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졸업 그 이후

오늘 대학생들은 졸업 이후의 삶을 매우 불안해합니다. 졸업 그 이후 그들을 기다리는 건,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한 개체로 낙오될 수 있다는 압박, 그리고 학벌, 자본, 부동산, 가족주의 등 미래의 안정을 보장해줄 것 같은 시대의 허상을 좇는 무한경쟁의 삶입니다. 따라서 대학 내내 뚜렷한 자기 이유 없이 무언가를 갖추려고 끊임없이 분주하게 삽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대학 들어간 뒤에 하라고 부모님과 주변으로부터 설득 당한 것처럼, 스펙 이외의 것은 '시험 끝난 뒤'로, '취직한 뒤'로 늘 유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정작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대해서는 고민을 멈추고, 그저 품질 좋은 상품이 되려는 것과 흡사합니다.

리영희 선생은, "요즘 청년들에게 기상이 없지 않습니까?"란 기자의 질문에 "생명의 기질상 불의에 항거하는 시기가 청년이다. 그렇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청년들이 소비문화에 종속되는 것이다"고 일찌감치 내다보셨습니다. 예언처럼, 자본은 끊임없이 대학생들의 소비를 부추깁니다. 없는 돈에도 스마트폰을 소유해야 하고, 친구를 사귀어도 쓸 돈이 있어야 합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지난해 가을에 이어 올 가을에도 대학 졸업 그 이후 삶의 고민을 새로운 공부와 관계로 함께 풀어가고자 하는 대학생 졸업예비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안에 빠져,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덩달아 따라 달리느라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여주는 소중한 공부와 관계 말입니다. 역사 속에서 시대의 변혁을 선도하였던 것은 청년이었습니다. 청년의 때에 너무 일찍 늙어버려 안정만을 추구하고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우상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생기 가득한 삶을 꿈꿉니다. 9주에 걸쳐, 진로와 비전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함께 나누고, 직장인, NGO 활동가, 교사, 청년 창업 등 다양한 현장에서 배운 바대로 지조를 지키며 살아가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풀어갑니다.

장철순 | 청년들과 함께 공부하고 삶을 나누는 대학생단체 간사, 기독청년아카데미 운영위원

대학생 졸업예비학교 참가 후기

*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친구를 만나는 일은 늘 나중으로 미루며 살아온 우리의 현실. 정작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물어볼 관계의 부재를 경험합니다. 연애조차도 스펙을 갖춰야 할 수 있고 돈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겉사귐이 만연한 오늘, 깊은 사귐의 관계 속에서 고백하고 다짐했던 바를 한결같이 살아가길 마음 모읍니다.

* 대학생들이 단지 능력만을 키워서 그 능력 때문에 모이는 사람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현실이 무섭기도 하고, 고립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자신에게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지만, 반대로 나는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함께 어울리고 서로 챙겨줘야 하는 학창시절에 경쟁으로 너와 내가 분리되는 개체가 된다는 말씀을 듣고, 안타까웠습니다.

* 생활문화, 연애, 우정, 결혼에도 특별히 세상과 다를 게 없이 살면서도 이것을 당연하게 여긴 저를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남들 말에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중심 없는 가치관은 삶을 피곤하게 만들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조급함을 만들어냅니다. 드라마를 통해서 배우는 연애관, 우정관, 가치관 등은 진실한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도록 더 부추깁니다. 연애하기 전에 우정을 먼저 쌓고, 연애를 특별한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하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 생명을, 마치 상품 보듯이 대상화하는 것이 제게도 익숙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고,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서도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편한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어요. 요즘 인생의 앞길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책임지는 것들을 몸으로 배워가고 있던 터라 감사하기도 하고, 지금껏 나는 얼마나 공동체를 몰랐던가 탄식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오늘 내 앞에 서있는 존재가 고유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혼자', '각자', '스스로'가 익숙하고 편한 세상에서 생명을 대하는 민감함을 가지고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이 진짜 삶의 능력이라는 것,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 '어떻게 살 것이냐?'는 곧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라고 합니다. 혼자서만 생각하면 또 길을 잃어버리고, 후회하면서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졸업을 하면 혼자가 된다는 불안감, 세상 가치관의 충돌에서 마음 나눌 친구를 찾지 않고 혼자 끙끙대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내가 잘못된 길을 갈 때 나를 돕는 친구를 만나고 그 길을 잘 가야겠습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