심었던 밭에 강낭콩을 심으려고 빈 밭에 김도 매주었다. 얼마 전에 김을 매주었는데 벌써 풀들이 올라온다. 여름이 되니 풀이 올라오는 속도가 무섭다. - 예진
7월 11일 흙날
너무 덥다! 샤워를 네 번이나 했다. 너무 더워 헥헥 거리며 밖에 나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데 작물들은 괜찮을까 조금 걱정됐다. - 해민
강낭콩을 심었다. 호미 한 자루 간격으로 강낭콩을 한 알씩 심어주었다. 들깨싹은 나지 못했지만 강낭콩싹은 나면 좋겠다.
단호박 꽃이 피는데 아직 열리지 않는다. 수정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은진언니는 호박이 세 개나 열렸다. 내 단호박도 얼른 열리면 좋겠다. - 예진
집 앞, 토마토 곁순도 지르고, 지줏대에 바싹 당겨 묶어주었다. 토마토는 잎, 줄기에서도 토마토 냄새가 난다. 손에도 그 냄새가 기분 좋게 배었다. 밤부터 비가 왔다. - 주은
7월 12일 해날
비가 온다. 반가운 비다. 덕분에 작물들이 오랜만에 젖었다. 비 덕에 좋기도 하지만 눅눅하다. 때문에 오랜만에 방에 불 넣었다. - 해민
7월 13일 달날
산에서 부엽토 네 포대 해왔다. 삽 들고 가놓고는 내팽개치고 맨손으로 퍼담았다. 비에 축축이 젖은 산 흙 특유의 향이 손에 배었다. 겉에 덮여있던 낙엽들을 걷어내면 더 삭은 낙엽들이 뱅어포마냥 납작이 엉겨붙어있다. 거기에 하얀 곰팡이가 피어있는 것과 보드랍고 짙은 흙 위주로 담았다. 생각보다 좋은 흙이 별로 없고 조금만 걷어내면 누런 모래흙이 나왔다. 여러 군데를 파야했다. 김장남새밭 헛김매기하고 산에서 해온 흙 덮고, 위에 이랑 정리하고 나온 풀 덮어주었다. 흙에 살던 미생물들이 김장남새밭에 생기를 불어주면 좋겠다.
참깨 싹인 줄 알았던 것이 참깨 싹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줄뿌림한 자리에 너무 가지런히 나있어서 확신에 차있었는데 부끄러웠다. 그 자리에 가을강낭콩 넣게 될 것 같다. - 주은
비가 와서 덥지 않았다. 땅이 젖어서 풀 뽑기 좋겠다 싶어 비가 오지만 나가서 밭일을 하였다. 메주콩 밭에 갔는데 누가 싹 두 개를 똑똑 따서 없어져 있었다. 이게 말로 듣던 거세미 짓인가. 한 구덩이만 건드려서 다행인데, 다른 콩도 건드릴까 걱정이 된다. - 은진
아침에 비가 왔는데 그냥 나가서 일했다. 비 맞고 싶은 날이 있는데 오늘 아침부터 그랬다. 옥수수 옮겨 심었다. 그새 좀 컸는지 지 무게에 못 이겨 휘청거린다. 수염 달고 겨드랑이 비집고 나오는 애들도 있다.
사과참외 밭엔 풀 좀 뽑아 덮어줬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있다. 나눠먹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 해민
7월 14일 불날
고추밭 들러 그들 근황 좀 살피다가, 눌러앉아 깨작깨작 풀 뽑다왔다.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벼밭도 잠깐 들렀는데 풀이 무성하다. 그래도 풀들 사이로 삐죽삐죽 솟은 벼들이 가끔 보인다. 희망을 놓지 말라는 얘기인 것 같아 김매기를 슬슬 해야겠다 생각했다.
옥수수는 바람에 쓰러진 것들이 있어 세워줬다. - 해민
아침에 집 앞 호박잎, 호박, 고추 따고 감자 몇 뿌리 캐 된장찌개 끓였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그 자체로 맛 좋다.
산에서 부엽토 한 차례 더 해왔다. 이번엔 칡잎이 덮여있는 흙을 퍼왔는데, 어제 간 곳보단 낙엽들이 잘 삭아 짙고 보드라운 흙이 많았다. 한 포대 반 정도 했는데도 반 이랑 남짓 더 덮어줘야 한다.
올콩 싹, 콩을 이고 머리 내밀고, 상추는 몰라보게 커서 한 다발 따다 밥상에 냈다.
