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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보래지도록 오디 따먹던 6월
솎아주고, 옮겨심기하고, 북주기하고 바쁘다 바빠


6월 1일 달날

들깨를 심었다. 줄뿌림했는데,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마지막 줄에서 들깨를 쏟아버렸다. 이런! 들깨씨를 나눠준 친구한테 미안했다. 고생해서 갈무리했다고 한 알 한 알이 소중하댔는데…. 들깨를 쏟은 곳과 그 주변 흙을 긁어모은 다음 두둑 위에 골고루 뿌렸다. - 상원

오늘도 풀이름을 찾았다. 사진으로만 비교하는 게 어려워서 다시 산에 올랐다. 어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풀들이 반가웠다. 잎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며 몇 가지 알게 된 풀들이 있다. 하나는 밀나물이고, 하나는 천남성이다. 밀나물은 저번 아미산 산행 때 본 선밀나물과 한가지인데, 밀나물이 덩굴처럼 비스듬히 누워 손을 뻗어나가는 데, 선밀나물은 위를 향해 줄기가 서있다고 해서 선밀나물이다. 밀나물은 잎이 반지르르 한게 수꽃을 내고 있었다. 천남성은 꽃이 풀 색깔과 같은데, 마치 혓바닥을 올리고, 그 아래 곧추선 목젖이 있는 것만 같다. 독이 있어 먹을 수는 없지만 뿌리는 약으로 쓴다고 한다. - 주은

6월 2일 불날

요즘은 저녁 먹고 밭에 가게 된다. 물뿌리개 들고, 고구마에 물주기 딱 좋은 때다. 몇 주째 똑같은 모습으로 쭈뼛쭈뼛 서있는 사과참외싹과 오이싹에 쌀뜨물에 오줌거름을 섞은 것을 조금씩 주었다. - 주은

6월 3일 물날

호박이 싹을 낸 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계속된 가뭄에 점점 말라가는 것 같아서 쌀뜨물에 발효시킨 오줌을 조금 섞어서 줬다. - 상원

고추밭 김매기를 했다. 마을 분들 것보단 작은 고추지만, 그래도 나름 튼튼해 보인다. 비가 와주면 참 좋을텐데. - 해민

6월 4일 나무날


올해 처음으로 진보라색 오디를 먹었다. 한창 순이 나고 풋열매가 날 즈음, 뽕잎차 만들려고 벼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익은 것이다. 저녁 산책하다 왕오디나무에 보라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걸 보고, 너무 신나 나뭇가지 붙잡고 입술 보래지도록 따먹었다. - 주은

6월 5일 쇠날

새벽에 뒷간 갈 때 비가 한두 방울 오다 그치나 했는데 비가 조금 더 오고 그쳤다. 간만에 비가 와서 너무 반갑고 비가 오면서 나는 풀냄새, 흙냄새가 향기롭다. 비가 오는데 눅눅하게 느껴지기보다 기분이 상쾌하기는 처음이다. - 예진

오랜만에 비가 온다. 밭생명 촉촉히 적셔줄 비다. 이 비가 지나가면 밭의 풍경은 또 달라지겠지.
고구마는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씨고구마마저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싹 내느라 제 단물 힘껏 올려내 그렇게 달진 않지만 먹을 만하다. 은진언니와 씨고구마로 맛탕 만들었다.
저녁에 오디 따다가 오디조림 만들었다. 사실 잼을 만들려고 했으나 너무 오래 졸여 조림이 되었다.
땅콩밭에 드문드문 올라온 달개비 뽑다가 그 사이에 숨어있던 땅콩싹, 쏙 뽑아버렸다, 울룩불룩한 껍질이 반으로 열리고 그 사이에 통통한 연분홍빛 씨땅콩이 보였다. 몇 주 넘도록 목 빠지게 기다리던 싹을 본 순간의 기쁨과 그걸 뽑아버린 혼란스러운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 잽싸게 손을 놀려 원래 자리에 심어주었다. - 주은

요즘 그래도 틈틈이 밭 둘러본다. 아침에는 고추밭 보러 갔다가, 오랜만에 마늘밭가서 김매기도 했다. 아침 먹고 비가 좀 왔는데 반가웠다. 그 기쁨을 내 작물들과 함께 누리기 위해 밭에 가서 비 맞으며 앉아 있다 왔다. - 해민

