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건축

좌충우돌! 초보 일꾼의 생태건축 이야기 _ 아름다운마을36호(2013.04)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14. 20:55
좌충우돌! 초보 일꾼의 생태건축 이야기

창틀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짓고 있는 저의 모습, 생각해본 적 없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책과 씨름하며 논문을 준비하던 사람이었지요. 머릿속에 꾸역꾸역 무엇인가 더 집어넣으려고 노력했지, 무엇을 만들어보고자 시도했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초보 일꾼의 생태건축 이야기'가 제게 낯설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 9월 말, 한 보따리 짐을 안고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어 홍천으로 향했습니다. 단지 '생태건축'이라는 단어 하나만 부여잡았을 뿐,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이고, 어떻게 지을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요. 그래서 '흙부대' 방식으로 원형 건물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게 뭔 소린가 했습니다. 네모 일색의 회색빛 시멘트 건물만 보던 제게 흙으로, 그것도 흙부대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생소할 뿐이었지요.


가장 큰 의문은 '건물이 제대로 설 수 있을까?', '서더라도 튼튼하고 안전할까?'였습니다. 교실로 쓸 공간인데, 학생들이 수업을 받다가 공간이 무너지진 않을까 과한 걱정을 하기도 했지요. 초보 일꾼이었기에 섣불리 질문을 하는 것이 망설여져 어물쩍 넘어갔지만 나중에 공부를 해보니 원형 집이 네모난 집보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며 흙부대로 지은 건물은 웬만한 지진에도 끄떡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나무로 뼈대를 만들지 않아서 무너질 것 같은데 튼튼한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본격적으로 건축 과정에 들어갔을 때 처음 봉착한 문제는 바로 몸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내 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것은 곧 ‘요령’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못을 박는 것, 삽질을 하는 것, 톱질을 하는 것,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 등 도구를 사용할 때 또는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필요한 자세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지요. 그저 힘만 많이 주면 다 되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 안 아픈 데가 없었지요. 힘을 무리하게 주다보니 특히 허리에 통증을 자주 느끼곤 했습니다. 초보 일꾼이 꼭 한 번은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30미터가 넘는 양파망에 흙을 담는, 반복되는 일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건축을 하며 봉착한 또 다른 문제. 그것은 바로 '공구'의 이름과 종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톱, 망치, 나사, 드라이버 등에서부터 듣도 보도 못했던 타카, 각도톱, 에어 컴프레서, 임팩트 드릴 등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공구들을 짧은 순간에 찐하게 만날 수 있었지요. 워낙 짧은 순간에 한꺼번에 만나다보니 실수 연발이었습니다. 'OO'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OO'이 무엇인지 몰라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것'이 확실하다 싶어서 가져갔는데 '이것'이 아니라고 할 때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 경우가 몇 번 반복되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공구'가 바로 그 '공구'가 맞는지 헷갈리기도 했지요.

계속 반복하면서 몸이 체득하니 어느새 자세가 잡히고 이름이 익숙해졌지요. 그러면서 제 몸은 점점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불룩했던 배가 조금씩 들어가고 팔뚝은 단단해져 갔지요. 그 과정에서 때론 힘들기도 했습니다.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입은 헤벌린 채 멍하니 있을 때도 있었지요. 그런 저를 보고 함께 일한 형이 "남들 10분 멍 떄릴 거 너는 두 시간 멍 때린다"며 진담 서린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제 몸도 노동하는 자신이 낯설게 다가왔나 봅니다. 가끔이지만 노동으로 변화된 제 몸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답니다.

흙부대집을 짓는 묘미는 집 짓는 기술이 특별하지 않아서 이웃, 친구들과 함께 지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생태건축이 단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할 것입니다. 생태건축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그것은 바로 함께 노동하는 이웃들입니다. 앞에서 말한 제 몸의 변화는 함께 일하는 이웃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땅을 파내는 일에서부터 지붕을 올리기까지 전 과정을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특히 흙부대 건축의 가장 진수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흙부대로 벽체를 쌓아올리는 것인데요. 바로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노동의 참맛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삽으로 흙을 퍼내 양동이에 담아 나르고, 이를 양파망에 부어 한 단씩 벽체를 쌓아 올렸지요. 푸고, 담고, 나르고, 붓고. 자칫 힘들고 지루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가장 재미있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이 값진 것은 단지 무엇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흙부대 건축을 통해 제 몸에 각인된 것은 함께 몸으로 부딪치고 머리 모아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어우러지는 서로의 기운. 서로의 막힌 부분들이 허물어지는 소통의 과정. 그에 따른 내 몸의 변화 바로 그것입니다. 4~5개월 초보 일꾼을 경험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바로 이겁니다. 자연과 집 그리고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뤄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태건축이라는 것을.

유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