때 맞게 내리는 비 맞고, 작물들 잘 자라는 만큼, 풀들도 쑥쑥 자라고 있다. 저번에 깔끔히 정리했던 조, 수수밭에도 어느 샌가 나타나 기세 좋게 자라고 있다. 안되겠다 싶어, 큰비 오기 전에 단도리하는 셈으로 거의 모든 밭 김맸다. 이랑 고랑 할 것 없이 뽑아냈다. 다행히 비온 뒤라 조금만 당겨도 쑥쑥 잘 뽑힌다.
무슨 일인지, 이상하게 땅콩은 별 진전이 없다.
저물녁 집 앞 감자 수확했다. 보드라운 흙 파헤치면 희끄무레한 머리를 내민다. 한 줄기에 서너 4알씩 나왔다. 커다란 소쿠리에 담아놓으니 벌써 배부른 듯. - 주은
7월 15일 물날
메주콩밭 가서 한숨 쉬고 말았다. 싹이 몇 개 나긴 했는데 그중 일부는 머리가 잘려 나가 있었다. 새가 자른 것 같다. 슬프다. 시작할 때 기운 빠지는 일이 생기면 주욱 영향을 받고 잘 못 돌본다. 벼밭을 보라! 메주콩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다. 제발 안 먹어주면 좋겠다, 새야. - 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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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수확했다. 흙을 파면 족족 감자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렇게 많은 감자를 수확해본 적은 없었다. 배추밭에 덮어줄 부엽토를 하러 산에 갔다. 가면서 덜 익은 잣들을 주웠다. 작년에 잣 까먹으며 이야기 나누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 진혁
해오름밭 작물들(검은깨, 오이) 김매기 해줬다. 이제 막 올라오는 풀이며 훌쩍 자라 내 배꼽까지 올라온 달맞이, 개망초며 할 것 없이 다 뽑아냈다. 오이밭 김매다 굽쇠 마냥 굽은 오이 하나 발견했다. 더 자라게 둘까 하다가 그냥 따왔다. 첫 열매가 주는 기쁨, 여러 이들과 나눴다. 오이가 이리저리 덩굴손을 뻗어 올라가고 있다. 우리가 나눠놓은 선에 상관없이 서로 뒤엉켜 위를 향해 올라간다. 생명에는 나눠진 자기 영역이 없구나, 그저 서로 하나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우리도 내 것을 내 거라 하지 않고, 나누면서 사는 것이겠지. - 주은
7월 16일 나무날
밥상에서 요리를 했다. 수확한 감자들 중에서 상처 난 감자와 작은 감자들을 고르고 깨끗이 씻고 잘랐다. 양파를 썰며 오랜만에 울어보았다. 자른 감자, 양파, 당근을 닭과 함께 버무렸다. 생각보다 요리가 간단했다. 나중에 집에 가서 만들어봐야겠다. 모두들 맛있게 먹어주어서 감사했다. - 진혁
집 앞 딸기밭 김맸다. 딸기가 길게 손을 뻗어가며 뿌리내리는 속도도 빠르지만, 역시 풀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진 못한다.