6월 6일 흙날


오늘부터는 고구마에 물을 주지 않기로 했다. 어느 정도 잘 자리를 잡은 거 같으니까 알아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4월 21일에 씨 넣은 자주땅콩, 한 달 보름이 지나도록 싹이 없어서 하나 파 봤다. 싹은커녕 심어 놓은 땅콩도 없었다. 옆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나 찾았는데 개미들이 들어있고 반쯤 파먹혀 있었다. 개미들이 내가 심은 땅콩을 다 가져가버렸나 보다. - 상원

6월 7일 해날

김매기를 했다. 다행히 풀들이 밭 전체를 뒤덮고 있진 않았지만 이미 풀들이 많이 자라 자리를 잡아놓은 상태였다. 수수싹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수수싹일 것만 같은 건 남겨놓았는데…. 밭에게 소홀한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마음은 밭에 있고 몸은 따라주질 않으니 참 어렵고 힘들다. 김매기를 완벽하게는 못해도 많이 했다. 뿌듯했다. - 성은

6월 8일 달날

군부대 붕괴 작업이 시작되었다. 너무 거슬리고 산만하다. 작물들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시끄러운 만큼 자주 가서 내 목소리 들려줘야겠다. - 해민

6월 9일 불날

오이밭에 오이를 솎아내려고 찾아갔다. 한 구덩이에 싹이 세 개나 나서 서로 몸을 비집고 싸우는 것같이 보였다. 너무너무 아깝고 미안했지만 작은 오이싹을 뽑았다. 단호박 싹을 솎을 때 아까워서 옮겨 심었는데 물을 안 줬는데도 살아남았다는 은진언니의 말이 기억났다. 그래서 나도 물 안주고 오이싹 옮기기를 시도해봤는데, 살아날진 모르겠다. 요즘 너무 가문다. 비가 많이 내리면 좋겠다. - 성은

어제 저녁엔 고추밭에 거름 줬는데 오늘은 사과참외 밭에 줬다. 물도 주고, 풀로 덮어줬다. 내일 날이 뜨거워서 다 날아가진 않을까 싶어서 물을 줘서 어느 정도 흡수시키고 날아가지 않게 풀로 덮었다. 힘내, 얘들아. - 해민

6월 10일 물날


밭둘레에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나있는 밭에 팥을 심기로 했다. 나무날 저녁, 비오기 전에 심을까, 열매날인 흙날, 해날에 심을까 고민하다, 흙날, 해날 중에 심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쇠날에도 비 온다 하니 흙날 해날에 심으면 열매날이기도 하면서, 흙도 물기를 머금고 있을 테니 일석이조다.
하늘땅살이 수업시간에 밭을 돌며 각자 밭 상황을 공유하고 궁금한 것 묻는 시간을 가졌다. 싹이 안 난 것에 대해서 얘기가 많이 나왔다. 우리가 싹이 안 나오는 이유를 가뭄 탓으로 돌리기 쉬운데, 그렇게 가뭄으로 싹이 안 나온 원인을 한정짓는 것은 너무 하나만 보는 것이 될 수 있고 게으른 생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물다고 당장 물주는 것도 싹이 잘 안 자라는 이유를 비가 안 오는 것, 한가지로만 국한시키는 것이기에, 다른 까닭은 없는지, 작물과 흙의 상태를 살피기 어렵게 된다는 말도 나눴다. 나 또한 싹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해 힘든 마음으로만 있었지,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씨앗과 흙의 상황을 살피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왜 싹이 움트지 못했을까를 곰곰이 헤아려 보는 것이었다. 함께 머리 맞대고 헤아려보니 토란은 아예 하나도 싹이 나지 않았는데, 심을 때 돌처럼 딱딱했었다. 씨앗 보관할 때 잘 감싸주지 않아 수분이 날아가 딱딱해진 채로 심어 그런 것 같았다. 땅콩은 개미가 통째로 가져갔거나, 썩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사과참외는 씨도 단내나게 노랗게 영글었을 때 잘 받았는데도 싹이 잘 안 난 걸 보면 흙이 숨 쉬지 못한 탓인가, 싶기도 했다. - 주은

