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대응현장을 다녀와서 10월 9일 한글날 이른 아침 부산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한국전력의 765kv 고압 송전탑 건설 강행을 막으려 온 몸으로 산을 지키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빚진 마음을 안고 찾아갔다. 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는 서울과 경기도에 집과 일터를 두고 생활하고 있다. 버튼 하나로 편리하게 전기가 on/off 되는 현대문명 속에서 우리는 이 전기가 누구의 삶과 어느 농촌마을을 짓밟고 오는지 망각해간다. 도시사람들이 과하게 쓰는 전기를 대주려 끊임없이 산을 파헤쳐 송전탑을 줄 세워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다섯 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밀양 옆의 청도군 금곡리 마을. 송전탑이 세워질 산 중턱에 할머니들은 움막을 짓고 당번을 정해 지내시며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