참외, 오이 두통씩 열렸다. 흙 닿는 밑 부분이 무를까봐 풀 이불 깔아두었다. - 주은
감자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올해 감자를 심게 된 이유는, 간식으로 먹을 만한 작물 중 감자와 고구마가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감자 수확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기대하던 감자를 드디어 오늘 캐는 것이다. 내 감자들은 다른 사람들 감자보다는 조금 작았다. 내가 초반에 잘해주지 못한 이유가 큰 것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나온 것 같다. 한 이랑에 4~5kg 정도 나온 것 같은데 내가 해준 것치고는 많이 나와서 좋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밭을 한번 둘러보았는데 정말 풀들이 많았고, 토마토도 이제 열매가 맺히고 쓰러져 있었다. 그래서 당장은 지주대만 세워줬다. 그리고 드디어! 메주콩 싹을 보았다. 작년부터 그렇게 심고, 재파종해도 안 나던 메주콩이 오늘 가보니 나와 있었다. 조그마한 게 삐죽삐죽 나와 있으니 귀여웠다. 내일부터는 다시 본격적으로 밭일을 시작해야겠다. - 어진
7월 17일 쇠날
직접 만든 산딸기잼, 오디잼을 빵에 발라서 아침에 먹었다. 드디어 오늘 먹게 되었다. 생협에서 파는 잼보다 내가 만든 잼이 더 맛있는 것 같다. - 예진
콩밭 김맸다. 며칠 꾸준히 하다보니 슬슬 빨리하는 요령도 익혀가고 있다. - 주은
참외줄기정리를 했다. 원줄기인 어미줄기는 시작부터 4~5마디 이상 자라면 끊어준다. 어미줄기에서 뻗어나온 곁줄기, 아들줄기는 13~14마디보다 더 크면 끊어준다. 아들의 아들, 손자줄기는 4~5마디 째부터 끊는다. 비록 너희를 끊고 있지만,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함이란다. - 해민
김매기를 하다 너무 힘들어서 방석을 가져와 써보았더니 정말 편했다. 그래서 밭일을 잘할 수 있던 것 같다. 조와 수수 솎아주기를 안한 것도 있어서 솎아주기도 하고 김매기도 했다. 조금씩 줄어드는 풀들과 깨끗해지는 내 밭을 보니 열심히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 어진
7월 18일 흙날
벼밭 김매기를 끝내고 퇴비를 줬다. 다른 풀들을 정리해 깔끔해진 건 좋다만 아무래도 가녀린 벼들이, 더 그래 보인다. 옥수수밭에도 퇴비 줬다. 자리도 확실히 잡았고 기세도 좋은데, 더 힘 받아 쑥쑥 크라고 줬다.
김장밭 다듬고 부엽토 퍼다 부어줬다. 저번 학기 땐 김장남새에 가운을 못 모았다. 아쉽고 반성되는 부분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자극해줬다. - 해민
참깨 안 난 밭에 가을강낭콩 호미 한 자루 간격으로 널널하게 심었다. 하나는 붉고, 하나는 연분홍 빛깔에 자잘한 얼룩이 있다. 선비잡이밤콩도 이 무렵에 심어(한 주 지나긴 했지만) 10월 즈음 수확한다 해서 두 구덩이 심어보았다. - 주은
7월 19일 불날
단호박도 열리고, 토마토도 열리고, 강낭콩 싹도 났다. 작물들이 많이 자란 만큼 풀들도 무럭무럭 자란다. 또 김매기 해야 할 듯싶다.
상추를 뜯어 밥상 실습으로 비빔국수를 했다. 오늘 비빔국수에는 새롭게 오이와 깻잎이 들어갔다.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시원한 오이와 향긋한 깻잎이 더해지니 식욕을 돋게 한다. 더욱 더워지고 끈적끈적하게 습한 날씨지만 채소들이 있기에 여름을 날 수 있는 것 같다. - 예진
오랜만에 오이밭을 김매기했다. 오이가 다른 풀들과 엉켜 있는 것을 보며 빨리 오이지줏대를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낼모레 심을 배추밭도 정리하고 고구마밭, 메주콩밭, 팥밭, 녹두밭을 전부 정리해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풀들이 싫었다. 조금만 천천히 자라면 좋겠다. - 진혁
저녁먹고 김매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해 저물고 선선한 날씨도 딱이고 부른 배 꺼지게 하는데도 딱이다. 준성이와 마주보고 한 이랑씩 김맸다. 준성이와 얘기 나누고, 중간중간에 지나가는 이모삼촌들과 손 흔들며 인사하다보면 한 이랑쯤은 금방 끝난다. - 주은
7월 20일 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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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오이밭, 김장밭을 정리하고, 오후에는 어진이와 공동울력으로 메주콩, 수수밭 김을 맸다. 서로의 밭에 김매는 것을 도와주니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내 토마토 밭에 지줏대들이 절반 이상이 쓰러져 있었다. 비는 한두 방울 떨어지는데 지줏대는 서둘러 세워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진이가 세우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함께 지줏대를 세우며 종토마토와 얼룩토마토 밭을 바꿔서 심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작년에 씨를 받아서 통에 담을 때부터 종토마토씨는 얼룩토마토씨라고 분류하고, 얼룩토마토씨는 종토마토라고 분류한 것이었다. 종토마토와 얼룩토마토의 혹시 모를 교잡가능성을 두고 밭을 최대한 떨어뜨려 배치했는데 나의 실수로 다른 사람들의 수고가 소용이 없어졌다. 올해는 씨를 받을 때 조금 더 마음을 써야 할 것 같다. - 예진
7월 21일 불날
오이지줏대 세워줄 나무를 주으러 산에 갔다. 훨씬 전에 오이지줏대를 세워줘야 했는데 오이가 너무 작다고 지줏대를 세울 필요를 느끼지 못해 좀 늦게 세웠다. 최근에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나무들이 젖어있었다. 때문에 단단한 나무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단단한 나뭇가지 여섯 개를 두 번 왔다갔다해서 오이밭으로 들고 왔다. 오이 주변으로 나뭇가지를 세우고 그물을 걸쳤다. 오이들이 이 그물에 잘 기대어 잘 자라면 좋겠다. - 진혁
배추씨를 심었다. 홍천에 온 첫해부터 받아서 심고 받으신 무릉배추씨라고 한다. 배추씨는 한 구덩이에 다섯 알씩 넣고, 두 뼘 간격으로 두 줄 심었다. 한 구멍에 씨를 넣을 때 두세 알씩 붙여서 심었다. 발아될 때 열이 필요한데 붙어 있으면 싹 날 때 서로의 열로 인해서 더욱 발아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씨가 조금 남아서 줄뿌림으로 모종밭을 만들었다. 혹시 싹이 나지 않거나 벌레한테 먹혔을 때를 생각해서 넉넉하게 심어놓는 것이다.