오늘은 옥수수 밭에 거름 줬다.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났지만 그래도 오늘 했다는 게 좋다. 내일 비 온다던데 옥수수들이 기세 타서 쑥쑥 자라면 좋겠다. 오줌도 줘야지. - 해민

6월 11일 나무날

사과참외 주변 흙을 만져보니, 보드라운 게 숨을 못 쉬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조, 수수 밭 흙이 딱딱한 게, 숨을 못 쉬고 있는 건 이 녀석들이었구나 싶어서 옮겨 심는 김에 풀거름 얹어주었다.
조 솎아주는 일 대신에, 빼곡히 난 조를 안 난 자리에 옮겨 심었다.
비오기 전에 웃자라는 작물들 웃거름 준다고 바빴다. 오이, 사과참외, 상추, 땅콩, 작두콩들에게 쌀뜨물과 오줌액비 조금 진하게 섞어주었다. - 주은

산에 가서 오이 지줏대로 쓸 나무를 가져왔다. 내 키 두 배도 넘는, 죽어서 쓰러졌지만 썩지 않은 튼튼한 나무를 골라야 했다. 지줏대로 왜 이리 큰 애를 하냐고 물었는데, 언니들이 생각보다 오이에게 높은 지줏대가 필요하고 땅에 박으면 그리 크진 않다고 했다. 오이를 처음 심는 난 그 말을 듣고 열심히 나무를 찾고 톱으로 잘랐다. - 성은

오늘 저녁에 비가 올 것 같아서 비가 오기 전에 오디를 땄다. 오디를 정신없이 따다보니 손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손톱 사이사이에도 보라색물이 들었다. 오디를 따고 보래진 내 손을 보니 ‘내 마음속에 눈부신 노래’ 노래 중 ‘네 두 손바닥은 오디 물이 들었구나’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저녁에는 병 소독하고 오디효소를 담궜다. 꿀병 두개가 있었는데 다 들어가지 않아서 내일 가라앉으면 조금 더 추가로 넣어야겠다. - 예진

아침 일찍 일어나 메주콩 밭을 정리했다. 개망초, 쑥, 쇠뜨기가 무척 자라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김매기를 하기가 힘들었다. 아침부터 땀을 흘리니 기분이 좋았다. - 진혁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해서 감자밭 순지르기, 김매기, 북주기, 웃거름 주기를 했다. 순지르기를 하다가 감자 한 개가 나왔고 북주기를 하려고 땅을 긁다가 감자 두 개가 나왔다. 이제 감자가 맺히는데 너무 늦게 정리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평생 한번밖에 못 본 죽은 두더지를 봤고, 처음으로 살아있는 두더지도 보았다. 생각보다는 작고 귀여웠다. 한번 건드려보니 살아있는 아이는 물컹해서 느낌이 이상했고 죽은 아이는 딱딱해서 섬뜩했다. 다음엔 토마토 밭을 정리할 생각이다. - 어진

아침에 잘 익은 오디들을 주워 땅이와 천둥이(개)에게 주었다. 천둥이가 오디를 먹고는 나를 안아서 당황스러웠고 좀 쑥스러웠다. 기뻐서인지, 더 달라는 건지…. 이렇게들 좋아하니 자주 갖다 줘야겠다.
오늘 비가 올 것이어서 오줌재거름을 긴호박에게 주었다. (냄새는 코를 찌르지만 생긴 것은 코코아같이 생겼다.) 그리고 호박들에게 똥거름을 주었다. 똥거름은 흙이랑 똑같다. 냄새도 흙냄새다. 거름을 보며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게 뭔지 실감했다. - 은진

6월 12일 쇠날

단호박은 꽃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조그만 애들도 꽃을 올리고 있다. 벌써 올라와도 되는 걸까? 이때까지 식물들은 떡잎을 내고, 잎을 내고, 그 다음은 열매를 맺고… 그런 순서가 있고 각 과정을 완료해야 다음으로 자라는 것인 줄 알았다. 예를 들면 보통은 꽃 피울 때이지만 아직 어리니까 늦게 피운다던지…. 그런데 계절의 때에 맞춰 자라는 것 같다. 그래서 씨를 넣는 때를 맞추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채 옆에 오디 받을 그물과 비닐을 설치했다. 모기장을 펼쳐다가 끈을 달아서 나무 아래에 묶었다. 오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오디를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 은진

6월 13일 흙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감자 북주고, 오이 지줏대를 세웠다. 땅을 파고, 나무를 세우고, 묶고, 나무가 너무 높아서 세우기에도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깔따구가 날아와서 내 눈두덩이를 물고 갔다. 따끔했다. 깜짝 놀랐다. 엄청 붓는다던데, 벌써 동그랗게 붓기 시작했다. 소독하고 얼음찜질을 했더니 더 붓진 않았다. 다행이다. 내가 없는 사이에 어진이가 땅 파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 곧 태영이도 도와주고 재범이도 세우는 걸 도와줬다. 덕분에 일찍 끝날 수 있었다. 높은 지줏대를 보니 뿌듯했고, 도와주신 여러 손길들에 감사했다. - 성은

비가 온다고 해서 단호박, 오이, 땅콩에 웃거름 주고, 밭벼 사이사이에도 뿌려주었다.
이제 밀밭은 황금빛이 되어간다. 밀 수확할 시기가 다가온다.
오디잼 만들려고 오디를 땄다. 나무 아래에 떨어진 오디라도 상태가 좋은 것들은 잼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에 주워 담았다. 내일 병 소독해서 잼 만들어야지. - 예진

6월 14일 해날

아침에 비가 쏟아졌다. 천둥번개도 치고, 이렇게 시원하게 비 내리는 건 오랜만이어서 반갑고 빗소리도 재밌었다. 천둥소리도 좋았다. 비가 더 오면 좋을 텐데 금방 그쳤다. 작물들이 비를 마시고 힘내면 좋겠다. 또 비가 기다려진다. - 성은

비도 왔고 해서 밭을 다 둘러봤다. 옥수수는 그래도 조금 나아 보인다. 사과참외는 완전 기세를 탄 것 같고. 고추는 아직 잘 모르겠다. 기세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자라고는 있다. 비가 더 오면 좋을 것 같다. - 해민

6월 15일 달날

얼룩토마토 밭을 가봤더니 싹 두 개가 겨우겨우 살아있었다. 팥 두 개 있다고 팥 밭이 아니듯 내 토마토 밭도 토마토 밭이 아니지 싶다. 오히려 저절로 난 팥보다 숫자가 적다. 그래서 팥, 들깨, 고들빼기와 함께 키우고 있다. 들깨는 많이 컸다. 물론 토마토도 많이 컸다. ^^
종토마토 밭을 가보니 싹은 많이 났는데 솎아주기를 안 해서 그런지 조금 작았다. 김매기를 하다가 풀이 거대한 게 있어서 뽑으려고 보니 엄청나게 큰 토마토 한 그루였다. 정말 한 그루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내 눈에는 커보였다. 다른 건 작지만 그 한 그루에 위안삼고 만족했다.
그리고 고구마밭 김매기를 해주었다. 오랜만에 고구마 밭을 가보니 풀도 많았고 생생하던 고구마가 말라 죽어있기도 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열심히 김매기를 하다가 그만 고구마도 뽑아버렸다. 거의 죽었던 게 새순을 내고 살아나고 있었는데, 뽑아버렸다. 감자 뽑았을 때도 다신 안 뽑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다시는 뽑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조, 수수밭을 정리해야겠다. - 어진

6월 16일 불날

뒷간 옆 풀 우거진 곳에서 꾸룩꾸룩 소리가 나기에 가보았더니, 도토리(고양이)가 두꺼비 한 마리를 쫓고 있었다. 발톱을 세우며 툭툭 건들고 할퀴고 하다가 싫증났는지 놓아주었다. 두꺼비인지 개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놈 다시는 요 둘레로 안 올 것 같다.
옮겨 심은 조가 누렇게 떴다. 옮겨 심는 과정에서 뿌리가 많이 다쳐서 몸살 앓나 싶다. 비 좀 내리면 괜찮을까. 볕 좋고 하늘 맑은데,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한다. 여우비 내리는 후덥지근한 날이다. - 주은