배추씨를 심고 장작 정리를 이어서 했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장작 정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비가 장대같이 쏟아진다. 일을 마치고나서 샤워를 하고 개운하게 저녁밥을 먹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추씨가 떠내려가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나는 오히려 깊게 심은 것 같아서 걱정이다. - 예진
배추씨 넣었다. 속이 차는 배추로는 구억과 무릉 씨가 있었는데, 구억이 씨가 많다했다. 두 이랑씩이나 심는 나로서는 씨 많은 구억이 좋을 것 같아, ‘구억이요’ 하려했는데, 그만 혀가 꼬여 ‘구릉이요’라고 말해버렸다. 그래서 후에도 내가 심은 배추가 구억인지 무릉인지 헷갈려 몇 차례 더 확인해야 했다. 꽃처럼 크게 벌어질 것 생각해 한 자루 반 간격으로 네 알씩 심었다. 처음에는 모르고 너무 가에 심다가, 다시 바로해서 심었다. 심고서 채찍비가 사정없이 내려, 씨가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잘 자리잡길 기도하는 마음이다.
장작 정리도 했다. 비슷한 크기 나무를 가지런히 세로로 쌓고 그 위에 잘려진 토막들을 가로질러 쌓는 일이었다. 비오는 중에도 끝내고 싶은 마음으로 밥 먹기 전에 끝을 냈다. - 주은
배추씨를 넣었다. 올해는 밭 준비를 철저하게 해놓기도 했고, 열정도 있어, 잘 자라길 바라는 간절함이 저번과는 다르다. 여름부터 흔들려서 가을농사는 (거의) 망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엔 기필코 해내리라 다짐한다. 내 밭은 폭이 좁은 편이라 두 줄은 무리여서 한 줄로 심었다. 지금 기분만으론 잘 될 것 같다. 마침 비가 쏟아지는 게 왠지 잘 될 것 같다. - 해민
7월 22일 물날
고구마밭에 갔는데 정말 심각했다. 풀들로 덮여있었다. 그래서 인애언니랑 같이 가서 김매기를 했다. 해가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빗방울도 떨어지고 해서 끝까지 못했다. 그래도 많이 해서 뿌듯했다. - 성은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는 하지만 해오름밭 김을 매주었다. 밭벼고랑과, 앉은뱅이강낭콩 밭 김을 매주었다. 강낭콩밭에 있는 달개비들은 한 뼘 이상씩 자라있고 땅이 축축해서 뿌리를 뽑으면 주변에 있던 흙까지도 한 무더기 딸려왔다. 개미굴은 또 어찌나 많은지 달개비를 뽑았는데 그 밑에 하얀 개미알과 개미들이 가득하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어슴푸레해졌지만 해오름밭만은 김매기를 마치고 싶어서 결국 어둑어둑해질 때 즈음에 김매기를 마쳤다. - 예진
7월 23일 나무날
비가 그친 틈 타 나갔는데, 다시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빗속에서 콩밭에 불쑥불쑥 올라온 풀 뽑아냈다. 비 맞으며, 일해본 건 고구마 심을 때 빼곤 거의 처음이다. 요 며칠 후덥지근했기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 맞는 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하자 하던 일 접고 돌아왔다. - 주은
저녁 먹고 김매기를 이어서 하려고 했는데 비가 쏟아져서 못했다. 상원오빠는 거센 비가 내리는데도 우비를 입고 농사를 했다. 대단했다. 난 비가 안 올 때 해야겠다. - 성은
7월 24일 쇠날
배추싹이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하지만 내 배추싹은 아직 소식이 없다. 아마 깊게 심은 탓인 것 같다. 며칠 더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야 할 것 같다. 배추밭에 앉아서 배추씨에게 힘내라는 말 건네고 돌아왔다. - 예진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장마철이었다. 김을 매놓은 게 소용없이 다시 풀들로 뒤덮일까봐 걱정된다. 장마철이 지나가면 서둘러 김매기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 성은
7월 25일 흙날
고구마 심을 때만해도 가물어서 걱정했는데 이제는 정말 비만 온다. 고구마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비 때문에 습해서 방에선 곰팡이냄새가 나고 빨래도 못 돌리지만 이 장마철이 작물들에게는 약이 되니 기다리기로 했다. - 성은
드디어 배추싹이 났다. 다시 심어야 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걱정한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싹이 고르게 잘 났다. 배추싹이 기특했다.