6월 17일 물날

아침 일찍 일어나 조, 수수밭을 갔다. 조, 수수밭이 현재 내 밭 중 가장 엉망인 것 같았다. 심지어 솎아주기를 하려고 보니 조, 수수 싹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밭이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조, 수수를 잘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어진

조가 빽빽하게 자라서 가위를 들고 솎아주러 갔다. 막상 가니까 모든 애들이 다 튼튼해 보여서 자르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너무 빽빽하게 붙어있으면 잘 자랄 수 없다고 해서 솎았다. 다 솎고 나서 뒤돌아보니 잘려나간 조 잎들이 쌓여 있는데 다시 아까운 마음이 들어 모아서 들고 내려왔다. 이걸로 먹을 것을 만들 수 없나? - 상원

성은, 예진이랑 같이 상추겉절이를 만들었다. 자신이 키운 상추를 수확했다. 세 번에 걸쳐 깨끗하게 씻고 상추를 먹기 편한 크기로 뜯었다. 너무 세게 뜯으면 상추의 싱싱함이 죽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뜯었다. 양념장을 만들었다. 성은이는 매운 것을, 예진이는 신 것을, 나는 단 맛을 좋아했다. 그래서 서로가 원하는 양념장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내가 직접 키운 상추로 겉절이를 만드니 훨씬 맛있었다.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 진혁

6월 18일 나무날

오이에 꽃이 피었다. 아직 꽃이 피기에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은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어쨌든 꽃이 피었으니, 곧 오이가 달릴 생각에 기쁘다. 벌써 지줏대에 덩굴이 타고 올라가 오이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 예진

오디잼 또 만들었다. 이번엔 선물해야지.
터전밭, 해오름밭 돌아다니며 고들빼기 뜯었다. 씻어 개키고 하는 데 자못 시간이 들었다. 같이 곁들여 먹을 두부 쌈장도 만들었다. 땅콩이 중간중간에 씹히는 게, 같이 싸먹으니 내리 들어갔다. - 주은

감자가 잘 자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감자가 말라죽을 것 같았다. 영양분이 없어 성장이 멈출 것 같았다. 감자와 옥수수에게 웃거름을 주었다. 터전 밭 왼쪽에 있는 거름을 펐다. 한 감자, 옥수수에게 한 줌씩 거름을 주었다. 그리고 북돋아주었고 벌레도 잡아주었다. 모레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다. 곧 내릴 비를 맞으면 훨씬 더 잘 자랄 것 같다. 거름을 주다가 천둥이가 풀리는 바람에 매어주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 진혁


6월 19일 쇠날

밀 수확했다. 한 단씩 안고 비닐집까지 가는데, 마치 갓난애기를 안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닐집 한구석에 뒤집어 걸어났다. 이렇게 거꾸로 두는 것은 영양분을 알곡에 모으기 위해서이다.
산과 가까운 쪽, 옮겨 심은 조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아, 제 빛을 내는데, 나머지는 뿌리 내리지 못한 채 완전히 말라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이사이에 심은 쥐눈이콩 싹이 난 것이다. - 주은

아침에 일어나서 밭을 둘러보았다. 어제 거름을 주었더니 어제보다 훨씬 크고 건강해 보였다. 정말 거름을 주어서 하루아침에 달라진 건지 내 눈이 이상한 건지 구분할 수 없다. 풀 거름을 만들고 밀을 수확했다. 잘 익어 노랗게 물든 밀이 예뻤다. 밀밭은 정말 그림같이 예뻤다. 그 밀을 수확하기가 아까웠다. 밀을 수확하고 밀을 뭉텅이 별로 나누고 끈으로 묶고 비닐집에 두었다. 내년에는 밀을 심어야겠다. - 진혁

오늘은 조, 수수밭 2일째다. 그저께 1/4 정도 했으니 이번에도 1/4 정도 하려고 생각하며 밭에 갔다. 한 번에 빨리 끝내려는 마음으로 밭일을 하면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든 것 같아 목표를 적게 잡고 여유롭게, 그리고 꾸준히 하려고 한다. 그래야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수는 거의 안 났는데 조는 많이 나서 솎아주기를 해야 했다. 뽑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 뽑아서 남긴 것이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부턴 가위를 써야겠다. 내가 조와 수수를 심었을 때 달랐던 점은, 조는 줄뿌림을 했고 수수는 점뿌림을 했다는 차이밖에 없는데 왜 수수는 잘 안 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씨앗을 적게 넣어서 싹이 안났나 싶기도 하다. 내년에 심게 된다면 씨앗을 조금 더 많이 넣어야겠다. - 어진

6월 20일 흙날

조, 수수밭 3일째다. 계속 똑같이 반복하는 일이다. 다만 해놓은 것을 보니 다음에는 다할 줄 알았는데 안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세차게 왔다. 진짜 오래간만에 비가 많이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온 비는 찔끔찔끔 와서 애간장을 태웠는데 오늘 온 비는 시원하게 와서 내 가슴도 시원하게 쓸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한참동안 빗소리를 들으며 사람들과 밖에 있었다. 작물들도 좋아할 것 같다. - 어진

어제 쏟아졌던 비 때문에 오이 지줏대가, 오이 지줏대가 쓰러져버렸다.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세운 앤데! 모진 비바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지 않게 튼튼하게 우뚝 솟아있었으면서! 아, 슬프다. 언니들과 또 시간을 잡아 다시 세워야겠다. - 성은


6월 21일 해날

아침 먹고 밭에 들렀다. 거름도 먹고 비도 마셔 땅기운, 작물기운이 좋아지는 것 같다. 흙도 좋아지고, 작물들도 기세를 타고 있다. 욕심일까?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작물들이 많이 자라 있었다. 옥수수는 이제 내 허벅지까지는 컸다. 요즘 옥수수가 정말 잘 자라고 있어서 옥수수에게 애정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저녁에 비빔국수를 먹었다. 밥상선생님들이 내 밭에 있는 상추를 뜯었다. 그래서인지 비빔국수가 더 맛있었다. 잎채소를 구입하지 않고 우리가 키운 상추를 먹으니 더 뿌듯했다. - 진혁

6월 22일 달날

오이가 덩굴손을 뻗고 있다. 저녁 먹고부터 천둥번개 치더니, 9시쯤 되니까 비까지 내린다. 홍천 와서 이렇게 큰 천둥소리는 처음이다. 천둥님이 무어라 호통 치는데 도통 뭔 소린지는 모르겠고, 무서워 떨기만 했다. - 주은

6월 23일 불날

밭에 옮겨 심은 동아가 자리를 잘 잡고 자라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동아 싹은 참 귀엽게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쑥쑥 잘 커주면 좋겠다. - 성은

6월 24일 물날

날씨가 이상하다. 천둥번개는 엄청 치는데 그것에 비하면 비는 적게 온다. 남부지방에는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어제 김매기를 잘 한 것 같다. 올해는 장마가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장마철에는 그 시기에 알맞게 비가 충분이 오면 좋겠다. - 예진

밀동초 씨 거뒀다. 몸체가 완전히 노랗게 되어야 거두는 건 줄 알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보통 3분의 1만 노래져도 거둔다고 한다. 드물게 아직 푸른 것도 있었고 반만 노래진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많이 노래져 있었다. 꼬투리가 터져 씨가 밭에 떨어지기도 했다. 조금만 세게 내려놓아도 꼬투리가 터져 씨가 사방으로 통통 튀었다. 50개는 족히 되는 꼬투리들을 일일이 열어 씨만 따로 양파망에 넣어두었다. 기말과제로 바빠진 호흡,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주은

단호박과 감자에 웃거름 줬다. 팥 심을 밭에 가서 풀도 뽑고, 팥을 지그재그로 호미 한 자루 반 정도 간격으로 두세 알씩 심었다. 비가 뚝뚝 내려서 풀을 많이 뽑진 못했지만, 팥을 심게 돼서 기분이 좋다. - 성은