노랗게 익고 있는 오이를 땄다. 푸릇푸릇한 시기에 미처 따먹지 못하고 시기를 놓쳐서 씨로 받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씨는 더 튼실한 놈으로 받으라고 하셔서 오후에 노랗게 익고 있는 오이를 땄다. 노각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속은 푸른 빛깔이 돌고 먹어보니 아삭아삭하다. 혼자 먹기 아까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오이를 먹고 나니 갈증이 가신다. - 예진
7월 26일 해날
아침에 밭에 가보니 배추싹이 나 있었다. 똑똑하게 생겼다. 파종 후 며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쓸리거나 썩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무색하게도 너무 건강하게 태어났다. 싹을 보고나니 마음이 가볍다.
저녁엔 참외밭 풀 정리하고 첫 수확해 친구 선생님들과 나눠먹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첫 수확! 그리고 첫 나눔! 달았다.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달았다. - 해민
아침에 밭 구석구석 김을 매주었다. 나름 자주 매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잠깐사이에 풀들이 다시 무성하게 자란다.
오늘은 호박밭을 신경 써서 매주었다. 요즘 호박이 넝쿨을 쭉쭉 뻗기 시작했는데 감당이 되지 않는다. 밭 둘레에 쳐놓은 고라니망까지 넘었다. 덩굴만 무성하고 열매는 열리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랫쪽 달맞이와 개망초와 함께 얽혀있던 덩굴에 열매들과 암꽃이 많았다. 열매를 하나하나 발견할 때 마다 너무 기뻤다. 호박이 빨리 익으면 좋겠다. - 예진
오이 밭 풀 뽑았다. 오이 두세 통 큼지막하게 열린 것보고 기분 좋게 한 덩이 따왔다. 한 덩이는 노각이 되려고 누래지기 시작했다.
콩밭 풀 맸다. 저번에 맨 곳에 다시 풀이 올라와 있길래 봤더니 글쎄 밭두둑에 덮어놓은 풀이 그새 살아나 꿈틀대고 있는 거였다. 장마철에 풀 덮개는 풀 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걸 알게 되었다. - 주은
풀들 사이를 보았는데 유혈목이가 황소개구리를 먹고 있었다. 소름이 끼쳤다. 이 뱀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선생님과 같이 돌로 때려 죽였다. 뱀을 죽인 건 처음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어쩌다가 성은이 오이밭을 같이 김매기하게 되었다. 같이 일하고 있던 성은이랑 선생님이랑 밭일하며 이야기 나누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해민이가 갓 수확한 사과참외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직접 길러 나누어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진혁
7월 27일 달날
상추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적상추에 비하면 꽃대가 늦게 올라온 편이지만 상추와 토마토를 수확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먹으려고 하였던 나의 부푼 꿈은 이룰 수 없게 되었다. - 예진
기다리던 비에 작물이 자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풀이 자랐다. 벼밭부터 출동했다. 저번에 정리해 밭에 얹어 놓은 풀들이 드러누운 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당황스러울 만큼 놀라운 생명력에 입이 떡 벌어졌지만 다물고 정리를 했다.