6월 25일 나무날


감자에 거름을 줬는데 여전히 시들거리는 아이가 있다. 거름을 줬다고 하루아침에 쌩쌩해지는 건 아니니까 기다려봐야겠다. 벌레들이 내 감자 잎만 먹는 것 같아 속상하다. 왜 내 밭에만 오는 거야! 내 감자 잎이 맛있나? - 성은

오디 지줏대를 다시 세웠다. 그물은 저그들끼리 엉킬 대로 엉켜 붙고, 또 매듭은 왜 이리도 단단한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세 명이 달라붙어 하나하나씩 풀어가니까 어느새 풀렸다. 
지줏대 박을 땅도 삽머리 하나 푹 들어갈 정도로 깊게 팠다. 지난해 오이 심은 사람들도 한 번 쓰러져서 다시 세웠다는데…. 이러면서 무엇을 더 고쳐야 하는지, 배우는 거겠지. 오이는 처음 난 꽃은 따 줘야 좋다는 말에, 몇 개만 따 보았다. 비가 온다. - 주은

완두콩과 마늘을 수확했다. 완두콩은 이미 거의 다 노랗게 말랐다. 사실 초록색일 때 따서 먹었어도 됐는데, 작년에 ‘몽땅 씨로 남긴다’는 생각에 노랗게 될 때까지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먹는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마늘은 픽픽 쓰러지고 있어서 서둘러 수확했다. 통통한 애들은 씨로 구분해서 양파망에 넣어 걸었고 나머지는 먹을 거로 구분해놓았다. - 상원

6월 26일 쇠날

아직 덩굴손이 그물을 잡진 않았지만 오이에 꽃이 폈다. 꽃이 노란색이라서 참 예뻤다. 언젠가 오이꽃을 따주면 새로운 꽃들이 많이 올라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꽃을 땄다. 갑자기 내가 잘못 안 거면 어쩌지 걱정이 된다. - 성은

메주콩을 심었다. 어젯밤 비가 와서 어제 오후에 심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아직 땅이 젖어있어서 서둘러 심었다. 수수 싹이 난 곳 사이사이에 메주콩을 두 알씩 심어주었다. 작년 메주를 쑬 때 메주의 참맛(?)에 눈을 뜨고 나서 올해 메주콩을 심을 때는 더욱 좋은 마음으로 심게 되었다. 작년에는 고라니한테 다 먹혀버렸지만 올해는 내 메주콩을 잘 지켜야 할 것 같다. - 예진

검은깨 싹이 군데군데 났다. 심기 전에는 같은 깨이니 들깨싹처럼 생겼을라나 했는데 많이 다르게 생겼다. 참 검은깨스러운 싹이다. 참깨는 아직 소식이 없다. 심을 때 너무 성기게 심은 게 걸린다. - 주은

6월 26일 쇠날

아침에 조금, 오후에 조금 비가 왔다. 이때다 싶어 밭에 들러 고추, 사과참외 옮겨 심었다. 한구멍에 서너 개씩 모여 있던 싹, 심었는데 안 난 구멍으로 옮겨 줬다. 숨통이 트인듯해 보기 좋다. 빈 구멍 채워져 풍성해진 듯해 보기 좋다. 옮겨주니 그동안 너무 답답했겠구나 싶다. 잘 커라. - 해민

6월 27일 흙날

작두콩이 잎 사이로 덩굴 손 낼 준비하고 있다. - 주은

상추는 정말 빨리 자란다. 전에 겉절이할 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땄는데 벌써 무성하다. - 성은

며칠간 비가 오고 습한 날씨가 계속 되서 오랜만에 방에 불을 땠다. 오랜만에 불을 때니 불이 잘 때지지 않는다. 불을 때고 나니 방에 연기가 자욱하다. 나무가 새로 왔는데 장작 부지런히 쪼개놓아야겠다. - 예진

병아리, 어제 두 마리 깨더니 오늘 아홉 마리 모두 깼다. 이렇게 건강한 2세를 보기까지 참 많은 희생들, 사건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어린 생명들이 참 감사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 해민

6월 28일 해날


고추밭, 참외밭에 갔다. 병문안 가는 기분이었다. 고추는 옮겨 심은 뒤 생각보다 묵묵히 몸살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나저나 옮겨 심은 참외는 모두 축 쳐져 땅바닥에 척 붙어 있다.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늘 보고 빌어보는 수밖에, 생각하고 ‘살려주세요’ 했다. -해민

6월 29일 달날

아침 먹고 조, 수수밭 김을 맸다. 이제는 이 시간에도 해가 쨍쨍하다.
마늘 수확했다. 키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알은 실했다. 그 중 대가 굵고 키 큰 마늘 하나는 마늘쫑을 내려하고 있었다. 알도 아기 주먹만 했다. 실하고 상처 안 난 애들 8통, 씨로 남기고, 나머지 12통은 먹을 것으로 남겨두었다. 각각 양파망에 담아 비닐집에 매달아두었다.
아직 쬐그만 땅콩이 주황색 꽃몽우리를 냈다. 꽃필 시긴가 싶어 다른 땅콩밭을 둘러보니, 이미 꽃이 펴있었다. 작아도 꽃필 시기되면 꽃을 내는 땅콩의 모습이 작은 울림이 되었다. - 주은

해오름밭부터 터전 밭까지 돌아다니며 조금만 풀들까지 전부 김매기를 해주었다. 오랜만에 조, 수수 밭에 가서 김매기도 해주었다. 근데 대체 무슨 풀이 수수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팥 밭을 정리하고 팥을 심었다. 심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팥으로 팥죽을 만들어먹고 싶어서 심게 되었다. 30분 정도 밭 정리를 하고 저녁에 와서 심었다. 모기들이 얼마나 많던지 팥 심는 것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계속 모기들을 쫓아내는 데 바빴다.
메주콩 밭을 정리하고 메주콩을 심었다. 심으려고 땅을 파면 개미집만 나와서 심는데 애를 많이 썼다. 메주콩은 처음 심어본다. 작년에는 고라니의 습격으로 잘 자라지 못했다고 들었다. 올해에는 제발 고라니가 밭에 들어오지 않으면 좋겠다. - 진혁

마늘 수확했다. 알이 생각보다 굵었다. 시중에서 파는 마늘에 비해서 작기는 하지만 마늘모양이 있는 것이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비닐집에 걸어 둔 밀도 잘 마르고 있다. 씨로 남길 것은 남기고 밀로 맛있는 것 해먹어야겠다. - 예진


6월 30일 불날

조, 수수밭 두둑 김매기 마무리하고, 고랑에 있는 피들도 뽑아냈다. 마지막으로 조 솎아내기도 했다.
비오기 전에 서둘러 씨쪽파를 거두었다. 잎만 따먹은 것들이 많아 어디에 있는지 분간이 잘 안되었다. 무슨 보물찾기하는 것 같았다. 벤 자리에 삐쭉 올라와 있는 마른 줄기를 찾아 파보니 크고 튼실한 알뿌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 주은

집에 가기 전에 밭을 한번 둘러보았다. 감자밭은 전에 워낙 잘해놔서 별로 할 게 없었다. 그리고 땅콩 밭은 아무 것도 없지만 김매기를 해주었다. 이 밭에 무엇을 심을까 고민된다. 다음엔 고구마 밭에 가서 고랑 정리를 해주었다. 할 때는 힘들었지만 다 하고나니 뿌듯하고 좋았다. 그리고 토마토와 해바라기에 거름을 조금씩 주었다. 마침 비도 와서 알맞게 준 것 같다. - 어진

밭에 김을 매줬다. 얼마 전에 김을 매줬는데 풀이 또 자란다. 여름학기에는 학교를 길게 비우게 될 일이 많아지는데 틈틈이 김매야 될 것 같다.
저녁에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쪽파 수확했다. 쪽파뿌리가 생각보다 굵어서 캘 때 기분이 좋았다. 지난번에 심었던 쪽파보다 알이 굵어진 것 같다. 이제 김장농사 준비할 시기가 왔다. 오늘 받은 쪽파 씨 잘 말려서 남겨둬야지. - 예진

상원, 해민, 은진, 진혁, 성은, 어진, 예진, 주은 | 밝은누리움터에서 하늘, 땅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삼일학림 학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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