옥수수밭은 두 이랑이라 오후 저녁으로 나눠서 정리했다. 흙 관리를 열심히 했더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열매들은 수염 휘날리며 머리 내민다. 내 무릎 정도밖에 안 큰 애들도 열매를 달고 있는데, 안쓰럽다. 내 나이에 애가 있는 느낌?
고추밭 정리도 했다. 고추도 슬슬 열매가 커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 뼘정도 되는 애가 열매를 두세 개 달고 있기도 하다. 옥수수보다 훨씬 안쓰럽다. 내 나이에 애가 둘셋 있는 느낌? 아무튼 모두 잘 크고 있다. - 해민
오이밭 마저 김매고, 오이 한 통 더 땄다 모아뒀다가 밥상실습 해야겠다.
검은 참깨밭 김맸다. 내일 한 차례 비온다 하니, 솎아줘야겠다. 솎은 것은 옆 밭에 안 난 자리에 심었다.
억센 비를 뚫고 나온 배추 싹, 심은 그대로 나왔다. 나중에 안 나오는 곳에 옮겨 심으려고 한 군데 곧뿌림으로 뿌린 모종 자리에도 싹이 나왔다. - 주은
저녁 먹고 못 다한 고구마밭 정리를 했다. 풀들이 많이 자라서 뿌리 뽑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온 칡넝쿨들이 밭까지 침범했다. 넝쿨이 많아서 무겁고 뿌리도 못 찾겠어서 그냥 뒤로 치웠는데 금세 또 올 것 같다. 내 밭 말고도 다른 밭들도 칡넝쿨의 피해를 받고 있었다. 고민이 된다. - 성은
7월 28일 불날
어제 너무 무리를 했는지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계획해놨던 콩밭 일을 못하고 계속 방에 있었다. 가끔 밭에 나가 이것저것 둘러보며 허리를 풀다보면 조금 나아지는 듯 싶기도 하다. 밭이 병 주고 약 준다. - 해민
어제부터 그리기 수업을 하고 있다. 어제는 잎과 꽃이 만날 수 없어서 상사화라고 이름이 붙여진 꽃을 그리고, 오늘은 터전밭 가장자리에 있는 도라지꽃을 그렸다. 솔직히 오늘 전까지는 밭에 도라지꽃이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도라지꽃이 있다고 하니, 멀리서도 여태껏 보이지 않던 보라색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매번 같은 길을 지나는데도 보지 못했다니! 아름다운 도라지꽃의 모습과 색을 종이 한 장에 전부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도라지꽃을 깊게 만나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 예진
그리기 수업 때 도라지꽃을 그리러 터전밭에 갔다. 도라지꽃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색깔도 보라색이고 오묘한 느낌이 있어서 예뻤다. 그리고 팥밭을 둘러보았는데 팥이 많이 자라있었다. 기분 좋았다. 날씨는 여전히 빗방울이 떨어지고 어두컴컴하다. 맑은 하늘을 보고 싶다. - 성은
집 앞 남새밭에 의성뿌리배추, 무씨 넣었다. 한 알 한 알 정성껏. 올콩, 녹두밭 가볍게 김맸다. - 주은
7월 29일 물날
비가 온다. 비가 작물에게 득이 된 만큼 잡초에게도 득이 되었을 것이다. 장마가 끝나면 김매기를 부지런히 해야겠다. - 성은
올콩, 녹두밭 정리하고, 풀 더미 한데에 모아두니 작은 산만하다. 올콩 밭은 다른 밭에 비해 띠나 망초같이 비교적 키가 큰 풀은 안 자라는데, 제비꽃이 골칫거리다. 땅에 붙어있는 정도로 작아서 그냥 둬볼까도 했는데 하얀 뿌리가 생각보다 질기게 내려있어 잘 안 뽑힌다.
조, 수수밭 한 쪽 고랑, 두둑 풀 정리했다. 조, 수수밭은 이랑 너비가 넓어 두 번에 걸쳐 할 생각이다. 가을콩 심어놓은 것 보러 옆 밭도 들렸다. 그새 자란 풀들이 나를 못 가게 붙잡아, 지나가던 길 땅콩밭, 고구마밭 풀도 맸다. 땅콩 싹이 두 개인 줄 알았는데, 언제 났는지 모를 싹 하나가 더 자라있었다. 콩밭에 가니, 거의 모든 싹이 나있었다. 몇 년 묵은 씨라 안 날까 싶던 선비잡이밤콩이며, 가을강낭콩이며 거의 모두 싹을 냈다. - 주은
배추밭에 김을 매주었다. 씨 심기 전에 말끔하게 맸는데, 풀이 꽤 자랐다. 김매고 두둑 위에 올려놓은 풀들 뿌리 흙을 다 털어내지 않아서 되살아나기도 했다. 밭벼밭도 김을 매주었다.
호박잎을 땄다. 호박덩굴이 여기저기 뻗고 무성해지니 밥상실습으로 호박잎 된장국을 끓이기로 하였는데, 호박잎을 딸 때도 모든 잎을 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꽃이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주위에 네 장씩은 남겨야 한대서 꽃 주위 잎을 남기려니 딸 것이 많지는 않았다. 국 끓일 시간에 맞추어 밥상에 가서 호박잎을 다듬었다. 줄기 끝을 똑 끊어서 줄기부분의 까칠까칠한 부분을 벗겨내고, 잎에 남아있는 까칠까칠한 부분은 손으로 눌러서 덜 까칠하게 해주었다. 호박잎을 깨끗하게 씻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된장, 고추장, 다진마늘과 섞어주어 끓는 육수에 팔팔 끓였다. 마지막으로 된장과 간장으로 간을 하니 맛있는 호박잎된장국이 되었다. - 예진
7월 30일 나무날
흙 비린내가 손에 뱄다. 처음엔 조금 불편했는데, 생각해보니 내 몸에서 흙냄새가 난다는 게 뿌듯했다. 흙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니 말이다. 손이 코 가까이 스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다가도 아무렇지 않아진다. - 해민
오늘 오이를 따서 먹었다. 오이는 내 손바닥만 했다. 첫 수확이라 기분 좋았다. 그리고 귀엽게 생겼다. 다음에 더 많이 열리면 나누어 먹고 싶다. - 성은
어제 못 다한 올콩밭 제비꽃 뽑아내고, 오이, 검은깨, 작두콩 밭 한 번 더 가볍게 매고 뽑은 풀 한 데 모아뒀다. 조, 수수밭 반대편 고랑, 두둑 풀 정리했다. 지난번에 솎아주기를 하긴 했지만, 너무 아까워 많이 남겨두었더니 부대껴보였다. 이번에는 과감히 솎아내려 했으나! 간격 생각하면서 튼실한 것 기준으로 다섯 개 고르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오래 걸렸다. 내일 마저 해야 할 듯하다. 손목 주변이 따끔해 봤더니 개미였다. 그렇게 두 차례나 물렸다. - 주은
7월 31일 쇠날
아침 먹고서 모자도 눌러쓰고, 남방도 걸치고, 몸빼바지도 입고, 장화 신고, 풀 모을 수 있는 고무래도 챙기고, 호미, 긁쟁이 챙겨 밭으로 나섰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주머니, 밭일하러 나오셨어요? 채비를 제대로 하셨네요’ 했다. 내가 봐도 놀라운 속도로 호미를 놀려 풀을 뽑았다. 고구마밭이랑, 땅콩밭, 가을콩밭, 반달모양 팥밭 정리했다. 촘촘한 조도 솎아줬다. - 주은
무밭을 다듬고 무 심는 일을 했다. 무씨가 많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횡성에서 받은 무씨를 넉넉히 주셔서 밭 이곳저곳에 심게 되었다. 한 구덩이에 두세 알씩 점뿌림을 했다. 발아가 잘 되어서 솎아줄 때, 솎아준 것도 먹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한 이랑에 네 명 정도씩 붙어서 일을 하니 일이 빨리 끝났다. - 예진
밭일을 오전 내내, 또 오후 내내 해서 온몸이 뻐근하다. 그래도 밭 정리는 확실히 했다! 잡초들이 너무 많이 자라있어서 김매느라 애먹었다. 그동안 작물들도 많이 자라있었다. 신기했다. 작물들을 자주자주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성은
무씨 넣었다. 별로 관심 없는 작물 일 할 때 집중력이 없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무밭 정리, 무씨 넣기, 되도록 열심히 해보려 애썼다.
나중엔 풀 베서 풀거름 만들기를 했는데 풀베기를 하며 구석구석 부분부분 깔끔해지니 뿌듯했다. 저녁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외에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앞으론 더 철저하게 일하고 글 써야겠다. - 해민
은진, 해민, 진혁, 예진, 주은, 어진, 성은 | 밝은누리움터에서 하늘, 땅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삼일학림 학생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